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우리 집 요리의 기본 방향은 단순하다.
‘따로, 또 같이.’
각자의 맛과 향을 지키면서도, 필요할 땐 하나로 어우러져 새로운 조화를 만드는 것.
팥빙수조차도 섞지않고 약간의 팥과 얼음, 부재료를 살짝떠서 먹는 우리 식구들의 모습은,
어찌보면 아주 특이해 보인다.
이건 말로만 설명하기보단, 음식을 예로 드는 게 더 좋겠다.
두부김치를 만들 때, 나는 김치에 고기 향이 스며드는 걸 원치 않는다.
그렇다고 육향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서로 어울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고기가 꼭 필요하지는 않는다.
냉장고에 고기가 없는 때에는 찬장을 열어 참치캔이나 스팸 한캔만 꺼내면 된다.
부드럽고 고소한 두부, 짭조름하고 고기향이 가득한 스팸 또는 담백한 참치, 그리고 시큼하고 구수하게 볶아낸 김치.
각각의 맛을 따로 즐기기도 하고, 둘을 합쳐보기도 하고, 셋을 모두 모아 입안에서 어우러지게도 한다.
그 순간, 각자의 매력이 극대화되며 진정한 조화가 완성된다.
순대볶음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순대가 볶다 터져 이리저리 섞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들깨가루가 순대를 덮어버린 것도 내 취향은 아니다.
내 방식은 간단하다.
야채를 볶아 들깨가루와 섞어주고, 따로 쪄낸 순대를 함께 상에 올린다.
먹을 땐 순대와 볶은 야채를 함께 집어 입에 넣는다.
각각의 맛과 질감을 지키면서도 한입 안에서 서로 보완하는 맛을 즐긴다.
자신만의 맛을 지키되, 필요할 때는 서로를 보완해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
우리 아이들도 삶에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 도와 함께 더 멀리 가는 삶.
결국, 두부김치와 순대볶음으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건,
음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