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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Jun 26. 2023

돈으로 살 수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어피티 북클럽

변호사로 일하고 보니, 변호사는 "상대적 진실을 파는 직업"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변호사의 일이란 객관적 진실을 탐구하는 대신, 돈을 준 의뢰인의 이익과 주장을 법이라는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적 정의를 지키며 일하는 직업이라는 기대치는 시간이 흘러 '돈' 이라는 현실 앞에 희미해진다. 

나는 비교적 이러한 불편함을 일찍 발견했다. 

그래서 '정의'가 아닌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창업가로 일한 후에 

'돈'이 라는 현실에 무릎꿇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변호사라는 자격증을 사용해도 좋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런 생각으로 닿게된 곳이 '스타트업' 이라는 행성이었다.

자원도, 사람도 부족한 스타트업 이라는 행성에서는 '혁신성'이 가장 큰 성공의 요소로 작용한다. 

'혁신성' 으로 생존을 만들어야 하니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도 자원도 부족한 스타트업이 생존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결정적인 성공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트업 역시 예정된 시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 혁신성 보다 좀비력으로 버티고, 서로간의 갈등으로 뽀개지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기업들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지켜 

세상이 필요로하는 것을 만들어내면 자부심과 돈을 모두 갖게 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우리나라의 다음커뮤니케이션, 네이버, 카카오의 초기 모습이 그러했다. 

물론, 이들도 빅테크 기업이 되면서 불공정의 요소들이 더 커지는 사이클에 접어들게 됨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열정적으로 함께 하며 살아가다보니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스타트업은 벤처라는 이름을 대신하는 혁신기업을 칭하는 용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와 유동성 위기로 돈줄이 말라가다 보니,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보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혁신을 외치며 멋지게 등장했지만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도 생겨났고, 

여러가지 법적 분쟁에 시달리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돈은 우리에게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 주는 고맙고, 대견한 존재다. 

하지만, 그렇게 고마운 돈이 내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영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나에게서 '감사하는 마음'을 빼앗아간다. 

허기를 채워줄 음식에 너무나도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했는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는다. 

개인도 이러할진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로 확장해서 바라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흘려 얻어낸 것이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공공서비스는 우리의 삶 곳곳에서 우리의 삶을 지탱해준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내 일상의 온기를 채워주고 있지만, 

우리는 그 고마움과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한채 팔아넘기고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돈으로 살수없는 것들"은 우리가 돈에 팔아넘겨버린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어피티 북클럽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지만, "돈"에 쓸려 정작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던 나의 일상을 다시금 재정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었다. 


북클럽 독후감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1.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거래되는 사례를 관찰하거나 경험한 적이 있나요? 그러한 모습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어느 날 지하철 역에 기업명이 써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하철공사가 '묘안'을 발휘했구나 싶었다. 자본과 노동의 투자없이 이름을 덧붙여주는 것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니, '진작 하지 그랬니' 싶었다. 그렇게 나는 지하철역명에 기업 이름이 붙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고 보니, 명명권의 거래로 우리가 누리던 '공공성'이 팔려나가고, 종국에는 사람들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모두 돈으로 치환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별다른 의식 없이 팔아넘긴 공공적 가치는 결국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버린다. 정의를 팔아 부패한 일상이 만들어지면 그 피해는 나 그리고 우리 사회, 인류에게로 확산될 수 밖에 없다. 


건강한 사회는 '돈' 이면 다 되는 사회가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할 줄 아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는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 삶에서 돈으로 해결할 것과, 해결하지 말아야할 것들을 분별해낼 때 내 인생은 향기로 채워질 것이다. 


2. 나에게 ‘돈’이란 무엇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화폐로서의) 돈‘을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세요.

나에게 '돈'은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 이다. 


기업은 '문제해결조직' 이라는 인터뷰가 '기업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다' 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공개된 적이 있다. 인터뷰 내용을 왜곡하는 제목일 수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내용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제목을 달고 싶다는 제작진의 의도에 동의한 결과였다.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은 내용을 살펴보지도 않은 이들의 분노와 적대감을 유발했고, 우리 팀원들은 분노한 이들이 남긴 댓글에 분노하며 대댓글을 달기도 했다. 기업은 누군가의 고통과 필요를 해결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댓가를 받고, 더 큰 필요를 해결한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기업의 본질이 '고객의 문제해결' 이라는 주장은 경영학의 대부 피터드러커가 역설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접하게 된 기업들은 끊임없이 고객의 의견을 듣고, 반영한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 이지만 나는 내 그릇에 맞게, 내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과 개인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을 준다고 해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기업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가치와 이윤이라는 접시를 동시에 돌리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한다. 나는 나만의 접시돌리기가 더 큰 행복의 동심원을 만들어 낼 때까지 '돈'을 위해 '가치'를 희생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지켜갈 것이다. 


4. 도덕적 행동과 돈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일까요? 도덕적 행동과 돈의 관계를 이상적으로 지켜가고 있는 사람, 기업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나요?

법조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전관예우는 도덕적 행동과 돈이 대립하는 관계에 해당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도덕적 행동과 돈이 얽혀 돌아지만, 돈과 도덕적 행동이 함께 갈 때 우리 인류가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했던 김장하 선생님과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돈이 도덕적 행동과 함께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김장하 선생님은 한약방 운영을 통해 번 돈을 아낌없이 지역 사회에 후학을 위해 사용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본인의 행동이 알려지는 것 조차 꺼려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쌓이며 만들어낸 이야기에 사람들은 "진짜 어른"의 모습이란 "내 것"을 내어주는 삶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지분을 모두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의 선택은 "왜 기업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도록 해주었다. 파타고니아는 산을 좋아하는 이본 쉬나드가 바위에 상처를 덜 내며 등반하기 위한 필요에서 시작되었다. 시작이 그러했듯 파타고니아의 성장 과정은 이러한 창업자와 공동체의 의견을 반영한 행보를 담고 있다. 우리 제품을 사라고 다그치는 대신, 고쳐 입으라고 안내하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해관계자의 일방적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그렇게 회사라는 이름으로 이루게 된 성공의 결과물을 다시 지구에 돌려주는 결정을 하고. 


나는 김장하 선생님 그리고 이본 쉬나드와 같이 내가 이룬 것들을 세상과 함께 나누는 것이 돈과 도덕적 행동이 함께 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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