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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20. 2023

죽은 자의 집 청소

굿바이 류이치 

1.

살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적이 많다. “죽고싶다”, “죽었으면 좋겠다”등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지 혹은 내가 힘들 때 내 곁을 위로하는 존재들이 없어서 그런지 그런 생각들을 쉽게 했다.     

죽음의 방법에 대해서는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린다던지 혹은 천장에 목을 매단다 던지와 같은 클래식한 자살의 방법을 상상하곤 했다.      


죽음을 생각했던 이유는 마음 속 한 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지독한 공허와 외로움 그리고 실패에 대한 좌절감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모든 원인은 어떤 것에 대한 결핍이었는데 아마 가족이라는 뒷배가 없기 때문에 삶에 대한 로그아웃도 쉽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독거리고 칭찬이 중요해 이 양반들아. 다그치지 말고. 잘해라 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살은 금기시 되어왔다. 어느 종교에서든 자살을 하면 지옥간다고 하고 다시 태어나 더 힘들 상황에 놓여 있을 예정이라며 협박을 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죽음에 대한 충동 보다는 겁이 많아서 결국 죽진 않았다. 욱하는 상황을 잘 이겨냈다.      


겨울은 죽음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인 것 같다. 가스비를 못 내서 독촉 고지서가 날라오고 몇 월 몇 일 부로 가스는 끊긴다고 하는 압박과 동시에 주거 환경이 좋지 않아 열 효율이 없는 집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심각한 우울감을 유발하며 자살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언젠가 나는 가스비를 독촉하는 상담원에게 “이거 끊으면 나 죽을거야”라며 죄 없는 그들에게 협박을 한 적도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죽으면 언제 발견 될까? 그리고 누가 내 송장을 치울까? 물루는? 내 송장비는? 내 장례식에는?                



2.

원래 에세이라는 것을 잘 안 읽는다. 지금은 남의 인생에 관심이 없는 것도 사실이며 10년 전부터 마치 열병처럼 유행하기 시작한 달콤하고 흐느적거리는 에세이 류들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해결책도 없으며 결국 무기력하고 나태한 느낌조차 준다. 결국 그들도 자기 위로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속 불안감은 감춘 채, 베이지색의 하늘거리는 원단을 입고 입 모양은 조커처럼 씨익 웃는 저자의 사진처럼. 

김지수 기자의 인터스텔라라는 인터뷰를 보고 김완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의 직업에 대한 에세이가 현재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다. 제목 그대로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부의 이야기다. 흥미로웠던 것은 작가의 지난 삶이 나의 삶과 겹쳤다는 것 (고스트 라이터, 방황, 등등 ) 그리고 죽음에 대한 가치관과 그 일에 대한 태도. 작가가 하는 일이 마치 성직자의 일처럼 숭고하게 느껴졌다. 

고독사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나는 느낌에서 알듯, 고독이라는 감정이 섞여 있다. 일본에서는 고독사가 아닌 고립사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독자생존 방식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티고 일어설 때,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은 당연하다. 그래서 고독사는 주로 경제적 결핍이라는 것이 8, 90프로 수반된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길 고독사의 현장에 가면, 연체된 가스 및 전기 고지서, 체납 독촉장 등 여러 서류들이 쌓아져 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무관심에서 비롯된 사회적 타살일 수도 있다. 책에서 보면 어떤 청년은 전기가 끊기던 그날 스스로 목을 매었다고 한다. 한때 그런 시절을 겪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은 기존 유행하고 있는 달콤하고 알맹이 없는 에세이가 아니다. 작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따뜻하고 담백한 시선 그리고 인간 세상사에 관한 풍자 및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었을 정도로 흡입력이 굉장히 강하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세상에 관한 그리고 소외된 자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조금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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