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무지하게 싸웠다.
뭣 때문이었는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너무 사소한 일이었다.
사소해서 더 지기 싫었고, 그래서 더 격해졌던 것 같다.
분명 싸우기 직전까지는 평범한 하루였다.
같이 장을 보고, 저녁을 차리고, TV를 보는 일상적인 밤.
그런데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거슬렸고, 바로 넘기지 못하고 쏘아붙이듯 되받았다.
그러자 아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결국, 감정의 싸움으로 번졌다.
“됐어.”
“말 걸지 마.”
"항상 이런식이지 뭐."
서로 냉랭하게 돌아선 채 방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결혼 전에 무슨일이 있더라도,
한 침대를 쓰기로 약속했기에 아내가 등돌리고 누워있는 반대편에 내 몸을 뉘었다.
하나의 침대.
벽을 향해 몸과 고개를 돌린 아내를 보니 그날따라 너무 넓게 느껴졌다.
그 모습에 나 또한 서운해서 입을 꼭 다물고 침대 끝에 몸을 뉘였다.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지만 잠들 수 없었다.
사과를 먼저 하고 싶으면서도, 왜 내가 먼저 사과해야 하지 싶기도 하고.
말 한마디면 끝날 것을, 말 한마디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조심스럽게 발끝을 움직였다.
장난인 듯 아닌 듯,
아내의 종아리에 살짝 발을 올려봤다.
쳐내면 실수인척 그대로 잠을 청하고,
가만히 있으면... 말을 걸어볼까? 싶었다.
아내는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자고 있는 걸까?, 모르는 척 하는 걸까?.
그 짧은 순간에도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가만히 있는 아내가,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숨이 조금 편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왜 서운한지 알아?”
가끔은 다툼이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그러나,
그 조용한 침대 위에선
서운함과 미안함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