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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19. 2023

피아노

누워있는 남자 

https://www.youtube.com/watch?v=Mf1DTQ7WGWo&ab_channel=Neige%EB%88%88%EC%82%AC%EB%9E%8C

아는 동생의 초대로 토요일 밤 여의도에 있는 영산아트홀에 다녀왔다. 동생의 지인이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회] 피아노 협주 공연을 한다고 해서 오랜만에 슈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의 짙고 깊은 음색으로 귀를 호강하고 왔다.     


“평소에 음악은 뭐 들으세요?” 라는 질문은 “영화는 뭐 좋아하세요?” 라는 것과 비슷한 요지로 다가오는데 이런 질문은 순수하게 응답자의 취향이 궁금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상대에게 묻는 질문은 어떤 지적, 교양 수준에 관한 것을 파악하기 위해 물었던 경험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대방의 취향에 대해 굉장히 따졌고, 뭐를 듣고 뭐를 보느냐에 따라 ‘이 사람은 나랑 만날 수 있겠다.’ 라는 식의 아주 의도적이고 순수하지 못한 선민사상 마인드가 있었던 것도 사실. 지금은 이런 것들 자체가 무의미하기에 계속해서 힘을 빼는 중이다.     


각설하고 누군가가 나에게 “무슨 음악 들으세요?” 라고 묻는다면 허세 혹은 나 취향 있어요~ 라는 식으로 “클래식 음악과 재즈를 즐겨 듣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 말하는 스타일이다. 왜 클래식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은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좋아했던 영화에 나왔던 OST가 너무 기억이 남았기에 찾아서 듣고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내 최초의 사인 CD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음악 감독인 조명욱 감독의 것이다.

평소에 KBS 클래식 FM을 틀어놓고 일하는 스타일이고 또한 혼자서 쉴 때도 유튜브로 좋은 음악들을 듣는다. 또 듣다 보니 조금씩 귀가 열리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던 피아노 공연에서 나도 모르게 연주자들의 흠을 찾아내는 오래되고 못난 습관이 나왔고 결국 살짝 현타가 왔다. '남 흠만 찾아내는 못난 놈.'

상대방의 흠을 찾고, 지적 질하고, 깔아뭉개는 나의 습관이 참 싫다. 그렇게 해서 내가 올라가는 것이 아닌데. 어릴 적 못난 습관이 되새겨져서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나서 연주자들의 기교나 스타일이 아닌 그들의 태도에 대해서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몇 십 만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을 텐데. 그러한 점에서 굉장한 존경을 표한다.

결국은 연주의 감상평이 아닌 자기 복기의 시간이 되어서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한 여름의 어느 날 

손열음의 차이코프스키 콩쿨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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