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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기억

by 장발그놈

어렸을 적,

나는 영악한 아이였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쓴 적은 없다.

쳐다보기만 했을 뿐이다.


아직도 생생하다.

시장 초입 문방구.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갈 때면

나는 쇼윈도 너머

장난감 로봇을 바라보곤 했다.


그냥

쳐다만 봤다.


어머니가 “가자” 하시면

한 번 더 슬쩍 바라보고는

말없이 어머니를 따라 나섰다.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어머니는 품안의 지갑을 여셨고,

나는 로봇을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세상 다 가진 듯,

그날은 그렇게 기뻤다.


그러나 그때도,

나는 알고 있었다.

우리 집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걸.


부엌은 바깥에 있었고,

방은 하나뿐인 단칸방.

화장실은 집 밖,

공동 화장실이었다.


다섯 살.

아직 철이 들기엔

이른 나이였지만,

가난이라는 말을

어렴풋이 느낄 수는 나이.


그 로봇은

단지 장난감이 아니었다.

크나큰 선물이자 죄책감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어른이 되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에도

잊히지 않는다.


내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상처와 함께

조용히 남아 있다.


문득,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말없이 바라보던 나,

말없이 알아주던

어머니.


나는 이제,

그때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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