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사를 결심하고, 오늘 다시 일하기로 한 K
"대표님, 잠시 통화가능하실까요?"
새 직장으로 출근한 지 일주일이 지난 K가 메시지를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받게 되는 메시지는 "부정적인 시그널"이다.
"뭔가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냉큼 연락했다.
이후로 이어진 40분간의 통화.
완벽주의자인 K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하나도 못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렇게 일 못 하는 사람이 아닌데, 왜 그러는지 본인도 모르겠다며
심장이 벌렁거려서 출근을 못 할 지경이라고 한다.
나는 "일 보다 삶이 더 중하니" 건강을 챙기라고 답하며,
지금 하는 일에서 비전을 못 찾겠는 건지,
상황이 힘든 건지 갈라보자고 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지금 하게 된 일은 그동안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일인데
낯선 환경에서 마주하게 된 압박감이 큰 상황이었다.
이전 직장에서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직속 상사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을 받아 해결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두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지금 포기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으니
이번에도 직속상사에게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음을 솔직하게 전하고
시간을 달라고 제안해 보라고 조언했다.
어떤 기업이든 애써 채용한 사람이 퇴사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3개월의 수습기간을 두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하기 위해서다.
적응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내치는 사람도 없다는 걸 알려주면서.
결국, k는 한 번 더 용기를 내 보기로 하고 통화를 마쳤다.
난 하루 종일 k의 하루를 상상하며 보냈다.
K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가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생각하면서.
내 일은 이렇게 타인을 위해 온 신경과 마음을 쓰는 정신노동이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쓰느라 진이 빠지기도 한다.
K와 같은 친구를 더 잘 살피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저녁 9시가 넘어갈 무렵, K에게서 톡이 왔다.
"대표님 덕분에 한고비 넘겼습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다시 기회를 주고, 역할분담도 조정해 계속 일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심약한 모습을 아는 분이 한 명 더 생겨서 창피하지만, 제 마음은 더 홀가분해졌습니다.
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도움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대표님이 붙잡아 주셔서 살았어요 ."
휴... K가 고비를 넘겼다는 소식에 긴장이 풀려 동네를 무작정 걸어다녔다.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서툰 시절이 있다.
그 서툼에 빠져있을 때는 정말 한 치 앞이 보이질 않는다.
나 역시도 오래 전 서툼에 빠져 절망한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아픔이 너무 컸기에 지금의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애써 살아낸 모두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