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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Mar 09. 2023

회사에서 경력을 뽑는 이유를 알 것 같아

딸이 동네 밥집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경력을 뽑는 이유를 알 것 같아"

대학 입학을 준비하며 자체 홈스쿨링 중이던 딸이 돈도 벌고, 사람도 만날 겸 알바를 해야겠다고 했다.


엄빠는 여느 때처럼 "그러든가 말든가"로 호응했고

(하란다고 하고, 하지 말란다고 안 하는 딸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딸은 알바 사이트를 탈탈 털어 

본인이 가서 "도와주고 싶은 가게(?)"를 골랐다.






딸이 고른 식당은 주인장이 장인정신을 갖고 음식을 만드는 곳이었다.

네이버 리뷰를 살펴보면 이벤트 따위는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리뷰들이 달려있다.

딸의 면접을 본 사장님은 딸에게

"그만두게 되면 꼭 미리 이야기해 달라"라고 신신당부를 했단다.

동네 밥집의 구인난이 절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딸은 인덱스숍 가족상비군으로 알바가 펑크 나면 언제든 달려와서 

커피 추출과 결제등 가게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단련되어 있다. 

알바 첫날, 딸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었지만 

알아서 서빙, 설거지, 결제의 기본 미션을 완벽히 소화해 낸 후 

사장님께 식당 온라인 채널을 정비해 보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알바 시작 시간 한 시간 전에 출근해 작업할 예정이고, 

자기가 해보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추가 근무 수당은 안 주셔도 되는데

빠른 피드백은 꼭 부탁드린다고 당부드렸단다. 


딸은 이번 기회에 

본인의 노력으로 가게가 얼마나 매출이 늘어나는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한다.

다만, 본인은 잠시 머물다 떠날 알바인지라 사장님이 원하는 바가 

"대박 맛집" 인지 "찐팬 맛집"인지에 따라 온라인 채널 운영 전략을 

달리 잡아야 할 것 같다며 고민 중이다. 


사장님은 

어디서 이런 알잘딱깔센 알바생이 굴러들어 왔나 싶으실 것 같다.

"다음 주에 뵙겠다"며 퇴근 인사를 건넨 딸은 

사장님께서 미처 감추지 못한 "아빠 미소"를 뒤통수로 느끼며 식당 문을 나섰다고 한다^^:;


뇨끼가 엄청 맛난 집이라는데 난 그동안 왜 몰랐을까.

딸 없을 때 함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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