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대학을 졸업한 후 창업만 2번 했다.
한 번은 실패. 한 번은 지분 엑싯
뭐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
기회가 닿아 대기업 사업전략 부서에 합류해 일하게 되었다.
대기업 생활 8개월 차
스타트업에서라면 아이디어 검증을 끝내고
사업을 뒤집든, 고고씽하든 충분한 시간인데
대기업에 합류하고 보니
정성껏 만들어 올린 기획안이 상급자들의 책상투어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물경력 되는 거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나는 아직 일할 날들이 많이 남아있는 그에게
( 2번의 창업을 경험했지만 30대 중반)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게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히고, 역량을 키워보기 위해
당장은 답답하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더 깊이 지금의 상황을 즐겨 보라고 조언했다.
대기업은 불황의 늪을 어떻게 헤쳐가는지
조직의 불합리와 압박에 대기업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이 되게 하려면 나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돈 받으며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니 버리지 말고 잘 활용해 보라고.
미팅을 마친 후 그가 메일을 보내왔다.
"따끔하고, 따뜻한 조언 고맙습니다.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 졌어요."
작은 스타트업은 변화에 민첩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실패의 가능성도 크고, 임팩트가 적은 경우가 많다.
대기업은 굼뜨고, 느리지만
성공하는 경우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창업 경험이 있는 인재들이
대기업에 합류해 인내의 변곡점을 잘 보내면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10년 동안 창업가로 일하며
돈도, 사람도 부족해 갈증을 느껴야 했던 J가
대기업에 합류한 후
물 만난 고기 마냥 일하는 것도 오랜 갈증의 경험에서였다.
창업의 경험이 실패든, 성공이든
대기업들이 그 경험을 귀하게 여겨주면 좋겠다.
스타트업 사람들은 대기업 구리다고 욕하지 말고
창업해서 얻은 역량을 차곡차곡 쌓아
대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더 큰 꿈을 이뤄내면 좋겠다.
우울한 소식이 도처에서 들리는 요즘이다.
인생은 실전이고, 사업은 전쟁이니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우리 함께 이겨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