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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19. 2023

책을 보내며

누워있는 남자 

며칠 전 태안으로 스무 권의 책을 보냈다.      


이따금씩 SNS를 통해 예전에 쓴 나의 책에 대한 구매 문의가 들어와 몇 권씩 보내드렸다. 그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창고에 남아있는 재고쯤으로 여겼고 나의 지나간 흔적에 대해 더 이상 아무런 애착이 없었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책을 바탕으로 방송에도 나오고 북 콘서트도 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였지만, 계약서와 달리 인세 한 푼도 못 받아서 결과에 대한 허탈감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희망이 절망으로 전환됐다.      

그래서 나는 책에 대한 태도를 스스로 비하했고 냄비 받침, 캠핑용 장작 등으로 취급하였다.     


그런데 최근 책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가끔씩 들어오는 구매 문의라든지 혹은 모르는 분들에게 "덕분에 위로를 받았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들의 주머니에서 소중한 돈을 꺼내어 구입을 해주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예의 없는 저자로서 스스로 희화화 시킨 나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다.     

출간 후 몇 년이 지났다. 항상 그렇듯 부끄러운 삶을 연명 중이고 먹고사는 것의 비루함의 한복판 속에서 어찌하여 우연히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현재 밥벌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아주 감사한 일이며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길 잃은 개'를 출간하였기 때문이다.      


처음 출간을 했을 당시 나의 심정은‘부끄러운 나의 이야기 일지라도 어설프게나마 나와 같은 위치의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위로를 하고 싶다.' 였다. 공감의 깊이가 없는 어설픈 자기 계발서 혹은 여행 후 마치 ’나는 해탈하였노라‘ 하는 여행기가 아닌 땀 냄새와 췌장 속에서 올라온 단내 나는 청춘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     

더 이상 나 스스로 나의 과거를 희화화 시키지 않고 더욱더 사랑하기로 했다.

(구라임. 아직도 못 하고 있음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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