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기업 마케터로 이직하고 싶어요
공공기관에서 기업 마케터로 이직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공공기관 행정 업무 2년 차 지구 님
"마케터를 꿈꿨지만 입시와 취준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공공기관에 취업했어요."
"단순 행정 업무를 맡아 일해 보니 마케터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몇 차례 지원도 했지만, 면접까지 간 곳은 없었어요. 나는 평생 원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지 않는 공부와 일을 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싶어 우울합니다."
왜,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싱크 / 대기업 마케터 > 스타트업 CMO > 프리랜서 / 마케터 / 14년 차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재의 업무에서 마케터라는 직무와의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거예요. 억지로 마케팅과의 접점을 만들기보다는 면접을 하게 되면 “일을 할수록 마케팅에 대한 열정이 강해졌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시는 게 더 좋을 겁니다. 현업에서 마케터로서의 경험을 쌓을 수는 없으니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를 수강하면서 실무 감각을 배우고,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마케터들과의 네트워크도 만들어 보세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관점과 감각이 생겨나고 기회를 보는 눈도 생길 거예요.
그리고,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왜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때부터 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10년 넘게 일해보니 마케터의 업무 자체가 좋았던 게 아니라 “광고 속 화려한 모습"에 이끌렸던 것 같아요. 넉넉하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욕구가 크다 보니, 마케터가 되면 경제적인 여유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요.
마케팅은 화려한 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이 훨씬 더 많습니다. 마케터로 일해서 부자가 되기도 쉽지 않고요. 저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사업으로 방향을 바꿔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행정 업무 경험이 신입 지원의 강점이 될 수 있어요
숨은콩주머니 / IT업계 / 마케팅 / 4년 차
2년 차에 새로운 조직과 직무로 이직을 원하신다면 경력보다는 신입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저도 마케터로 일하고 있지만, 신입을 채용할 때 마케팅 경험을 우선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지구 님이 행정 업무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경험,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본인이 속한 조직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남긴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좋은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취준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바심도 나고, 걱정도 되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준비해 보시면 분명히 좋은 조직과 업무를 만나게 되실 거예요.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했지만, 업무의 공통점을 찾아 어필했어요
릿츠 / 온라인 교육 / 교육 운영 / 0년 차(이일저일 하다가 전업)
마케터는 아니지만 최근 경력이 없는 분야에 중고신입으로 지원해 합격한 경험을 전해드릴게요. 저는 면접을 정말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서류를 잘 써서 합격한 것 같거든요. 저는 이력서를 쓸 때 “내가 왜 그 직무에 적합한 사람인지”, “회사가 왜 나를 채용해야 하는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요. 제가 수행한 업무를 구체적으로 적고, 업무를 통해 만들어낸 성과에 대해서도 선명하게 적고요.
저는 서비스업에 행정 업무가 결합된 직군들에서 일하다가 온라인 교육 회사의 교육 운영 담당자로 이직 했어요. 표면적으로는 전혀 달라 보이는 직무지만 “사람을 대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사람을 상대해 온 경험을 강조했습니다.
카운터에서 결제를 맡아 일할 때도 선택을 고민하는 손님께 다가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선택을 도와드린 경험, 손님이 만족했다는 반응 등을 덧붙여서 역량을 소개했어요.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제안해서 매출에 기여한 사례와 업무를 알잘딱깔센으로 처리해서 효율을 높인 사례는 사람을 상대한 업무는 아니어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라는 점을 드러내기 때문에 함께 적어주었고요.
우리가 선물을 예쁘게 포장해서 건네면 상대방은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끼잖아요? 자소서도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사실을 바탕으로 예쁘게 포장해서 건넬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제 답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지구 님에게 간절히 “원하는 일"이 있다는 건 정말 축하하고 싶은 일이에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하는 일" 이 딱히 없는 상황에서 “돈 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게 현실이니까요. 다만, 지구 님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일 뿐이니 조급해하지 말고, “원하는 일"에 다가가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결국 선택은 지구 님의 몫이지만, 지구 님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드려 볼게요.
지금 하는 일을 마케터의 관점으로 해보세요
기업이든, 개인이든 일을 하는 원리는 유사합니다.
1) “왜 일하는지" 일의 철학과 원칙을 갖고
2) 세상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3) 고객들에게 전달합니다.
단순 행정 업무 라도 업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만족도가 다를 수 있어요. 여기서의 고객은 민원인 등 외부 고객에 한정하지 않고, 조직 구성원 또는 동료들까지 포함합니다.
지금 하는 일을 마케터의 관점으로 해보세요. “고객 만족"이라는 목표를 향해서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과적일까?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더 만족할까? 스스로 고민하면서요. 이렇게 일하다 보면, 업무 스킬도 늘고 지금 하는 일이 지구 님이 목표로 하는 마케터로 건너가는데 포트폴리오가 되어줄 거예요. 맡겨진 결제만 하는 대신 제품 설명을 더한 릿츠 님처럼요.
지금 하는 일을 잘해야,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세요.
마케팅 관련 학습과 경험을 쌓아보세요
마케터로 브랜드가 된 숭 님은 치기공을 전공했지만, 손재주가 너무 없었어요. 치과 코디로 방향을 틀어 치과에서 일하면서 치과를 알리기 위해 치과 용어를 알리는 블로그를 썼어요. 고객들의 댓글이 100개씩 달리며 고객과 소통하다 보니 마케터로서의 역량을 쌓아가게 되었어요. 숭 님은 배달의민족 마케팅이 재밌어 자신의 블로그에 적다가 배달의민족 직원들과 인연을 맺게 되어 입사제안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지구 님도 딱딱하고 어려운 행정 현장을 민원인 입장에서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작성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이 공공기관 홍보 담당자로서 물꼬를 트셨으니, 앞으로 공공기관도 소셜마케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거예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해요
아마도 그동안은 대기업 마케터로만 지원하셨을 것 같은데요, 마케터가 되는 길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마케팅 에이전시 혹은 사수가 있는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아 브랜드 마케터로 이직하는 것도 마케터로서의 커리어 패스가 될 수 있어요. 특히, 공공기관을 고객으로 둔 마케팅 에이전시의 경우는 공공기관에서 일한 경험을 모두 인정받으면서 마케터로 이직할 수도 있고요.
직장생활 2년 차라면 이제 조직에서 일이 돌아가는 생리를 익힌 정도에 불과할 거예요. 1~2년 정도 더 근무하면서 조직이 돌아가는 생리를 익히고, 마케팅 공부도 하면서 다양하게 지원해 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지구 님은 50년 일하는 커리어를 살아갈 테니, 마케터가 되고 싶은 지구 님에 대한 조언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게요
첫째, 지금 하는 일을 잘해야 새로운 길도 열린다.
둘째, 일과 시간 이후를 활용해 마케팅 공부와 경험을 쌓자.
셋째, 2년 후 이직을 목표로 다양하게 지원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