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십 이야기
요즘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저 조차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학교 현장은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기 보다는 정치적 갈등으로 다시금 혼돈상황에 빠져든 것 같기도 해요.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이다보니 이러한 혼란이 당혹스럽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는 입시제도가 가져오는 혼란을 지켜보게 될 때마다 내 아이와 더 친하게 지내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우리 아이와 가족에게 가장 맞는 선택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결국, 아이의 행복을 가장 바라는 것도 부모이고, 선택의 결과는 온전히 우리 가족의 몫이니까요.
저는 요즘 사회초년생들이 일의 세계에 들어오는 과정을 돕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어요. 한 명, 한 명 귀한 집 자식들이고, 하나 같이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들이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합니다. 그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학교 공부)열심히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거든요. (물론, "그러니, 학교 공부 하지 말자"가 아니라, 성실함을 넘어서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로 이해해 주세요^^:;) 대한민국은 특유의 근면, 성실을 바탕으로 전쟁의 폐허를 빠른 시간 내에 이겨냈습니다. 배고픈 시절을 거쳐 산업화를 이뤄낸 부모님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녀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구요. 그렇게 투자한 덕분에 명문대학, 전문직 자격증은 주요한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작용했죠. 산업화시대를 이끌던 정부의 전략은 자원과 기회를 몇몇 기업들에게 몰아주며 대기업을 탄생시켰고, 그렇게 생겨난 대기업들은 대학 졸업생을 앞다퉈 채용했어요. 당연히 이러한 산업적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수많은 대학들이 생겨났구요. 이와 같은 산업화 시대의 경제, 사회 환경은 대학진학율은 70% 라는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에 이르게 만들었죠.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쳐 2000년 대에 들어서면서 "좋은 대학 = 좋은 직장" 성공방정식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얻기 어려워졌고, 대기업을 들어가도 불안한 미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거든요. 이 시점에서 누구든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다가올 기술혁명은 지금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을 점점 더 가속화할거라는 사실입니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보고서에 의하면 ‘2033년까지 현재 일자리의 46%가 사라질 것' 이라고 해요. 이런 이야기는 하도 들어서 이제 새롭지도 않죠. 결국, 우리 아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요.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회장은 강연에서 "잘 노는 아이가 성공한다"며, 부모 세대의 성공공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 인터뷰 기사 보기 )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준비해야 하는 아이들은 정해진 직업을 향해 달려가던 부모세대와는 그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아요. 공교육 현장도 자유학기제를 도입하고, 진로교육을 강화하는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내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바라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러한 노력들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져요. 세상의 변화에 대한 관찰이 학문적으로 정리된 후 이해관계자의 조율과정을 거쳐 현장에 반영되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현실과 간극이 벌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건 세상의 변화와 상관없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학교를 마치고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세상의 변화를 기민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어요. 학교에서 하라는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왔는데, 할 일이 없다는 건 억울하잖아요. 앨빈토플러가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회 주체별 대응속도를 자동차에 비유해 기업이 100마일로 달리는 자동차라고 하면, 학교는 10마일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라고 설명한 부분이 아주 직관적으로 와 닿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물론, 누구나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정답이란 애초에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자질과 역량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이전에 비해 중요하게 요구되는 역량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것이 변화된 환경 속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세상이 필요로하는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미래에 대한 수많은 억측과 상상 속에서 결국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뿐이니까요.
어떻게 해야 미래를 창조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문제를 두고 지난 10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그 결과로 앙트십스쿨( https://www.entshipschool.com/ )과 조인스타트업( https://www.joinstartup.co.kr/ )이라는 솔루션을 제시하게 되었죠. 앙트십스쿨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과서 안에서만 답을 찾지 말고, 직접 실행해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세상은 어떤 곳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 이예요.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하며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일에서 흥미를 느끼는지, 세상은 어떻게 교과서 속 세상과 다른지를 알아가게 된답니다.
그렇게 앙트십을 통해 나에 대한 고민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만난 친구들은 선명한 목표를 품고 열심히 공부해 기대 이상의 진학 성과를 내기도 했구요, 고등학교 졸업 후 스타트업에 취업하거나, 대학 진학 후 창업한 사례들이 생겨났어요.
앙트십스쿨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면서 만들게 된 또 하나의 솔루션이 조인스타트업인데요,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초기 벤처기업이라고 불리지만 저는 아래와 같이 조금 다른 의미로 정의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조직
스타트업 피플은
가치를 창조하며 살아가는 주도적인 삶을 원하는 사람들
스타트업이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앙트십(entrepreneurship, 기업가정신)"이 풍부합니다. 남들이 살아가는 대로 살기 보다는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려는 열망이 정말 강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앙트십과 스타트업의 관계를 앙트십은 토양, 스타트업은 열매라고 표현하곤 해요. 저는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스타트업에 가서 주도적으로 일하며 앙트십을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을 구체적인 서비스로 만들어낸 것이 조인스타트업이예요. 조인스타트업을 통해 만나게 된 이윤주님의 경우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윤주님이 끊임없이 세상경험을 통해 단단하게 성장해 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윤주님은 고등학교 시절 경제동아리등 다양한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해요. 공부만 하는 친구들을 보며 친구들과 성적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일정한 성적을 유지하되, 다양한 활동 경험을 쌓는데 시간을 투자하며 스스로 성장의 발란스를 찾아갔다고 해요. 본인은 '일'을 해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재밌고, 즐거웠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밸런스였다고 하네요. 윤주님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창업부터 시작해 다양한 경험을 이어갔고, 방학과 휴학 기간을 통해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 "일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찾아갔어요. 방송반을 했으니 미디어스타트업을 선택해 일해 봤지만, '일'로 만난 미디어의 한계를 알게 되었고, 콘텐츠를 좋아해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기획업무'가 재밌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나를 탐색하는 과정을 2년 넘게 지속하면서, 일의 경험이 쌓일 때마다 관심의 영역에서 끝나는 분야를 지워갔습니다. 그렇게 '나에 대한 탐색'을 뾰족하게 해가던 윤주님은 대학 마지막 학기에 이르러서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가방을 만들고, 판매했어요. 패션에 대한 관심과 메이커로서의 역량, 그리고 '내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창업 본능'이 결합된 결과물이었죠. 윤주님은 현재 기업에 취업해 성실한 사원으로 일하면서 두 번째 가방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앙트십은 창업가들에게만 필요하냐구요?
윤주님의 사례를 통해 힌트를 얻으셨을텐데요, 앙트십은 스스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야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요. 노래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가수로 살아갈 필요가 없듯이 앙트십도 마찬가지 거든요. 앙트십이 강한 사람들은 창업가라는 직업이 나에게 '딱 맞는 옷'일 수 있어요. 하지만, 창업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구나 학교를 졸업하면 스스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생활인에게 있어서 앙트십은 '자본주의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세상이 원하는 것을 쉽게 만들고, 팔 수 있게 되었어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대학을 떠나는 후배들에게 앙트십을 강조했어요. 부모님 세대는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는 삶을 살았지만, 본인을 포함한 밀레니얼세대는 한 직장에 매어 살아갈수도 없을 뿐 아니라, 무엇이든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앙트십을 발휘해 달라고. 본인 역시 어렸을 때부터 게임, 메시지서비스를 만들었던 경험이 페이스북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앙트십스쿨을 운영한지 7년째, 조인스타트업을 운영한지 4년째를 맞이하다 보니,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내 길을 찾아가는 인재들을 만나오게 되었어요. (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조인스타트업 블로그 참고 ) 그들은 저마다가 갖고 있는 역량과 환경은 달랐지만, 일관되게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고, 선택하고, 시행착오하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그들의 결정을 신뢰했다는 사실이예요. 마케터인 지인은 이런 친구들을 일컬어 "정서적 금수저"라고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저는 여전히 공교육의 역할을 지지하고, 공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딸아이가 행복한 초등학생 시절을 마치고, 중학생 시절을 거쳐 고등학교 입시를 마주하게 되면서부터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어요. 이대로라면 제가 '참 좋은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딸( 자세한 스토리는 요기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은 고등학교 3년 동안을 '멍 때리며' 보내야 하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지난 8월 여름방학을 마치고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맞은 딸은 집을 떠나 '거꾸로캠퍼스'라는 미래학교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로 했어요. 거꾸로캠퍼스는 학년도 없고, 시험도 없는 비인가 대안학교예요.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배우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고, 획일화된 시험 대신 개인 프로젝트와 팀프로젝트 수행으로 시험을 대신합니다. 기숙학교라서 딸은 일요일 밤 부터 금요일까지 집을 떠나 생활하는데요, 다행히 딸은 스스로 아침식사도 챙겨먹으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역시 새로운 교육실험이고 아쉬운 점도 많아 딸 아이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며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해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답니다.
부모가 알아야 우리 아이가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기 위해 낭비하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혼란한 입시제도에 휩쓸리지 않고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부모가 늘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며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부모가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살피고, 내 아이와 긴밀하게 소통하다 보면 '남들이 좋다는 길' 이 아닌 '내 아이에게 맞는 길' 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니까요.
너무 내용이 길어졌으니 급 마무리하며
교육부 미래교육 자문위원 자격으로 진행한 인터뷰한 영상을 소개해 드립니다( 쑥스럽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