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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19. 2023

고 오대현 5주기

https://www.youtube.com/watch?v=dqfLH0opCPk&ab_channel=RyuichiSakamoto-Topic

오래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는 고등학교 1학년 이후부터 쭉 같이 놀았다. 얼굴이 하얗고 피부가 좋았던 친구는 예쁘장하게 생겨서 친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는데, 돌이켜 보면 귀여워한 게 아닌 많이 괴롭혔던 것 같다.      


이십대 때, 언젠가, 그가 10년 넘게 키워온 새미라는 이름의 앵무새 한 마리가 노환으로 죽었다. 그날 대현이는 술자리에서 꺼이꺼이 울었었는데 그때 나는“야, 새미 통닭으로 먹으면 안 되냐?”이래서 아마 그 친구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쌍욕을 나한테 했을 정도로 순수하고 착한 친구였다. 



그를 보낸 자리에는 그가 평소에 좋아하였던 담배와 소주 그리고 피자를 놓았다. 언제나 그렇듯 그곳은 항상 추웠다. 이곳에 그의 유골을 뿌린 이유는 어릴 적 이 방조제에서 뛰어 놀았던 좋았던 추억이 있다고 들었다.      

그가 떠난 후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기일까지는 명절 때 친구들이 모여 대현이네 집에 찾아갔다. 그러다 서른이 지나 하나, 둘씩 그 자리에 점점 오지 않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하나 둘씩 결혼을 하면서 최소 1년에 한 번씩 인사드렸던 안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안 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 우리는 항상 대현이의 잔과 고시레와 같은 제사의식도 했지만 이제는 전혀 안 한다. 그는 점점 그렇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한테 잊혀 져 간다. 가끔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도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대현이에게>     

아직도 너는 27살에 머물러 있구나. 우리는 벌써 서른 여섯이다. 졸라게 나이가 많지? 나랑 염소랑 몇몇 빼고는 거의 다 결혼도 했고 야누는 쌍둥이도 낳았서 정신없이 살고 있다. 그렇게 사람 괴롭히던 이진규는 소방관 되어서 사람을 구하고 있고, 얼굴 험학한 영삼이는 카페 차려서 손님들에게 웃으며 서비스 잘 하고 있고, 잘 생겼던 창규는 정수리에 헬기장이 생겨서 듀오에 가입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고 나머지 애들도 고만고만하게 잘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누워있다. 한결같지? 거기는 지낼만 하니? 우리가 자주 안 찾아가고 이제는 너의 이름도 불러주지 않아서 많이 섭섭하지? 미안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평소에 너를 생각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아마 먹고사는 것이 바빠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지난 몇 년 간 바쁘다는 핑계로 이곳을 찾아오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보니 마음이 애잔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쁘구나.      


우리는 아마 점점 너를 잊을 거야. 아니 그러고 있어.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 마. 언젠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천천히 한 두명 씩 빛의 세계에서 기다리는 너를 향해 우리들이 한 명씩 방문할거야. 그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보고 싶다, 대현아.     



시간이 지나고 그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다고 한다. 우리들은 그 집의 강아지 입양 소식을 듣고 남겨진 가족들을 위한 대현이의 짧은 환생이자 선물이라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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