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협회에서 홈페이지를 기획 및 운영하고, 콘텐츠를 관리하고 있어요."
"8년 차에 접어들고 보니 사기업에 입사한 친구들과 연봉이 2배 이상 벌어지고, 자기계발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 환경이 저를 점점 무능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
"결국, 이직을 준비하기로 결심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향을 못 잡고 있습니다.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다가 사기업으로 이직하신 분들의 노하우를 알고 싶어요."
묵은지김밥 / 컨설팅 업계 / 컨설팅 / 1년차(비영리기업 7년)
저는 비영리 조직에서 7년 정도 일하다 사기업으로 이직했어요. 제가 비영리 조직을 직장으로 선택한 것은 사회를 위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였어요. 비영리 조직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회계, 모금, 사업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했습니다.
그렇게 7년차가 되고 보니 아보카도망고님과 비슷한 고민이 시작되더군요. 비영리 현장에서 여전히 치열하게 일하며 역량을 쌓아가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 경우에는 길을 잃은 느낌이 었어요. 그래서 평소 관심 갖고 있던 분야를 전공으로 정해 대학원에 진학한 후 대학원에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기업으로 이직했어요. 비영리 조직에서 일할 때 담당했던 업무와 연관되어 있는 곳 이라서 기존의 경력을 살릴 수 있었답니다.
사기업 이직이 막막하게 느껴지실 텐데요, 그동안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된 기업 사회공헌팀이나 소셜벤처 쪽을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일단 시장에 나를 던져 놓고 한 스텝씩 적응하며 지원가능한 직무를 확장시켜 가거나,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더 큰 회사로 이직하시는 것도 좋고요.
비영리영역에서의 경험이 남은 게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나만의 특별함 으로 빛날 순간이 반드시 올 테니까요.
레몬 / 미디어 / 노코멘트/12년차
저도 비영리 조직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다가 최근에 기업으로 이직했어요. 제가 이직을 준비할 무렵에는 제 경력을 잘 살릴 수 있는 채용 공고가 꽤 있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채용 사이트에 내 이력을 깔끔하고 매력적으로 적어 두는 것, 그리고 침착하게 나에게 맞는 공고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신입 때 보다 더 많이 지원하고 더 많이 지원했어요. 면접 경험이 쌓이다 보니 직무도, 기업도 어느 정도 맞는 곳이 나오더군요. 기업으로 이직하고 보니 비영리든 영리든 조직이 돌아가는 방식에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고 몇 가지 노하우를 전해드려 볼게요.
1) 내가 가고 싶은 회사(회사가 어렵다면 산업군)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분위기, 조직문화 등에 대해 물어보세요. 회사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가 너무 다르니까요.
2) 회사(산업군)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세요. 비영리 조직에서 오랫동안 일한 저의 가장 큰 약점은 '비영리' 조직 특유의, 수익이 없어도 굴러가는 분위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업보고서, IR 자료들을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3)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고,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더 많이 고민하고 정리해 보세요. 저도 아직은 이전 조직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요, 통장을 확인할 때마다 그리움이 싹 사라집니다.
솔직히, 기업으로 이직하고 보니 비영리가 주는 안정감과 다른 불안감이 들긴 해요.
좋은 결과가 있길 기도 할게요!
주주 / 광고 마케팅 종합대행사 / AE / 이직 1년차, 총 직무 5년차
협회 행정 부서에서 3년간 일한 후 광고대행사로 이직한지 1년이 되었어요. 저도 아보카도망고 님처럼 연봉도 올리고,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서 사기업으로 이직했어요.
제가 이직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사기업 스타일로 재정비한 것 이었어요. 조직이 운영되는 구조는 비슷해도 문서 양식이나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직무 경험은 표와 그림을 활용해 심플하게 변경하고, 한글 이력서 양식을 모두 PPT와 워드로 변경했습니다. 협회에 다니면서 대학원에 진학해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과의 교류하면서 기업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비즈니스 마인드를 배우려고 노력했구요. 저처럼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학원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용어와 마인드를 익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러한 준비 과정을 거쳐 마케팅 대행사로 이직했는데요, 대행사에서는 정부 프로젝트와 기업 프로젝트를 모두 담당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다가 이직하신 분들이 많아요. 저는 대행사에서 마케팅에 대한 직무 경험을 쌓아 브랜드 인하우스로 이직할 계획이에요. 대행사들은 채용이 많고, 잦은 편이라서 다른 선택지들에 비해 직무 전환 과정이 상대적으로 쉽고, 실무를 배울 기회도 많습니다.
답변을 전해주신 독자 님 중에는 비영리 조직에서 일하다가 코딩 부트캠프에서 공부해 개발자로 커리어를 바꾼 분도 계셨어요. 독자 님들의 사연을 통해 비영리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으니,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살펴봐야하는 점들에 대해 조언 드려 볼게요.
희망의 목소리를 전해주신 독자 님들과 달리 저는 비영리조직에서 일하다가 영리 기업으로 이직에 실패한 분들도 여럿 만났어요. 태도가 너무 좋아 정성껏 도왔던 K 님이 기억나는데요, K 님은 몇 차례 면접 경험을 통해 본인의 자질과 방향성이 “돈을 벌어야 하는" 영리 기업과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어요.
공익 목적 실현이 중요한 비영리 조직과 달리 영리 기업은 스스로 돈을 벌어 존재해야 해요. 그러니 일부 지원 부서를 제외하고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수익창출”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나 역시도 “돈을 버는데 기여하지 못하면" 조직을 떠나야 하고요. 이러한 조직적 특성은 그동안 아보카도망고 님이 지내온 환경과 엄청난 차이가 있어서 적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나 보다 2배의 연봉을 받는 친구들은 어쩌면 나 보다 2배의 압박감과 불안을 견뎌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한 점을 고려하고 서라도 기업의 일반 직무 이직을 원하는지, 기존의 경험과 연결되는 기업의 사회공헌팀이나 재단, 공기업이 맞을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기업 환경이 나에게 맞을지는 결국 해봐야 알 수 있지만, 입사와 퇴사를 반복할 수는 없으니 레몬 님의 조언처럼 지원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에게 맞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나에게 맞는 채용 공고를 찾고, 지원 기업과 직무를 분석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한 정보는 물론 기업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볼 수 있어요.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면 아래와 같은 질문에 답하면서 회고해 보세요. 회고의 경험이 쌓일수록 나에 대한 정교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거든요.
1-1.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1-2.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1-3.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했나요?
1-4. 동일한 질문이 주어진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요?
2-1. 답하기 어려웠던(곤란한)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2-2. 답하기 어렵다고(곤란한)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3. 위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했나요?
2-4. 동일한 질문이 주어진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요?
3. 면접 기회가 나에게 유익했나요?(5점 만점으로 답변) 위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4. 면접 이후, 기업 이해도 및 호감도에 변화가 생겼나요? 변화가 생겼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5. 지원과정을 통해 알게된 것을 자유롭게 적어보세요. 나에 대해 것이든, 관심 직무에 대한 것이든 자유롭게 적어보세요.
현재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홈페이지 기획, 운영 및 콘텐츠 관리” 이니 기업으로 이직한다면 콘텐츠 관리, 운영 업무에 지원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은 게 맞나요?
맞다면 앞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키워가고 싶으세요?
이번이 아보카도망고 님에게 첫 이직인 만큼 당장의 이직 성공 뿐 아니라 앞으로 키워갈 내 커리어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준비해 보세요.
“지금은 병원 행정 업무를 하고 있지만,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독자 님께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는 기관(기업)의 행정 업무 담당자로 이직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로 직무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노려 보라” 고 조언을 드린 적이 있는데요,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이직해서, 하고 싶은 일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으로 옮겨가면"
오래 오래 즐겁게 일하는 커리어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8년의 경력이 많아 보이지만 우리는 50년 일하는 시대를 살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커리어의 초반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동안은 조직생활에 필요한 소양을 갖춰왔다고 생각하시고 지금 부터 차근차근 오래오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커리어 플랜을 세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