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한 직장에서 17년, 이직해도 될까요?
현재 회사에서 역량도 인정받고 있어서 부서장을 거쳐 임원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인지를 생각해 보면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그다지 흥미가 없고 재미, 보람이 없는 업무를 꾸역꾸역 해서 정년퇴직을 한다면, 나중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잘 살았다, 내 역량을 모두 발휘해서 후회가 없다.. 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 스타트업에 합류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닐까요?
스타트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20~30대가 주축을 이루는 스타트업의 환경을 고려하면 나이가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현재 갖고 있는 역량을 스타트업에서 그대로 살려 기여할 수 있다면 이직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안고 있는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으니까요.
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할 때,
채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나이 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합류 대상 회사의 성장 단계입니다.
초기 단계로 갈수록 나이 보다는 직무 경험과 역량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토스의 경우 2019년말 까지가 비교적 합류가능성이 높은 시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스타트업의 성장단계는 아래의 기사와 한국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더브이씨를 참고해 주세요.
하지만, 나이는 일반적인 기준일 뿐 그 기준이 반드시 나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조건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은 내가 만드는 것이니까요.
2.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PM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기존 직장에서의 경험이 IT 프로덕트를 만든 경험이 아니라면 IT스타트업에서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이직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합류한다면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합류한 기업 내에 내가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리더가 있다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직무를 바꿔 합류하는 경우라면 회사로서는 검증되지 않는 역량을 사야 하는 상황이니 채용을 결정하기 어렵고, 기존의 처우를 보장받기도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1) 시간을 두고 지원 분야에 대한 학습과 네트워크를 쌓아 이직을 시도해 보는 방법과
2) 지금 상태로 지원하고 싶은 스타트업을 리스트업해 지원한 후 채용 과정을 진행해 보면서 나에 대한 채용 시장의 객관적인 평가를 수집해 보는 방법도 판단을 현실화 하는데 유용합니다.
3. 금융권을 벗어나 미디어나 콘텐츠 분야로 이직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업무 역량과 경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금융 산업에 특화되어 있는 현재의 경험과 역량을 필요로 하는 콘텐츠 스타트업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 기업에서 일한 경력만으로 스타트업의 CFO로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더불어, 내가 헤비 콘텐츠 유저라는 이유만으로 콘텐츠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원한다면
조금 더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합니다.
취미와 일은 엄연히 다르고,
45세의 나이에 기존 경력을 버리고 이직한다면 새로운 분야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해야 하니까요.
만약
1) 콘텐츠 산업의 성장가능성에 확신을 갖고 있고
2) 나름대로 파악해 놓은 콘텐츠 산업의 페인포인트가 있어
3) 창업을 준비하려는 경우라면
처우를 양보해서라도 도전해 보아도 좋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리디북스처럼 이미 성장한 콘텐츠 스타트업 보다는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창업 준비에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좋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막연한 상황이라면? 이를 본업으로 삼기 보다는
1) 나의 전문성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보거나
2) 콘텐츠 기업 투자를 통해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며
가능성과 타이밍을 살펴보는게 좋습니다.
맛집, 여행, 콘텐츠 산업 분야는
대다수가 유저로서의 경험이 풍부한 산업이라 창업이나 이직을 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공급자로서 살아남기에는 정말로 만만치 않습니다.
4. 현재 경력을 살려 스타트업에 조인한 후 내부에서 경력 전환을 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금융권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라면
1)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2) 내가 맡은 일을 해내면서 스타트업 문화와 업무 방식을 익힌 후
3)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쌓아
4) 적절한 상황이 주어지면 기회를 잡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일의 기회가 생겨날 수밖에 없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직무 전환의 기회가 많은 편입니다.
채널톡에 마케터로 합류한 김지은님이 비즈옵스팀 리더로 직무를 전환한 것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였습니다.
나이가 적지 않고, 스타트업은 처음이니
스타트업 이직에 앞서 아래의 사항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1. 스타트업은 1년 내에 망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실험 조직입니다. 스타트업은 언제든 망할 수 있습니다.
토스도 간편 송금 서비스를 출시해 폭발적인 유저의 반응을 얻었지만 감독기관의 규제로 1년 동안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회사가 망한다면? 급여를 못 받거나 퇴직금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이 나에게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위험을 계산하고 재무계획을 세워두셔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40세 이후 스타트업 이직을 선택하신다면
'내 돈 들여 창업하는 대신 월급 받으며 배운다' 정도의 기대감이 적당하다고 조언합니다.
회사가 망해도 실력을 쌓은 개인은 더 좋은 선택지를 향해 커리어를 키워갈 수 있으니까요.
2. 스타트업에서는 승진 보다 이직이 가깝다
스타트업에서는
1) 기업의 성장 속도에 비해 인재가 성장하지 못하거나
2) 인재의 기대치에 비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 경우 서로 간에 불만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인재들은 6개월마다 이력서를 채우며 본인의 만족 상태를 점검합니다.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면 근무 기간을 연장하며 서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직을 선택합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면 스스로 내 커리어를 챙기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스타트업에서 커리어 목표에 따라 더 많은 선택지를 자유자재로 누리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3. 스타트업 도전을 위한 모험자본을 점검하자
스타트업은 잘 풀린다면 금전적인 성공과 커리어적인 성장까지 얻을 수 있지만
안정성이 떨어지는 선택지 인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직을 결정하기 전에
가정 단위의 재무적인 환경을 점검해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경력자의 스타트업 이직에는
"2년 동안 돈을 안 벌어도 괜찮은 상황인지" 묻곤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급여를 받긴 하지만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는 몰입해서 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부부 중에 한 명이 안정적인 직업환경을 유지하고
다른 한 명이 모험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이라면
안정감을 누리면서 모험의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 외벌이 가장인 분이
현 직장에서는 더 이상 성장가능성이 없다며 스타트업 이직 혹은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함께 현재의 자산을 살펴보니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
1) 생활비 증가로 인한 재무적 어려움과
2) 불확실로 인한 위험이 너무 크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본인이 직접 스타트업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하기 보다는
본인이 준비하고 있던 창업 아이템을 아내 명의로 시작해
일과 후와 주말 시간을 이용해 돕는 방법으로 시작해 보라고 조언드렸습니다.
로컬 창업의 경우 지원 사업을 활용하기도 좋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기에 좋은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커리어는 창업의 개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도
내가 가진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인생은 한 번 뿐이고
우리의 삶은 100세를 넘어 130세를 향해가고 있으니
더 오래, 더 즐겁게 나의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면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커리어를 설계해 보세요.
내 꺼 하는 재미는 삶에 커다란 생동감을 준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