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와 함께하는 도쿄여행
히가시카와에서 돌아오는 길에 도쿄 시모키타자와 머스터드 호텔에 머물며 시모키타 선로 거리 프로젝트 현장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미디어를 통해 살펴본 내용에 대한 기대가 커서인지, 보너스 트랙은 썰렁했고, 리로드의 고급 가게들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회사 주도로 이루어지는 도쿄의 도시재생 사례들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옛 것을 부수어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순무식" 개발을 넘어서 옛것을 지키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살피는 고민이 담겨있다는 점이 부럽고도, 존경스러웠다.
책 "도쿄를 바꾼 빌딩들"은 도쿄가 오늘날의 모습이 되기까지 지난하고, 힘겨운 과정을 거쳐낸 부동산 디벨로퍼들의 피, 땀, 눈물과 고민의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다.
용이 되어라. 구름은 스스로 몰려들 것이다.
마을 주민들을 찾아가 무릎 꿇고 설득하고, 설계 전문가도 반대하는 기획을 과감히 밀어붙인 모리 빌딩의 창업자가 평생 동안 품고 살아가는 좌우명이란다.
사업가이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그가 만들어낸 결과를 보면 사사로운 이익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사업을 통해 지역과 도시를 변화시키겠다는 높은 이상과 의지, 그에 동참한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도쿄는 전에 없던 도시 마을을 품게 되었다.
잃어버린 30년을 버텨낸 일본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웅비하는 모습이 도처에서 느껴진다.
: 도쿄를 바꾼 디벨로퍼 이야기
1. 시대의 변화와 함께 탄생한 제3의 도심
아자부다이 힐즈 / 도라노몬 힐즈 / 롯폰기 힐즈 / 도쿄 미드타운
2. 역사적 콘텐츠를 기반으로 재탄생한 거리
마루노우치 마루빌딩과 도쿄역 / 니혼바시 코레도 / 긴자 식스
3. 라이수프타일을 제안하는 개성 있는 동네
프롬 퍼스트와 라포레 하라주쿠 / 미야시타파크와 시부야 스트림 / 후타고타마가와 다카시마야 쇼핑센터
1. 도시를 바꾸는 일을 하는 사람들
2. 도시를 발판으로 기획하는 사람들
3. 다른 관점으로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
은행원으로 5년 동안 일하다가 어릴 적부터 꿈꾸었던 지역의 개성과 사람을 존중하는 디벨로퍼가 되기 위해 한양대에서 석사과정으로 도시역사 및 도시개발을,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박사과정으로 도시 및 지역재생을 공부했다. 롯폰기 힐즈로 유명한 부동산 개발회사 '모리빌딩'에 한국인 최초 직원으로 입사해 12년 동안 일한 후 현재는 현대산업개발에서 개발 및 상품부문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94 ~95p
모리타워의 건축에서 특이한 점은 높이제한이 없는데도 용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잠실 롯데월드타워처럼 상층부를 좁아지게끔 설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 최대의 뚱뚱한 오피스 건물을 좁히지 않고 그대로 최상층까지 모두 올렸기에 가장 높은 층 면적도 1600평가량이나 된다.
롯폰기 힐즈가 오픈한 2003년은 사무실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던 시기였다. 당시는 '시나가와역 주변 재개발'과 '시오도메 지역 재개발' 등 도쿄 도심의 대규모 빌딩이 하나둘 완공될 시점이었다. 마침 같은 시기에, 그것도 오피스가 없었던 롯폰기 지역에 세계 어디에도 없는 뚱뚱한 오피스 설계를 요구하자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인 해외설계사 대표조차 불안해했다. 하지만 모리 미노루는 한 개층이 넓은 빌딩이야말로 앞으로 도래할 지식산업시대의 오피스에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기업의 유치를 좌우할 키라 확신한 것이다.
모리빌딩은 롯폰기 힐즈 바로 직전 프로젝트인 아크 힐즈를 만들면서 오피스 한 개층 넓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모리빌딩은 수직 녹원도시를 구상하며 건물을 여러 개 짓기보다 하나의 건물로 합쳐서 개발하면 활용할 수 있는 건물 외부공간이 넓어지므로, 건폐율을 줄여서 하나의 건물을 크게 짓는 게 도시계획 관점에서는 더 좋다고 보았다.
121p ~122P
일본의 디벨로퍼들은 1990년대 버블붕괴에 이어 2000년대 이후 부동산금융위기 등이 계속되자 지속적인 자산가치 상승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기적인 분양이익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운영수익과 매각 시 매각이익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교외보다는 도심에 안정적인 자산을 확보해야 했다. 2000년대 이후 도심에 개발사업이 집중된 것도 그 때문이다. 아울러 개발과정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멋진 건축설계를 하고 상품을 만들어도 지역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같은 지역에서 경쟁했던 건물주와 디벨로퍼들이 함께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고 어떻게 활성화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186p
1990년,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버블 붕괴를 겪게 되었다. 버블 시기에 전 세계 명품들을 싹쓸이하던 일본 소비자들은 이때를 기점으로 브랜드 철학에 공감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 성숙한 소비자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제품이 아닌 브랜드에 집중하는 시기의 도래였다.
191p
디벨로퍼 모리빌딩은 소위 일류가 아닌 이류 지역을 주된 사업 대상지로 삼았다. 일류 지역은 땅값이 높고 원하는 사람도 많다. 그에 비해 이류 지역은 관심이 적어 땅값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역가치를 높이는 개발과 운영으로 이류 지역을 일류 지역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모리빌딩의 성장전략이었다.
216 ~7p
하마도 야스히로는 경제적 풍요를 누린 베이비부머들로 새로운 시대를 맞은 일본의 도시개발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거리와 동네를 강조했으며, 그의 생각과 작품에 영향을 받은 많은 후배들이 라이프스타일 강국 일본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1년 교토에서 태어난 하마노 야스히로는 일본대학 영화연출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0년대 중반부터 서브컬처 시대가 도래하자 잡지발행 및 새로운 업태의 상업시설을 신주쿠와 시부야에 만드는데 참여했다. 그는 시대를 꿰뚫는 안목과 뛰어난 기획력으로 패션업계뿐 아니라 디자인, 아트, 전축분야에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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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개발이 좋은 동네를 조성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맞지만 한 명의 인식과 결심만으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탄광이라는 1차 산업을 벗어나 새로운 전환을 꿈꾸던 태평양흥업이 라이프 스타일 프로듀스 하마노 야스히로에게 광산업에서 생활산업회사로의 재구축을 위한 기업전략과 브랜딩, 플래그십 사업 전체에 대한 종합 프로듀싱을 의뢰한 것이 종합 프로듀서 하마노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해관계자들을 배려한 민간 주도의 개발과 개발사들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정의 힘이 더해져 만들어낸 도쿄의 오늘이 대단하고, 부럽다. 갈수록 위축되어 가는 우리의 경제환경을 비추어 볼 때 도시 개발 정책과 실현 능력에 있어서는 그 갭이 앞으로 더 벌어질 것 같다. 다음 도쿄여행 때는 이 책을 반드시 들고 가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