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장단 오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맛나장단 Mar 11. 2024

이주 대기자가 늘고 있는 시골마을 히가시카와의 비밀


지역 소멸 시대에 이주 대기자가 늘고 있는 히가시카와의 비밀은 
스타트업 스피릿 가득한 행정


덴마크식 인생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 양석원을 쫓아 일본의 시골마을 히가시카와를 찾았다.


인구 8천5백 명의 작은 시골 마을 히가시카와는 

온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내기 위해 500 억을 쓰는 대신 

세계적인 초등학교 시설을 만드는데 500 억을 쓰는 시골마을이다. 


히가시카와가 여느 시골과 다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중앙정부로부터 1촌 1 특산물 정책을 하달받은 히가시카와현은

지역 특산물을 내세우는 여느 마을과 달리

1985년 "사진 마을"을 콘셉트로 정하고 

전국 사진 고시엔을 운영하면서부터였다. 


전국에서 몰려든 학생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 마을의 모습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사진에 찍힐 만한 삶을 살자고 이야기하게 되었고, 

개인의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의자에 디자인을 더하고 

주민센터와 체육관, 온천과 리모트 워크 스페이스 등을 만들 때 

유명 건축가들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주민들의 삶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다. 

좌) 마을의 중심에 있는 주민센터, 디자인과 사용성이 모두 뛰어나다 우)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리모트 워크 스페이스, 기업들이 한 달 단위로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


작은 시골마을 히가시카와가 오늘날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없는 것"(히가시카와에는 국도, 철도, 상수도가 없다) 대신 

"있는 것"들에 주목하기로 하고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시 생각하는" 스타트업 스피릿 가득한 

전 시장님의 리더십이 있었다. 

현 시장님도 전 시장님 밑에서 이러한 변화를 함께 만든 분이라 

시장님이 바뀌고도 그러한 기조는 

오늘날에도 일관성 있게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낸 히가시카와에 대한 관심만 갖고 있다가

방문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히가시카와에서 열리는 인생학교 compath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서였다.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직업환경의 변화는

기존의 교육 시스템 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니  

컴퍼스는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콤파스의 창업자들은 

덴마크 인생학교, 포케호이스콜레에 참가한 후

일본에도 인생학교가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인생학교는 

여느 스타트업처럼 빠른 성장과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서 

국가의 금전적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의 기획안을 접한 히가시카와의 (전) 시장 님은  

"일단 해보라" 며 그들을 "지역 활성화 인재"로 지정해 

생활비와 활동비를 제공해 주었다. 

그러한 혜택은 도시 청년으로 나고, 자란 그들이 

히가시카와에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되어주었다. 


히가시카와에 자리 잡게 된 콤파스팀은

3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마을이 소유하고 있는 공간을 리모델링해 

학교건물을 완성했다. 

좌) 학교 건물 외관, 마을소유의 건물을 저렴한 비용을 받고 대여 (중간, 우) 건물 1층에 위치한 워크샵 공간과 부엌

학교 건물을 멋지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에는 

총 18억 원의 공사비가 투자되었다고 하는데, 

20%는 사업자 부담 

(10%는 시작할 때, 나머지 10%는 10년 분할 상환)

80%는 국가 지원금을 통해 조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키 포인트는 

사업자가 사업을 10년 동안 유지하지 못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중앙 정부로부터 받은 80%의 지원금을 갚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자가 10년 동안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할 수밖에 없다. 


시골마을을 찾은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하게 협력할 수밖에 없는

금전적 이유를 구조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 간의 협력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한 제도적 장치를 확인하고 보니

우리나라의 청년몰이 막대한 돈만을 쓰고도

유지되지 못하는 이유는 구성원 각자의 노력 부족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타트업스럽게 일하는 행정의 결과물이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에 불과한 내게도 

놀랍고, 감동스러운데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낸 장본인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어떨까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