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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Jun 25. 2023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독문학자, 전영애

강화 북스테이 시점에 다녀왔다.

책방 시점은 강화를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부부와 아내의 친구가 함께 힘을 모아 마련한 공간이다.  



책방지기 돌김은 시점을 만들기 전에는 지역 언론사와 한살림에서 일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수레바퀴 속에서도 "탐욕스럽지 않게" 살아가기 위해 애썼던 책방지기 돌김은

책방을 찾는 고객들의 관심사와 고민의 결에 따라 책처방을 건네기도 한다. 

"일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은 파도, 파도 흥미로운 주제라는 내게 돌김은 

전영애 교수님의 책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를 추천해 주었다. 


책방지기의 추천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기 시작한 책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엄밀히 말하면 신선한 충격의 대상은 "책" 자체 라기 보다는 "저자의 삶"이었다.  

평생을 책 속에서 진리를 탐구하며 살아온 저자는 무릇 "학자의 삶"이란 무엇인지

"학자의 삶"에 "교육자의 삶"이 더해졌을 때 어떤 향기를 더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분이셨다. 


진리를 탐구하는 삶이 이토록 아름다운 거구나


"교수"라는 "업"을 통해 내가 이룬 것과 가진 것들을 세상에 모두 내놓으며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내 직업의 본분에 다하는 삶이 이를 수 있는 경지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70세가 넘어서도 환한 미소로 세상을 품고, 은퇴 이후 자신의 직업은 "박수부대" 라며 

나는 필요한 것이 없으니 "다 주고 떠나겠다"는 노교수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더 갖기 위한 고민"으로 시간을 채웠던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괴테가 60년의 시간을 들여 쓴 파우스트를 

40년의 시간을 들여 번역했다는 교수님은 

지친 젊은이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괴테하우스"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붙들어 매지 말고 날아갈 수 있는

자기가 설 수 있게 뿌리내릴 수 있는 힘 

단 2가지 뿐이라는 교수님의 말씀도 인상적이었다. 


괴테의 주옥같은 문장을 교수님의 시선을 통해 만나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이다.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시간이 나의 재산, 내 경작지는 시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건 초조

더더욱 쓸모없는 건 후회

초조는 있는 죄를 늘리고 

후회는 새 죄를 만들어낸다."


"오늘과 내일 사이에는 

아직 긴 시간이 있다.

처리하는 법을 빨리 배우라 

졸리기 전에"


"아리따운 인생을 짜 맞추어 가지려거든

지나간 일을 두고 근심해서는 안 된다.

극히 작은 일이 그대를 분명 언짢게 하겠지만 

늘 현재를 즐겨야 한다.

특히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되며

미래는 신에게 맡겨야 한다."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

결코 성취하지 못하며

자기 자신에게 명령하지 않는 자

언제까지고 종이다."


"최해야 하리, 우리 모두

술 없이도 취하는 게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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