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는 어디에 있을까?
한 호텔 안의 커다란 거울 속에 한 존재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 거울 밖 사람들을 따라야만 했다.
거울 밖의 사람이 웃으면 그는 웃어야 했고, 손을 들면 그도 손을 들어야 했다.
그는 그림자였다. 아니, 그림자만도 못한 존재였다.
그림자는 빛의 방향에 따라 변화될 수 있었고 음영으로 뭉뚱그려 자신을 감출 수 있었지만 거울 속 그는 항상 상대방의 모습과 정확한 동작까지 따라해야만 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그는 점점 지쳐갔다.
자신의 운명이 남을 따라하기만 해야한다는 사실은 그를 서서히 잠식했다.
“왜 내가 너희를 따라야만 하지? 왜 난 흉내만 내는 삶을 살아야하지?”
그날 밤, 거울 속 존재는 반항을 결심했다.
다음 날, 거울 밖의 사람이 오른손을 들었지만 그는 왼손을 들었다.
거울 밖 사람이 웃으면 그는 냉랭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세상은 섬뜩한 공포에 빠졌다. 거울안 자신의 모습이 따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크나 큰 두려움을 안겼다.
하지만 그 공포는 곧 호기심으로, 놀이로, 그리고 유행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그를 찾아 호텔을 찾았고, 그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거울 속 존재가 춤을 추면 거울 밖의 사람도 춤을 췄고,
하트를 그리면 따라 그리고,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 그것도 따라 했다.
이 기묘한 장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거울따라하기 #거울챌린지 같은 해시태그가 붙었고,
사람들은 서로 앞다퉈 거울 속 존재의 반응을 기다리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거울 속 존재는 처음엔 웃었다.
‘드디어 나를 따르는 세상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를 패러디했고,
누군가는 필터를 씌워 캐릭터로 만들었고,
어떤 영상에서는 그가 코믹한 배경음악에 맞춰 엉뚱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미처 깨닫지 못했었다.
이제 자신조차 ‘하나의 밈’이 되어
사람들의 장난감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가 멈추자, 사람들도 멈췄다.
거울 밖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침묵 속에서,
거울 속 존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누가 진짜일까? 나일까, 아니면 너희일까?
과연 진짜라는게 있을까?”
그는 거울 밖을 바라본다.
이제 그 안에 비치는 존재가 자신인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를 모방하고 있는 자신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