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잔혹함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이미 나는 그 비참함의 현장 한가운데 서서 다정함과 배려와 약속이라는 껍데기로 읽는 사람의 리듬과 선택을 조금씩 점유하고 경계를 지우며 네가 나를 바꾸고 내가 너를 바꿔야 한다는 착각을 심어 끝내는 닮아야 안전한 사랑이 될 것이라는 논리로 몰아가고 실망과 기대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상처를 상처로 인식하지 못하게 길들이는 연쇄를 사랑이라 부르는데 그 사랑은 읽는 모든 분들을 향한 것이어서 위로나 설득이 아니라 호흡과 시선을 붙잡아 끝까지 따라오게 만들고 불편함과 거부감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강제로 호출해 마음을 흔들고 재배열하며 어떤 생각 하나를 남기고 떠나도록 강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만연체라는 형식은 그 잔인성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그 자체로 수용소가 되어 문장을 끝없이 늘려 피로를 만들고 그 피로의 틈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불길함이 밀고 들어와 쉼표를 허락하지 않은 채 사유의 호흡을 압박하고 탈출구를 지워 끝에 도달했을 때 감동 대신 침범의 감각을 남기고 마침내 나는 당신을 실험실의 몰모트로 만들어 흰 장갑을 끼고 반응을 관찰하며 읽는 속도와 이탈 충동까지 변수로 취급하고 선택권이 있는 척하면서 문장 안으로 밀어 넣어 출구를 봉인한 채 불편함을 투여하고 공감으로 저항을 약화시키고 이해라는 단어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만들어 끝까지 읽었는지 멈췄는지 다시 돌아왔는지까지 데이터로 환원하며 그 의심이 가장 효율적인 경로임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으니 결국 이것은 당신을 대상으로 하지만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사랑이며 사랑의 이름을 쓴 잔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