나는 매일 출근 전에 아내를 안아주며,
'사랑해'라고 말한다.
습관처럼 굳어진 일상이지만, 늘 같은 마음이 담겨 있다.
혹시 내가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사랑의 마음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자기 전에도 꼭 손을 한번 더 잡으며,
'사랑해, 잘 자'라고 한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같은 말이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항상 내가 먼저였다.
유치하고 속 좁아 보이지만,
생각할수록 서운함이 올라왔다.
물론 아내도 나를 사랑한다는 건 잘 안다.
함께 살아온 시간과 수많은 기억속의 미소가 그 증거이니 말이다.
그러나 마음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꼭 말로 확인하고 싶은, 듣고 싶은 처음의 한마디.
그래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응석을 부려본다.
“가끔은 여보가 먼저 좋다고 해주면 안 돼?”
아내는 대답 대신 다른 곳만 응시했다.
아무 말이 없으니 내 마음이 더 서운해졌다.
그 모습에 괜히 더 투덜대듯 말을 이었다.
“계속 이러면... 나, 오는 사람 안 막는다?
나 이래뵈도 호감주는 사람들 많다니까?”
결코 진심은 아니다.
그저 아내의 질투어린 관심과 구박을 듣고 사랑을 재확인 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내는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한쪽 입술을 올리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아이고, 나처럼 눈 삔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아내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평소의 내 마음을 알고있다는 말을 아내는 저 한마디로 하고 있었다.
나는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되물었다.
“그래? 그럼 여보는 아직도 눈 삐어 있는 거야? 응? 아직도?
아직 콩깍지 그대로 있는거였어?”
나는 아내를 꼬옥 품에 안았다.
아내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나를 살짝 밀쳐내고는 결국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젖히며 말했다.
“진짜... 한여름에 덥게 뭐하는거야?”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내가 원하던 건 아내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듣는게 아니었다.
그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시간,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걸...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내가 먼저 말하는 사랑이 아직도 좋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말로 확인받지 않아도,
아직 눈에 씌인 콩깍지를 떼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웃어주는 아내가 곁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