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오대현 5주기

by 장준영

https://www.youtube.com/watch?v=dqfLH0opCPk&ab_channel=RyuichiSakamoto-Topic

오래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는 고등학교 1학년 이후부터 쭉 같이 놀았다. 얼굴이 하얗고 피부가 좋았던 친구는 예쁘장하게 생겨서 친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는데, 돌이켜 보면 귀여워한 게 아닌 많이 괴롭혔던 것 같다.


이십대 때, 언젠가, 그가 10년 넘게 키워온 새미라는 이름의 앵무새 한 마리가 노환으로 죽었다. 그날 대현이는 술자리에서 꺼이꺼이 울었었는데 그때 나는“야, 새미 통닭으로 먹으면 안 되냐?”이래서 아마 그 친구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쌍욕을 나한테 했을 정도로 순수하고 착한 친구였다.


000024.JPG?type=w773


그를 보낸 자리에는 그가 평소에 좋아하였던 담배와 소주 그리고 피자를 놓았다. 언제나 그렇듯 그곳은 항상 추웠다. 이곳에 그의 유골을 뿌린 이유는 어릴 적 이 방조제에서 뛰어 놀았던 좋았던 추억이 있다고 들었다.

그가 떠난 후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기일까지는 명절 때 친구들이 모여 대현이네 집에 찾아갔다. 그러다 서른이 지나 하나, 둘씩 그 자리에 점점 오지 않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하나 둘씩 결혼을 하면서 최소 1년에 한 번씩 인사드렸던 안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안 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 우리는 항상 대현이의 잔과 고시레와 같은 제사의식도 했지만 이제는 전혀 안 한다. 그는 점점 그렇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한테 잊혀 져 간다. 가끔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도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대현이에게>

아직도 너는 27살에 머물러 있구나. 우리는 벌써 서른 여섯이다. 졸라게 나이가 많지? 나랑 염소랑 몇몇 빼고는 거의 다 결혼도 했고 야누는 쌍둥이도 낳았서 정신없이 살고 있다. 그렇게 사람 괴롭히던 이진규는 소방관 되어서 사람을 구하고 있고, 얼굴 험학한 영삼이는 카페 차려서 손님들에게 웃으며 서비스 잘 하고 있고, 잘 생겼던 창규는 정수리에 헬기장이 생겨서 듀오에 가입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고 나머지 애들도 고만고만하게 잘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누워있다. 한결같지? 거기는 지낼만 하니? 우리가 자주 안 찾아가고 이제는 너의 이름도 불러주지 않아서 많이 섭섭하지? 미안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평소에 너를 생각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아마 먹고사는 것이 바빠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지난 몇 년 간 바쁘다는 핑계로 이곳을 찾아오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보니 마음이 애잔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쁘구나.


우리는 아마 점점 너를 잊을 거야. 아니 그러고 있어.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 마. 언젠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천천히 한 두명 씩 빛의 세계에서 기다리는 너를 향해 우리들이 한 명씩 방문할거야. 그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보고 싶다, 대현아.


000025.JPG?type=w773
000027.JPG?type=w773


시간이 지나고 그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다고 한다. 우리들은 그 집의 강아지 입양 소식을 듣고 남겨진 가족들을 위한 대현이의 짧은 환생이자 선물이라고 생각을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녕 기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