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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19. 2023

외로운 늑대들을 기억하며

누워있는 남자 

우연히 개신교 목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나도 처음 본 사람들이었는데, 술이 어느 정도 취해 있었다. 술을 마신 장소는 광화문이 한눈에 보이는 어느 오피스텔이었다. 그들은 마치 옛 로마 시절 황제의 박해를 피해 지하 공동묘지인 카타콤에 숨어 지내는 사람들처럼 술과 담배를 몰래 즐겼다.      


굉장히 인상 깊었던 점은 나의 종교관(모든 종교는 다 하나다. 하나이면서 둘, 둘이면서 하나)에 대해 말을 하였는데 겉치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나의 종교관을 이해해 줬고, 현재 한국 개신교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술에 취해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별의별 얘기를 했었던 것 같다. 유대교, 수메르문명, 아브라함 당시 바알을 믿었던 민족과 문명, 영화 맨 프럼 어스, 일제 강점기 당시 개신교가 행했던 행동, 서북청년단까지. 자칫 무례할 수 있었고, 기분 나빠할 수도 있었던 것이었지만, 무난히 잘 넘어갔고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중 한 사람은 나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다.     


이후 정릉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또 꽤 취한 상태에서 나를 불렀기에 별 쓸데없는 이야기들만 나왔는데 그중 한 분은 검은 머리 외국인이었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하였고 그곳에서 살아온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본인이 겪었던 인종차별 문제에서 시작해 black lives matter, 영화 DA 5 블러드, PC 주의 등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일본의 옴 진리교의 수장이자 테러리스트인 아사하라 쇼코 이야기까지 화두로 나왔다.      


우리에겐 세기말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로 알려진 사람이었고, 나 또한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후지와라 신야의 [황천의 개]를 읽다가 작가 본인이 아사하라 쇼코의 흔적을 찾는 이야기를 읽게 되었고 또한 비슷한 시기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르포르타주 [언더그라운드]를 접하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당시 일본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사건이라 사건의 배후자이자 주범인 아사하라 쇼코가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 물론 직접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라는 전제하에 어린 시절부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작가는 그가 태어난 고향에 가 보았으며, 친형과의 인터뷰, 그리고 그가 갔었던 인도까지 발자취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랬던 행동들에 대한 이유를 추론하기 시작했다.      


쇼코는 어린 시절 미나마타병으로 시력을 상실했는데 병의 원인은 집 근처 질소 공장에서 배출된 수은이었다.      

이에 국가에 보상 신청을 하였지만 ‘빨갱이'로 매도당하면서 거절당했다. 결국 국가에서 버림받은 개인의 원한이 사이비 종교와 결합하여 참혹한 사린 가스 테러로 되돌아왔던 추론을 끝으로 이야기는 마침표를 찍었다. 결국 한 미친놈의 소행으로 결부 짓는 당시의 여론을 비판함과 동시에 안타깝고도 따스한 시선이 담겨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테러에 대해 절대 두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는 그 사람만의 서사가 있으니 마련이다.

아사하라 쇼코의 이야기 이후 우리는 자연스레 버지니아 공과대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인 조승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뉴스에서 나왔던 것은 그의 범행에 대한 직접적인 사실과 그가 생전에 입었던 카운터스트라이크 복장 등 그냥 정신병자 취급을 했던 게 전부이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서사 혹은 스토리를 추적하는 기사는 보았던 적은 없다. 시간이 흘러 영화감독 구스타브 반산트는  [엘펀리트]라는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이 사건을 이야기 했다.      


몇 년 전, 지금은 형님이라고 부르는 어떤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종군기자인데 IS가 시리아, 이라크 지역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가 미쳐 날뛰어 사람들을 상대로 테러를 시작할 무렵 그는 ‘김 군’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터키 루트를 통해 시리아로 잠입해 김 군을 찾던 분이다.     

 

김 군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어머님이 외국인이지만 제3세계 사람으로(주류의 외국인은 아님)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고,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그러다 자퇴를 했고, 태어날 때부터 꼬여있던 삶의 실타래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풀려고 했던 친구였던 것 같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테러는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보다 낮은 시선에서 천천히 구성원을 바라본다면 이런 일들이 덜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외로운 늑대들은 더 이상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인구절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더 이상 자체 출산율로 나라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조선족 혹은 고려인들의 귀화는 이미 20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앞으로 피부색이 다른 인종의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국가가 아니다.      

난민을 받아들이고 10-20년이 지난 서유럽의 상황이 안 발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피부색, 종교를 넘어 결국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더 나아가 함께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사하라 쇼코, 조승희, 김군을 비롯해서 왜소하고 소심했던 성격의 그들을 떠올리며 테러의 정당성이 아닌 한 사람의 슬픔과 비극 그리고 그들의 행위에 돌아가신 모든 죽은 자들에 대한 애도를 하고싶다.      

20년 후, 광화문 광장에서 피부색 다른 한 청년의 ‘알라후 악크바르’소리와 함께 폭발 굉음이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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