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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19. 2023

경주

누워있는 남자 

석가모니의 초기 육성이 담긴 [숫타니파타], [니까야경]을 보면 생겨난 적도 소멸하지도 않는 영원하고 빛나는 의식이 있고 그것이‘열반'이라 하여‘형성된 것은 사라지게 되어 있다.'라고 한다. 남에게 기대지 말고 본인 마음의 섬과 진리에만 의존하라고 하신 것은 각자 모두가 본인 마음 안에 영원한 의식을 찾으라고 가르치신 것을 말씀하신다. (자등명 법등명)

나의 자의식(= ego)을 구성하는 모든 생각, 감정, 오감, 기억은 시간에 따라 축적되고 형성된 것들이라 반드시 소멸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자의식의 뿌리이자 태풍의 눈처럼 텅 빈, 열반 의식(aka 불성, 성령, 참나, 양심, 아트만, 신성, 영원한 현존)은 생겨난 적 없이 원래 있었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으니 모두가 그것을 자각하고 그것에 의존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반야심경)     


나에게 있어서 이번 경주 여행은‘햇빛'에 대한 감탄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듣던 중 가슴 차크라가 터진 몰아일체에 관한 경험이다. 

좋은 경관을 보고 잠깐 할 말을 잃은 상태. 식당에 가서 너무 맛있어서 잠깐 딴생각 없이 만족만 하고 있는 상태. 심지어 섹스하면서 잡념 없이 대상에만 몰입된 상태.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가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지금'이 순간만 느끼는 상태 등 이런 상태들이 모두 그 열반이 잠깐 내 안에서 드러난 상태라고 생각한다. 

재밌는 게 며칠 전에 빅뱅 이전에도 무한한 과거가 있었을 거라는 수학적 가설이 논문으로 올라왔었다. 우리가 잠들고 깰 때 그 사이에 의식의 단절은 있지만 존재가 사라진 적은 없듯이 우주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잠들어 있을 때도 내 기억과 자각은 스위치가 내려가 있지만, 은은히 나라는 존재를 자각하는 의식은 이어지고 있다.

정답이 없는 차원은 언어와 생각의 세계다. 영원히 불완전하고 그래서 영원히 발전 가능한 차원.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경험의 세계. 그런데 선험적 의식, 열반 의식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해있어서 정답이자 진리라고 생각한다.                



  연기(緣起) 생멸 변화(生滅變化) 무상(無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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