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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19. 2023

시절인연

누워있는 남자 

https://youtu.be/3Obh9kg6o_U

1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정확한 뜻을 알기 전에 문자 그대로 시절에 만나는 인연이라 생각하였지만 뜻을 찾아보면 불교의 용어이다.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 


시절인연은 불교의 업설 과 인과응보설에 의한 것으로 사물은 인과율의 법칙에 의해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일어난다는 것이다. 중국 명나라 시대에 항주 운서산에 기거한 승려 운서주굉은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자연히 부딪혀 깨쳐서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곧장 깨어나 나가게 된다.”라는 구절에 연유했다. 


불교에서는 삼시업이라 하여 업을 지어 과보를 받는 시간적 차이를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1) 순현업은 현생에 짓고 현생에 받는 것
2) 순생업은 전생에 짓고 금생에 받거나 금생에 짓고 내생에 받는 것      
3) 순후업은 여러 생에 걸쳐서 받는 것


예를 들면 봄에 볍씨를 심어 가을에 수확하는 것은 현생에 짓고 업을 받는 것이기에 순현업에 해당되고, 순생업은 전생의 인연에 의해 금생에 부부가 되거나, 이번 생의 연분으로 내생에 부부가 되는 것에 해당하고, 순후업은 선업이나 죄업이 커서 여러 생 동안 공덕이나 죄업을 받거나, 몇 생을 건너 받는 것을 말한다. 현대에는 기회와 때가 올 때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첫 번째 언급한 순현업과 순생업에 대한 나의 인과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철저히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만나는 인연들이 다 달랐다. 그래서 나는 어느 계절을 생각할 때면 특정 누군가가 떠오른다. 봄에는 누구, 여름에는 그 친구, 가을에는 아.. 그 친구, 겨울에는 아... 아침 기온이 전과 달리 살짝 쌀쌀함을 느낄 때 여름에 잠깐 만났던 친구가 생각난다. 


우리 집과 그 친구 집을 연결해주던 부암동-인왕산 길 그리고 그 산을 어우르는 성곽. 벤치에 앉아 사라져가는 태양을 바라 볼 때 문득,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아마 잠깐 만날 거라는 것을 서로 알았기에 그 용어가 더욱이 가슴에 붉게 스며들었다. 이제는 가을보다 땡볕의 뜨거운 여름이 좋다. 나무 아래 벤치에서 듣는 매미의 절절한 울음소리. 이제는 스스로에게 말 할 수 있다. 넌 이제 비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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