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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Feb 02. 2023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의 함정

나는 딱 맞는 일을 해야 행복한 사람일까? (적합이론가 Vs 개발이론가)

Chat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먹어치울 것이라는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위협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최고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직업인으로서 최고의 만족감을 누리며 살아갈 있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에 공감한다.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투자해야하는 "일"이 지겹고, 힘들기만 하다면 한 번만 사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


하지만, "좋아하는" 이라는 감정을 채우는 요소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그 일이 무엇이든 좋은 사람도 있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어야 좋은 사람도 있고, 

가치를 실현해야 좋은 사람도 있다.


"좋은"의 의미에서부터 각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짚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일" 이라고 하면 나의 "적성에 맞는 일"로 한정해 볼 수 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면 그 일을 더 잘 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면?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적성에 맞는 일'을 일찍 찾는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과정을 통해 만족하고, 돈을 벌며 살아간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돈과 동예까지 따라오니 그렇게 말하는게 당연하다. 

연 매출 1조의 미술 작품 거래상 래리 가고시안의 말처럼

잘하고 싶어 노력해서 큰 성공을 하게 되는 선순환 루프를타며 살아가니 

남들도 그런 기쁨을 맛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스티브 잡스 역시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라고 조언했다. 

그 역시 자기가 누린 일에서의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길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처한 현실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이니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내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사실, 세상이 돌아가는데 필요한 대다수의 일은

"정해진 일을 정해진 만큼 하면 되는 일"이 대다수에 해당한다.

정해진 일이 정해진 방식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주를 이루는 공공조직은 

이를 통칭해서 '행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행정업무를 잘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최고의 역량은 근면, 성실, 정직이다.

하지만, 행정업무와 달리 창업가 또는 창직자, 창작자의 일은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적 특성을 갖고 있고, 

그런 만큼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페트리샤 첸 박사는 사람들이 일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를 기준으로  

개발 이론가(develop theorist)와 적합 이론가(fit theorist)로 나눈다.


개발 이론가들은(용어가 어려우니 편의상 "차차형" 이라고 하자)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한 후에 점자적으로 열정과 몰입도가 상승하는 사람이다.

개발 이론가들에게는 

일의 종류보다는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받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더 중요하다.

오랜 기간 동안 노하우를 쌓아가는 유형이기 때문에

갑자기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적합 이론가들은(용어가 어려우니 편의상 "딱형" 이라고 하자)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만났을 때 열정이 샘솟는 사람이다.

적합 이론가들에게는 직무 변경이나 다양한 시행착오가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기회로 작용한다.

적합 이론가들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너무 좋고, 너무 싫은 게 분명한 사람이라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온 힘을 다해 노력을 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태만하는 모습을 보인다.


페트리샤 첸 박사는 서로 다른 두 유형의 사람들을 장기적으로 추적한 결과

직업만족도와 업무성과에 있어서는 두 가지 유형에 따라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페트리샤 첸의 논문은

"어떤 일이 더 좋은 일이냐" 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이냐"를 먼저 고려해

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위 이론에 따르면,

차차형인 경우 

안정적인 수익과 근무 여건을 누릴 수 있는 대기업이나 전문직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딱형인 경우라면

정해진 일을 정해진 방식대로 해야 하는 업무 환경 보다는

불안하고, 불확실하더라도 주도권과 자율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미술 작품 거래라는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한 가고시안의 경우는 딱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액자 가게 주인에서 갤러리 주인을 거쳐 미술 작품 거래상으로 성공하는 과정에서 가고시안은

정해진 성취를 이뤄가는 대신 닥치는 대로 기회를 찾고, 잡고, 키워갔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작자 혹은 창업가들은 딱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나에게 딱 맞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시행착오 과정에서의 혼란과 위험을 감수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차차형이든, 딱형이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열정, 집중력, 노력

을 발휘했음은 물론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차차형에 해당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과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데 투자하는 게 좋다.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의사, 약사와 같은 전문직이나

안정적인 조건을 누리를 있는 대기업, 공공기관이 이에 해당하고

다수가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약간의 에너지를 나눠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일"에 투자해볼 필요가 있다.

가만히 있으면 영영 좋아하는 일을 하는 짜릿함을 평생 누리지 못할테니 말이다. 


내가 딱형에 해당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맞는 일이 아닌 경우

개인적인 좌절과 업무적인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딱형의 경우는 일의 종류 뿐 아니라 일의 환경 또한 만족감에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키크니 작가는 직장인으로 일할 당시에는 심한 좌절감을 느꼈지만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올린 후 팔로워들과 소통하면서 일하게 된 후에는 

전혀 다른 삶의 에너지를 누리면 살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생각해 보아야할 지점은 

인공지능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인간의 일을 먹어치운다는 사실이다. 

내가 차차형이든, 딱형이든 할 수 있는 일의 모수가 줄어든다.

단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웬만한 사람 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인공지능이 못 하거나, 인공지능을 "잘" 이용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 해당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또 다시 이야기가 길어지니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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