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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19.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워있는 남자 


1.

12월 31일만 되면 여러 명한테 어김없이 새해 문자가 온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형님, 내년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어쩌고저쩌고하며, 원하시는바 모든 일을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갑자기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린다. "해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변해? 그런 게 어딨어.” 이러한 나의 태도에 염세적이라 할 수 있지만, 나는 생각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삶은 천천히 변한다. 그러니 현재 상황에서 충실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 이어져간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 자체가 자신의 인생에 있어 그토록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작금의 이 상황 속에선 계획이 말로 끝난 일이 많았다. 모든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며, 힘을 빼고 지켜보는 것이다. 그래도 자신을 방치하지 말고 끊임없이 단련하며 외적 근육이든, 내적 근육을 키우며 내 삶을 계속 지속시키는 것이다. 1월 1일이라는 것이 참 의미가 없다. 어차피 지나갈 하루일뿐이다. 나의 새해는 지난 11월부터 시작되었다. 삶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새해 복이라는 말이 참 의미가 없지만, 앞으로 살아갈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 많았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새해 인사를 하려한다. 위에 쓴 것처럼 까칠하고 냉소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서른 중반이 넘어선 지금, 따뜻하게 사려고 노력한다. 마음은 아닌데 웃으며 말하지 못했던 점, 더 부드럽게 말하고, 대할 수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던 점 그리고 위의 새해인사를 하는 동생에게 가르치려고 말했던 점.      

시간이 지나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사는 대로 생각했더니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되어버렸다. 마치 돛없는 배처럼. 일도, 명예도, 성공도, 사랑도 무엇 하나 지키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사는 대로 생각했기 때문이고 사람들의 도움도 까칠하게 거절했다. 나라는 인간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라, 다 잃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새해 복이라는 말도 좋고, 입춘대길, 경칩 등 절기를 예찬하는 말도 좋다. 무엇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굵직한 무언가로 큰 획을 긋는 것도 아닌, 매번 순환하는 절기처럼 작은 일상에 감동하며 앞으로 더욱더 일상의 작고 소소한 것들을 감사하며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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