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수능 시험을 보는 날,
딸은 오사카 한 달 살기를 하고 있어요.
8개월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딸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아
10대가 가기 전에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낯선 세상에서 살아보겠다고
오사카 한 달 살기를 준비했거든요.
그렇게 코로나로 막힌 하늘길이 열리길 오매불망 기다리다
뉴스가 나오던 날 숙소와 비행기 티겟을 끊었고,
그런 딸에게 엄빠가 해준 것은
이른 새벽 집 앞 공항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준 것뿐이었습니다.
딸이 그동안 해왔던 선택은
수능을 보는 친구들과는 조금 많이 달랐습니다.
이런 선택의 근간에는
"조금 달라도 괜찮다"는 엄빠의 지지가 있었지만
입시공부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는 딸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습니다.
"다름"은 "불안"을 동반하는터라
딸의 여정을 남들에게 감히 추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요.
수능을 본 친구들이
"수능"은 진짜 세상으로 향하는 작은 관문일 뿐
더 넓은 세상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그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엄빠들이 믿어주고, 기다려주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