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그놈

by 장발그놈

내가 머리를 기른 지 벌써 3년이 됐다.

이제는 우리 집에서 내가 머리카락이 가장 길다.

불안할 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의 감촉이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안정시킨다.

마치 스누피에 나오는 라이너스가 파란 담요를 꼭 쥐고 다니는 것처럼,

나에게 머리카락은 작은 안식처다.

그래서 자를 수가 없다.


문제는 청소할 때마다 듣는 잔소리다.

아내는 매번 먼지와 머리카락을 쓸어 담으며 한숨을 쉰다.

“어휴, 이놈의 머리카락! 여보야, 머리 좀 깎으면 안 될까?”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딸이 달려나온다.

“엄마! 아빠 머리 짧으면 아빠 아니야! 아빠는 계속 길러야 해!”


역시, 미리 포섭해둔 아군은 이럴 때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매일 딸을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딸은 아빠 편인가 보다.


게다가 집에 놀러온 딸 친구들도 긴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해주니,

딸이 더더욱 내 편을 들어주는듯 하다.

물론 아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청소기를 잡지만 말이다.


그런 아내에게 나는 슬쩍 위안을 건넨다.

“여보야, 집에 큰 강아지 한 마리 키운다고 생각해봐.”


아내는 눈을 치켜뜨고 대꾸한다.

“개는 귀엽기라도 하지!”


뭐, 예상한 답이다.

아, 쓰레기 버리러 나가야겠다.

현관문을 열어둔 채 아내를 불렀다.

“여보야, 잠깐만 나와봐.”

“아, 왜에~”


하고 투덜거리며 나오는 아내에게

나는 마지막 한마디를 날리고 잽싸게 집을 빠져나왔다.

“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