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
내가 알려줄 수 있는 노하우라면, 그저 경양식 돈가스를 맛있게 먹는 법 정도이다.
먼저, 주문할 때 소스를 따로 달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꼭 소스를 접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돈가스를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소스를 위에 뿌리면 바삭했던 돈가스가 금세 눅눅해져버린다.
따로 찍어 먹으면 바삭함은 지킬 수 있지만, 그건 일식 돈까스의 맛이다.
경양식 돈가스의 소스는 반드시 돈까스와 함께 나와야 한다.
이렇게 나온 돈가스를 보면 바닥면이 소스를 머금어 촉촉하고, 윗면은 바삭하다.
첫 조각을 잘라본다.
첫 번째 조각은 바닥면이 소스로 촉촉해진 부분을 입천장 쪽으로 향하게 해서 입에 넣는다.
바삭한 튀김옷이 입천장을 긁지 않고, 튀김옷과 돼지고기의 풍미가 혀에 먼저 느껴진다.
소스의 새콤달콤한 맛이 뒤섞이며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두 번째 조각은 이번엔 반대로, 바닥면을 혓바닥에 닿게 해서 입에 넣는다.
촉촉한 소스와 고기의 맛이 혀를 감싸며 또 다른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조각을 먹기 전에 샐러드를 한입 먹는다.
입안을 깔끔하게 리프레시하고, 다시 내 앞에 놓여진 접시 위의 돈까스와 전투을 한다.
마음이 가는 대로, 나이프와 포크를 가지고 하는 고기와의 전투.
마지막에는 꼭 남겨둬야 할 것들이 있다. 돈까스 두 조각, 노란 단무지 한 조각, 그리고 밥 한 숟가락.
돈가스 한 조각을 포크로 찍고, 접시 바닥에 흩어진 소스를 한데 모아 돈가스를 소스로 듬뿍 적신다.
과한 소스에 입이 살짝 부담스러워질 때쯤, 남은 밥을 입에 넣고 함께 씹는다.
단무지 한 조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마침내 접시 위에 남은 마지막 돈가스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나만의 경양식 돈까스 먹는 노하우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