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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Apr 18. 2020

캔자스 대학에서  영화이론을 공부하게 됐어요

커리어 체인지 : 내 일을 만나는 선택

작년에 대학원을 준비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가을부터 University of Kansas에서 석사를 시작할 예정이에요.
전공은 Film and Media Studies입니다.


 저는 조인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내 일 하며 살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는 청춘들을 만나왔습니다. 얼마 전 제게 대학원 합격 소식을 전해준 정경민도 유난히 반짝이는 열정을 갖고 있는 친구였어요. 그래서 가끔씩 소식을 전하는 그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건네곤 했습니다. 대학 시절 영화 동아리 활동을 했던 그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남다른 기쁨을 느끼는 친구였습니다. 그런 그가 선택한 첫 직장은 원격 퍼스널 트레이닝 솔루션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엔핏이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운영 업무를 맡는다는 건 작은 창업을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우리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과 소통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것이 없는지 살피고, 다시 찾게 만드는 것 역시 운영자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특정 스킬셋을 갖춰야 하는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일의 시작은 운영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하곤 합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주요 업무가 운영이기도 하고요.


 정경민은 그렇게 작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고객 응대부터 파트너 관리, 조직 운영까지 큰 기업에서라면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두루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뭐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에게 무엇이든 일의 경험을 통해 '나와의 대화'를 해보라고 권하는데요, 그는 이렇게 일의 현장에서 세상과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항해를 떠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을 무렵, 저를 만나 새롭게 시작할 항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요. 저는 그가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여전히 즐긴다는 점, 그 일을 더 잘해보고 싶어 한다는 점을 고려해 '고객 경험 디자이너'라는 직무를 더 파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습니다. 그는 다양한 스타트업과 기업들을 살펴보며, 고객 경험 디자이너라는 직무를 살펴보다가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면접을 보고 나오는 길에 공황장애를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일을 향한 그의 몸과 마음은 아직 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고 합니다. 

만약 30세에 죽는다고 하면, 뭐가 가장 아쉬울까? 
영화 공부를 해보고 싶다


 공부라는 게 정말 묘합니다.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도 하기 싫은 게 공부인데,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정말 꿀잼이거든요. 클릭만 하면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요즘에는 공부하는데 큰 돈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이 시간을 놓치면 다시 도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영화 공부를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고 그의 결정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직장생활을 통해 번 돈으로 학비를 감당할 테니 본인의 결정을 지지해 달라고. 부모님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딸의 결정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그의 결정을 믿고 지지해 주셨습니다. 영화이론을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고 살펴보니 어차피 공부를 원서로 해야하는 상황이라 우리나라 대학 보다는 유학을 떠나는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어적 한계를 고려했을 때 영어권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고, 스스로 1년 이라는 기한을 제한했다고 합니다. 본인이 벌어놓은 돈이 많지 않을 뿐더러 한정된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해 준비해 보고 안 되면 다른 길을 찾기 위해. 그렇게 준비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지난 4월 1일 거짓말처럼 대학에서 합격통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2년 장학금에 조교 자리까지 보장받아. 


  저는 20대 시절에 보낸 3년이 직업인으로 보낼 30년을 좌우한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학교를 떠나 맞이하게 된 첫 3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직업인으로 보내게 될 30년의 종류와 질이 달라지게 되니까요.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남들이 좋다는 일을 선택해 주어진만큼 일하며 30년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일은 내 삶의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내 맘이 설레는 일을 찾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합니다. 그렇게 선택해서 하게된 일은 날마다 다른 색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저는 충분한 탐색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20대에 내 일을 향한 도전과 경험을 맘껏 쌓아보라고 권하곤 합니다.


저는 이렇게 내 일을 찾아가는 이의 새로운 시작 소식에 가슴 설레이는 사람입니다. 올 8월부터 시작될 그의 새로운 시작을 힘껏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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