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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Feb 05. 2023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의 일 이야기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책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발췌해 정리해 보았다. 


*초록색이 책의 본문 내용


이 책은 

아버지 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는 우리 시대 일에 관한 이야기다. 

정박지를 찾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나의 일을 규정하며 살 수 있을지 묻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시대 일에 대한 우리 마음이 모순투성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사이 '위로 올라가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 '멈춰 서거나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로 변화했음이 수치로 확인됐다"라고 말하는 기사도 있었다. 

중산층은 야금야금 줄고 빈곤층은 늘어나고 있다. 별 이론의 여지가 없는 내리막 세상이다. 

성실하기만 하면 주어지는 오르막의 전망으로 일의 보람을 최소한이나마 보장받던 시대는 끝났다. 

지난 30년 동안 대학진학률의 변화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변화와 궤를 함께 한다. 

1990년 27.1%에 불과하던 대학진학률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2008년 80%를 넘어선 후

2010년 이후 70%대에 머물고 있다. 

오르막 열차에 몸을 싣고 살았던 부모님 세대와 달리 

내리막 열차에 몸을 싣고 살아가는 우리 세대는

내가 어떤 열차를 어느 타이밍에 타야 하는지, 

또 언제 내려야 하는지, 

어떤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먹고사는 일" 외에는 신경 쓸 이유도, 여유도 없던 부모님 세대와 달리  

우리 세대에게는 "죽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일을 좋아하지만 일만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돈을 잘 벌고 싶었지만 돈이 아니라면 의미 없을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배울 것이 있는 일에 구미가 당겼지만 너무 어려워 실패가 뻔한 일은 싫었다.

모두에게 열심을 다그치는 세상에 화가 나지만 더 잘하고 싶어 자신을 다그치기도 한다.

모순투성이 마음인 걸 안다.

그 속에서 균형의 지점을 찾아내려고 여전히 씨름 중이다.

이 씨름은 일하면서 살아가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일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려면


직업으로서의 일에 대한 만족감을 좌우하는 요소는 크게 아래 3가지로 볼 수 있다. 

1. 수익

2. 성장(전문성)

3. 쓸모(자기만족, 사회기여)


직업으로서의 일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진다면 

위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나에게 위 요소들의 우선순위는 어떠한지 파악해 보아야 한다. 


우리에겐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걸음마를 떼는 아기처럼 차근차근 연습해 나가야 한다. 

내 안의 욕망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그 욕망들의 우선순위를 이해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조금씩이나마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자신만의 우선순위에 따라 

스스로 '나의 일'을 정의하는 데서부터 조금씩 내 일의 주인 자리에 가까워진다. 

번역가 정영목은 출판 편집자 사이에서 믿고 맡기는 번역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직장을 나온 뒤 돈을 벌기 위해 학원 강의와 과외, 번역일을 했다. 

하지만 가르치러 왔다고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일이 싫어져서 과외는 그만두고 수입은 시원치 않지만 번역만 하게 됐다.


번역가 정영목에게는 자기만족이라는 요소가 중요했고, 

자신의 기준으로 선택해 20여 년을 번역가로 일하면서 전문성을 쌓아갔다.

전문성이 쌓여가면서 원하는 책을 골라 번역할 수 있었고, 

원하는 책을 골라 번역하니 "번역자"로서의 일에 더 큰 만족감을 누릴 수 있었다. 


직업은 근본적으로 남을 위해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다. 

'남을 위하는 일'이 '나에게도 좋을' 가능성은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직업으로서의 일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 일의 조합을 살펴 불만족을 줄이고, 만족을 키워가는 조정과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근사한 부표를 좇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일 수도 있다.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이 한 가지 일에 무조건 몰입감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다. 

내가 어쩔 수 없이 택했던 전략은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피하는 것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대안 중에 절대적으로 싫은 것을 피해 가며 살아왔다.

그렇게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알아가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이 무엇인지 조금씩 뚜렷해졌다. 그리고 그 조합이 하나의 변치 않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은 

그 일이 놓인 조건

일이 포함하는 다양한 활동

그 안에서 맺게 되는 관계를 아우르며 총체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일이 놓인 조건에 만족하는 것과 일 자체에 만족하는 것은 다르지만 그 둘은 늘 서로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나는 창업가라는  나의 일에 비교적 만족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뭉뚱그려 "내 일을 좋아한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에는 내가 좋아하는 부분과 싫어하는 부분이 뒤엉켜있다.

일의 본질과 함께 일의 조건과 환경은 일에 대한 만족감에 영향을 준다.

지금 현재 내가 하는 일의 본질에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지만, 

일의 환경과 조건이 달라지면서 내가 느끼는 만족도가 달라졌다. 

이는 창업가로 살아온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좁혔고, 

조직을 최소화하는 대신 협업의 범위를 넓힌 결과다. 


"그 일의 무엇이 좋고 무엇은 싫은데, 이런 조건에서는 그 일이 좋다" 정도로는 말할 수 있어야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찾은 나름의 해결책은 내 일을 포트폴리오처럼 꾸려가는 것이다. 

고정된 일자리는 소외를 일으켰지만 안정성을 주었다. 반면, 일의 포트폴리오는 각 주체의 재능, 

심지어 숨겨진 재능에까지 가치를 부여해 주지만 불안정성을 일으킨다. 


저자는 리처드 세넷의

"안락한 평생직장보다는 변화무쌍한 가능성의 세계에 투신하는 것이 오늘날 성공한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 

이라는 말을 인용해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종류의 정박지를 마련해 낼 상상력과

직업적 분열을 이어 붙일 새로운 상상력

새로운 정박지를 향하는 이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내리막 세상 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의 소멸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더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부모세대와 같이 패달의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얼마가지 않아 엔진 과열로 폭발하는 재앙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복합위기를 맞이하는 지금의 세대에게는 

부모세대와는 다른 셈법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대기업의 풍요를 누리는 소수의 개인 혹은 강한 개인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될테니까. 


맷집이 좋은 이라면 

무한경쟁에 뛰어들어 패달을 밟아 최고봉에 올라 안정과 풍요를 누릴 수 있다. 

무한경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욕망의 크기를 줄여 생존하거나 경쟁의 빈틈을 노려 나만의 길을 개척해 살아갈 수 있다. 

후자를 선택한 경우라면, 저자가 언급한 "직업적 상상력"이 생존의 무기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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