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맥주, 하이볼을 모두 맛봤답니다
"스무 살"
억눌려있던 자유의 고삐가 풀어지는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간.
나의 스무 살은 대학 입시 실패로 재수생활과 함께 시작되었다.
찬 바람을 맞으며 집에서 학원까지 오가던 그 길이 얼마나 서러웠던지 아직까지도 희미하게나마 기억난다.
그렇게 시작된 스무 살은 재수생활을 함께 한 친구들과 함께 소박한 일상의 재미로 채워졌고,
이듬해 대학에 진학해 스무 살의 설렘을 맘껏 누릴 수 있게 되었다.
2023년을 맞는 우리 집의 빅 이벤트는 딸의 20대 입성이었다.
(만 나이가 시행되는 6월 이면 다시 10대가 되겠지만^^:;)
딸은 합법적으로 술집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누리겠다며 찐친들과 함께 술집 근처에서 대기하다
밤 12시 "땡"과 함께 술집 입성을 알려왔다.
8년 전 짐 정리에 동분서주해야 했던 이삿날, 딸은 저녁 식사로 때울 라면을 사기 위해 마트 심부름을 갔다.
딸은 이삿짐 정리로 고된 하루를 보낸 엄마를 위해 맥주 한 캔을 선물해야겠다는 애틋한(?) 마음을 품고, 라면에 맥주 한 캔을 더해 결제대에 섰다. 하지만, 엄마를 위한 애틋한 마음은 미성년자 대상 술판매 금지의 법적 제재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런 딸이 이제 합법적으로 술을 살 수 있는 성년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딸 찬스를 맘껏 누려야겠다(얏호!).
앞으로 딸이 써내려 갈 홀로서기의 역사는 또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질까.
난 딸이 내 인생에 찾아온 손님이라고 생각해 왔다.
딸의 인생에 쓸데없는 간섭을 하지 않기 위해 자제(딸 입장에서는 아닐 수도^^:;)것도 "손님"이라는 생각이 큰 도움이 됐다. 이제부터는 딸이 스스로의 인생을 찾아 언제든 내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살아야겠다(벌써, 울먹).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즐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