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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21. 2023

맺는 말


몇 년 동안 어쩌다 블로그에 토막처럼 올려놓았던 일기장 같은 글들이 모여 책으로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으로 내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쓴 글이 글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었고 나는 책을 낼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미래를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의 죽음과 같은 이별 후, 몇 개월간 가사 상태에 빠져있을 때 우연한 계기로 홍재희 감독을 만났다. 그녀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주었고 계속 글을 쓰라고 응원하고 책을 내라고 채근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앞서 쓴 글들처럼, 나는 내 글을 비롯해서 내가 가고 있는 길에도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글을 완성하고자 마음을 먹고 조금씩 지나간 삶들을 반추해나가는 과정에서 나는 길을 찾고 있는 사람이며, 그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일 뿐이고, 내가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오롯이 내 길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나의 시련은 나비가 되기 전 고치의 진통이었다. 처음에는 길이 안 보여도 걷다 보면 어느새 길이 생겨있었다. 그건 내가 스스로 만든 길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면서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제 서점을 가서 베스트셀러 목록들을 보고 또 간추리고 무엇을 요약하는 숏폼 콘텐츠들이 범람하는 현실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많이 위로받고 싶고, 공감받고 싶지만 직면하길 두려워하구나. 그만큼 다들 피로하고 힘들구나.”     


깊이 사유할 시간이 부족하고 그저 자극적이고 달콤하고 또 간편한 인스턴스 식의 그런 것들. 길게 호흡하는 삶을 권장하지 않고 다그치고 몰아치는 사회와 등불 같은 스승도 없으며 가족도 공동체도 박살난 채 혼자 살아가기 각박한 세상.      


그러다보니 고통과 불안을 즉각 잠재워 줄 수 있는 페인킬러 같은 요법들이 통하는 것 같다. 이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고 깊게 울어 볼 연습부터 해야 한다.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팠던 내 이야기를 말하기에 한참을 망설였으며 남들 앞에 공개하기에 민망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누가 귀를 기울여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연애, 사랑, 이별은 문자가 발명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이어진 영원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서른여섯 살이 된 지금도 삶과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여전히 없지만 그럼에도 내 이야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무언가가 되고자 애썼지만,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져, 죽은 듯이 누워 있을 그 누군가에게, 물결이 되어 파도가 되어 가 닿기를. 나의 이야기가 너라는 존재를 만나서 우리가 여기 살아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Deep dive into me to the world          



2023년 6월 

정독 도서관에서 

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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