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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Jan 21. 2023

대화의 밀도 : 나를 나답게 하는 말들

쿨내 물씬 류재언 변호사의 두 번째 책

7년 전 장단을 처음 만났을 때는 변호사 일이 너무 싫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 일이 너무 좋아요.


7년 전 류변은 글로벌 제약회사의 사내변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반은 직장인, 반은 변호사로 지내는 사내변호사의 일상은 그에게 답답함과 무기력을 안겨주었다.

그는 그런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도움 될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마켓인유 김성경 대표는 

"너 보다 먼저 변호사 그만두고 스타트업 창업한 선배가 있다"며 

류변에게 나를 소개해 주었고, 나는 그런 그를 만나 

독립해도 큰 일 안 난다

는 조언을 건넸다.


수많은 조언과 만남을 거쳐 류변은 직장생활을 떠나 독립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읽고, 쓰고, 말하고, 사람 만나길 즐기던 그는 

 "협상전문 변호사"로 브랜드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독립에 즈음해서 펴낸 책이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바이블"이라는 책이다. 

사실, 나도 로펌에서 일하다가 협상과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찾아

  협상 전문 교육 기관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이후 나는 협상을 실무에서 활용하는 창업을 선택한 반면 

류변은 협상 책을 쓰고, 협상 강의를 하면서 변호사 업무를 병행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변호사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스타트업 투자를 하던 류변은 

플로리스트인 동생을 통해 꽃배달 시장을 접한 후 

디어플로리스트라는 플로리스트 대상 꽃배달 서비스를 창업했다.


변호사와 창업가 사이를 오가는 마흔 살 류변에게 일은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숙제"가 아닌 

"힘들어도 해내는 즐거움과 보상을 누릴 수 있는 친구" 다.


그런 그가 협상이라는 일의 언어를 대화라는 일상의 언어로 확장시켜 

펴낸 책이 대화의 밀도다.

담백한 글과 소소한 행복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그의 책에서 유난히 아름다웠던 장면은

결혼식을 마친 후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채로 평소 데이트를 즐기던 대학로를 활보한 후 

즐겨 찾던 포장마차에 들어가 

"어머니 저희 결혼했어요"를 외치며

멸치국수를 주문하는 장면이었다. 

살뜰하게 사랑하고, 알뜰하게 살아온 이들의 모습에 보는 나도 행복해 눈물이 맺혔다. 


저자가 책날개에 써둔 대목이지만 아래 대목도 좋았다.

"교수님,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검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하신 후 변호사로서도 승승장구하고, 

인권 변호 활동과 지역사회 마을 도서관 짓기 운동을 펼치고,

이후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소위 말해 '성공한 삶'을 살고 계시는 교수님은 

왠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실 것 같았다. 

교수님은 소주 한 잔을 일에 털어 넣으시더니,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재언아, 내가 생각하기에 성공한 인생은 진심을 많이 나눈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의 조언대로 류변은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 진심을 듬뿍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그가 나누며 살아가는 진심의 파장이 향긋해 

나의 진심은 어디쯤 머물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조직적 지원을 받는 대형 로펌에 변호사들과 달리 

독립 변호사의 일은 1인 창업가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들의 일은 유시민 작가님의 표현대로 '지식소매상'으로 살아가며

스스로 고객을 유치하고, 일을 해낸다. 

스타트업 창업 경험이 있는 류변은 

변호사 일도 강연도, 책출간도 창업가처럼 해낸다. 


그런 그가 펴낸 두 번째 책은 온전히 기획부터 출판,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해냈다. 

1인 출판사를 만들어 스스로 기획해서 글을 쓰고

교열, 교정 전문가, 북디자이너, 온라인 콘텐츠 제작 전문가들을 섭외해 책을 펴냈고, 

번거로울 수 있는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라고 말한다. 


다양한 도구와 자원을 활용할 줄 아는 스마트한 개인에게 오늘날은

조직의 도움 없이도 풍요롭고,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다.

스스로 만들고, 파는 류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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