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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말장난

by 장발그놈

먹을 갈아본 적이 있습니까?

맑은 물 위에 먹이 천천히 스며들며 만들어지는 진하고 연한 농담(濃淡),


농(濃)은 강렬하고 단단합니다. 나무의 줄기나 산의 능선을 표현할 때 진한 먹은 중심을 잡아줍니다.


반면, 담(淡)은 부드럽고 여유롭습니다. 안개가 산자락을 감싸는 느낌, 멀리 있는 구름을 표현할 때 연한 먹은 필수적입니다. 먹의 농담은 단순한 색의 짙고 옅음을 넘어, 조화와 균형을 담아냅니다.


어쩌면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대화에서도 농담(弄談)은 마치 먹의 농담(濃淡)과 닮았습니다. 진지한 대화는 대화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게 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대화가 진지하기만 하면 공기가 무거워지고, 피로감이 쌓이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가벼운 농담입니다.

"그럴 수도 있죠. 누구나 하루쯤은 엉망일 수 있으니까요!"


같은 한 마디가 어쩌면 그날의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어깨를 툭 치며 미소 짓는 행동은 말이 필요 없는 농담이기도 합니다. 마치 연한 먹이 그림에 여백과 깊이를 더해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수묵화에서 먹의 농담은 반드시 조화로워야 합니다. 너무 진하면 그림이 무겁고 답답해지고, 너무 연하면 메시지가 흐릿해집니다. 삶도 그렇습니다. 지나치게 강한 의지만 내세우면 주변을 피로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여유로우면 삶의 목표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진지함 속에 부드러움을 품고, 부드러움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균형 잡힌 삶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진지한 대화는 핵심을 명확히 하고, 가벼운 농담은 그 대화를 편안하게 만듭니다. 이 둘이 서로 손을 잡을 때, 비로소 대화는 생명력을 얻습니다. 진지함과 농담은 서로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를 보완하며 전체를 완성합니다. 마치 농(濃)과 담(淡)이 함께 어우러져 그림에 깊이를 더하는 것처럼요.


먹의 농담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자신을 드러내라.”


삶의 농담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웃음을 통해 균형 잡힌 삶을 만들어라.”


결국, 먹의 농담과 유머의 농담은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를 남길지 알려주는 지침일지도 모릅니다. 진지한 순간은 농(濃)으로 남고, 가벼운 웃음은 담(淡)으로 스며듭니다. 그리고 그 농과 담이 어우러져 강약의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의 삶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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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진지한 척 농담을 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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