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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Apr 15. 2020

남 보다 잘하기 위한  경쟁이 아닙니다

내 일을 만나는 커리어 가이드

로스쿨 졸업생을 대신하는 AI변호사


2019년 8월 대한민국 최초로 법률 AI 경진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회는 6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참가팀이 제시된 근로계약서 3건을 분석해서

1) 법률과 판례에 근거해 법적으로 잘못된 내용에 대해 지적한 후

2) 보다 나은 계약서 구성을 위한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고

3) 누락된 내용을 보완해 작성한 완성본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참가팀에 대한 평가는

1) 정확한 독해 2) 신속한 분석 3) 적정한 구성 및 표현 등을 기준으로 하되 법령과 근거, 핵심 키워드 등을 추가할수록 가점을 받는 것으로 했습니다. 경진대회에는 1) 변호사와 AI협업팀 2) 일반인과 AI협업팀 3) 변호사들로 구성된 팀들이 참여했습니다. 경진대회 진행 결과는 예측했던 대로 변호사와 AI협업팀의 압승이었습니다. 법률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는 법률과 판례분석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사람이 전적으로 맡아서 하는 대신 정형화된 업무처리에 AI를 활용하는 경우 업무처리 시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위 경진대회에서 주어진 미션에서라면 근로계약서상 계약기간의 유효성을 검토하거나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과정을 AI를 활용해 처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물론, 정형화된 업무 이외에 검토된 자료를 바탕으로 고도의 전문화된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현상을 통해 주목하고 준비해야 할 부분은 인간의 일 중 단순,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식인의 일은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고, 그 비중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대형 법무법인 베이커 앤드 호스테틀러는 2016년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는 대신 `인공지능(AI) 변호사`를 채용했습니다. 로봇 변호사 `로스(ROSS)`는 사건과 관련된 판례 수천 건을 수집해 분석한 뒤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골라내는 일을 맡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로스쿨을 갓 졸업한 초보 변호사들이 맡던 업무였지만 이제 AI가 대체하게 된 것입니다.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소프트웨어


2017년 골드만삭스는 600명에 달하던 주식 매매 트레이더를 2명만 남기고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들이 하던 역할은 자동 거래 소프트웨어가 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의 외환 거래 부서에서는 네 명의 딜러가 담당하던 업무를 한 명의 컴퓨터 엔지니어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는 시시각각 변하는 외환·선물시장 동향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딜러들이 거래하던 방식에 가장 근접한 알고리즘(Algorithm·컴퓨터로 작동하는 논리 공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제 3만 5000명에 달하는 골드만삭스 임직원의 4분의 1 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869년 설립되어 150년이 넘는 세월을 버티며 금융제국을 만들어낸 골드만삭스는 이제 IT기업으로 체질을 바꿔가고 있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가 운영하는 ‘마르커스’라는 온라인 신용 대출 플랫폼은 사내 벤처로 시작되었습니다. 마르커스는 대출받을 만한 고객을 데이터로 추려내 이메일을 보내 대출상품을 알리고, 웹사이트와 모바일을 통해 대출을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마르커스는 운영의 전 과정을 단 1명의 담당자도 없이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IT금융기업으로 체질을 바꿔가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공격적으로 IT금융서비스를 인수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분석 회사인 데이터마이너, 온라인 자산 관리 서비스 어니스트달러,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켄쇼테크놀로지, 빅데이터 솔루션 업체 안투잇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금융기업이 IT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골드만삭스와 달리 IT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한 사례가 카카오뱅크입니다. 네이버 역시 본격적이 금융업 확장을 위해 네이버패이를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독자 회사로 분리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일반 금융 기업과 달리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지점이 한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기반의 금융 기업에 비해 CS 운영에 대한 부담이 큰 편입니다.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서비스의 특성상 수많은 고객들의 니즈를 대응해야 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단이 챗봇입니다. 카카오뱅크는 365일 24시간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시적인 고객 문의 중 30%가량이 챗봇 단계에서 걸러진다고 하니, 문의하는 고객과 운영자 입장에서 모두 윈윈 하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물론, 인간의 일이 줄어드니 기술을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챗봇 서비스를 통해 불필요한 인간의 일을 줄여, 더 비중 있는 일에 인력이 투입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정형화된 질문에 대해서는 챗봇 대응이 가능하지만, 비 정형화된 업무는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먹어치우는 인간의 일은 법률, 금융에 한정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도의 창의력이 발현되는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음악도 작곡하고, 그림도 그려냅니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음성인식 기술은 막내 사원이 맡아하던 회의록 작성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2017. 3. 23)

   실제로 19세기 초반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 섬유기계를 파괴하며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굴삭기의 출현을 비웃던 노동자 존 헨리는 굴삭기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후 사망하는 비운의 역사를 남기기도 했고요. 이제 우리의 일상은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며 빼곡이 채워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으로 다가온 기술의 진화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물론, 이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도 개인적 차원과 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다각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covid19로 한층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느껴지게 된 기본소득과 로봇세 부과 등은 정책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국가저 대응이 이루어지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늘 하루가, 당장 내일이 다급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국가적 대응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변화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개인적 차원에서의 대응을 해나가야 합니다. 전문가들마다 다소 다른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지만, 결국엔 1) 인공지능을 만들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거나 2)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거나 3)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의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선택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2)와 3)의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재빠르게 준비해야 불확실하고도 불안한 시대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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