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맛나장단 May 15. 2020

스타트업에서 HR 합니다
: 고피자 김지인

커리어 체인지: 내 일을 만나는 선택

커리어 체인지 : 내 일을 향한 선택


  하루에도 수없이 창업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창업 전성시대임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창업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1인 창업부터 조 단위 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 창업까지. 형태도, 성격도, 성장 속도도 다른 다양한 기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저는 창업 전성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스타트업 커리어는 내 일을 만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창업가로 zero to one(무에서 유를 만드는)의 과정을 리드하는 일이 맞겠지만, 다수에게는 창업가라는 옷이 버거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커리어는 언젠가는 내 일 하고 싶지만, 당장의 창업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위험부담을 줄이면서도 실력도 키우고, 내 일을 찾아 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시간을 통해

1)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2) 내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쌓아

3) (회사 명함이 사라져도) 내 힘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이씨랩에서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박누리는 3년 만에 창업해서 공동대표가 되어 내 일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요기 ). 예술가의 꿈을 접고 매트리스 스타트업 슬라운드에 합류한 최가희는 CX(고객 경험)부터 시작해 마케팅을 거쳐 신규사업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요기 ). 대기업, 전문가로 일하던 이들도 스타트업커리어를 통해 내 일을 찾고, 커리어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요기 ).


 내가 초기에 합류한 스타트업이 대박성공해 커리어의 성장 뿐 아니라 경제적 보상까지 얻을 수 있다면 제일 좋좋을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해피엔딩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보상만을 목표로 한다면 목표로 가는 과정이 너무나 힘겹고, 버거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 커리어는 주도적인 업무 경험을 얻게 되는 '성장'을 목표로 삼는게 훨씬 현실적입니다. 경제적 보상은 보너스로 삼고요(투자를 받거나, 비즈니스모델이 작동하는 스타트업은 급여수준도 좋은 편입니다). 


사실, 언젠가는 내 맘대로, 내 일 하며 사는 삶을 준비하고 있다면, 시간과 노력이라는 자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하고요. 그 방법은 스승을 쫓아 배우는 도제식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커리어는 남 일과 내 일 사이에 파이프를 놓아 내 일과 남 일을 함께 키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워라인(work life integration)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스타트업커리어는 최상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워라인의 라이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생산성으로 연결됩니다. 구글이 20% 룰을 도입한 것도,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기업의 목표와 개인의 커리어가 일치되도록 신경 쓰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입니다. ( 자세한 내용은 이기적인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참고 ) 이러한 맥락으로 바라본다면, 워라인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보내는 기간은 내 일을 준비하는 경영학교에 다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제는 "성장하는 스타트업" "어벤저스 팀원"이 있는 스타트업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이지만요.(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할께요) 


저도 족집게 강사처럼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골라낼 수는 없습니다. 기업의 성공은 창업자 개인의 뜻과 의지만으로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변수들의 총합이니까요. 하지만, 성장과정에 있는 스타트업에서는 창업가의 의지와 역량이 모든 변수를 극복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시드 투자 단계의 투자자들은 투자여부의 판단에 창업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중요한 요소로 두고 판단합니다. 굳은 의지와 역량을 갖고 있는 창업가들은 설혹 예측불가의 상황으로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 경험을 재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도,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도 모두 실패의 경험을 지렛대로 활용한 창업가들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각 분야의 혁신을 리드하는 스타트업을 찾아 그 안네서 일하는 사람들을 커리어의 성장이라는 과점에서 소개해 보려 합니다. 그들의 선택을 소개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 내 일 하며 사는 그 날을 하루라도 앞당겼으면 하는 바램에서.  


스타트업에서 HR 합니다: 고피자 김지인

국내 최초 1인용 화덕피자 고피자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일을 챙기는 HR 담당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커리어의 시작과 성장


교육학과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그가 HR 업무를 선택하게 된 것은 대학시절 인턴을 하던 회사에서 만난 인사과장님에게 반해서였습니다. 사람들을 챙기고, 토닥이는 인사과장님의 아우라는 너무 멋졌고, 20대 취준생에게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싶다"는 로망을 품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근본적인 배경에는 어머님이 계셨습니다. 목회자 집안에서 성장한 어머님은 남을 돕는 일은 세상에 태어나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두 딸에게는 대학 시절부터 홀로서기를 하도록 주문하셨습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후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벌어서 사용했습니다. HR이라는 업무를 만나게 된 계기는 인턴 시절 만난 인사과장님이셨지만, 타인을 돌보는 DNA는 어머님이 물려주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겁 없이 초밥집을 공동 창업했습니다.

사업하는 어머님을 지켜봐 왔고, 대학시절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 살아오다 보니 사업이라는 영역이 그리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다니던 첫 직장이 외식업체였습니다. 그곳에서 정말 요리를 잘하는 셰프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가 만드는 음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돌하고 실행력 넘치는 20대는 셰프님께 함께 테익 아웃 초밥집을 창업해 보자고 제안했고, 마법에 홀린 것처럼 일이 진행되어 20대 음식점 사장이 되게 되었습니다. 셰프님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만 부탁드리고, 그가 매장 임차 계약부터 인테리어 공사, 오픈 준비까지 일체의 일을 도맡아 처리했습니다. 부모님은 직장 다니던 딸이 음식점을 하겠다고 하니 다소 놀라긴 하셨지만, 실패하더라도 경험이 남을 테니 해보라고 응원해 주시며 도움 주실만 한 분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음식점은 20평 남짓의 공간이었지만, 오픈한 지 4개월 만에 매출 1억 4천을 올릴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자 공동창업을 했던 셰프님과 이익분배 비율에 대해 갈등이 생겼습니다. 함께 하는 즐거움에 시작한 일인데, 갈등을 안고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투자한 돈과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고 사업을 셰프님께 넘기기로 하고, 외식사업가의 도전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HR 했습니다.

다시 회사에 들어가 사람을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창업을 하기도 했으니, 조직생활이 좀이 쑤시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의뢰로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그의 가파른 성장에 힘을 실어주었던 것은 1)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2) 보고, 배우고 싶은 선배님의 존재였습니다. HRM(Human Resource Management)이라는 영역은 챙겨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노무관리, 급여 및 보상, 채용과 인력배치까지 잘하려면 한도 끝도 없는 일들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래도 내가 한 일로 조직이 안정감을 갖고, 사람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은 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성껏 일하다 보니 조직도 나를 인정해 주었고, 직장생활 9년 차가 되고 보니 부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하게 되었습니다. 부팀장이 되고 보니 끙끙대며 일을 만들기보다는 팀원들이 해온 일을 확인해주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컨펌만 하며 살아가다 보면, 도태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
   

스타트업에서 HR 합니다.

결국,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장 가능성 있는 작은 조직을 선택해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나 실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채용 공지를 살펴보다가 만난 곳이 고피자였습니다. 당시 고피자에는 HR 담당자가 없었습니다. 경영관리팀장님이 HR 업무까지 처리하다가 이제는 전담자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대표님을 설득해 채용공지를 올린 상태였습니다. 면접을 진행하면서도 느꼈지만, 대표님은 여전히 HR 담당자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작은 조직이라 전담자를 둘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영관리팀장님의 거듭되는 간곡한 요청으로 고피자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고피자라는 새로운 일터에 합류해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었습니다.


고피자가 품고 있는 목표에 공감하는 건가?

그 목표를 내 목표와 일치시켜 일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 성과는 어떻게 보상해 주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고 하면 어떤 조언을 해 주어야 할까?


스타트업 특유의 의기투합으로 정신없이 달려온 구성원들은 다소 지쳐 보였습니다. 지쳐있는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시작한 것이 '대화'였습니다. 시시콜콜한 것에서부터 일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이제껏 일하는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사람 없이 고분군투 하던 구성원들은 그가 건네는 응원의 말에 마음을 열었습니다. 더불어 새로 합류한 사람들이 조직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소프트랜딩을 도왔습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다독이며 챙겨가다 보니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고피자가 향하는 목표를 향해 더욱 단단해진 모습을 만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요즘 고피자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SPC와 롯데리아에서 일한 경력자들이 합류한 이래 최근에는 피자헛과 맥도날드에서 실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고피자에 합류해 고피자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고피자는요

'직원들 월급을 못 줄 상황이 되면 그만두자고 정했습니다. 2018년 5월 회사 통장에 10만 원 정도가 남아 있었어요. 이제 진짜로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했죠. 그러던 차에 디캠프에서 주관하는 창업 오디션에서 우승해 1억 원을 투자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벤처투자회사에서 10억 원을 투자받아 날개를 달게 되었고요'

- 고피자, 임재원 대표-

9첩 반상을 먹고 자란 소년은 요리 잘하는 어머님의 정성이 무색하게도 먹는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때울 수 있는 피자, 햄버거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피자는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불편했습니다. 그 불편이 만들어낸 비즈니스가 1인용 화덕피자 고피자입니다. 고피자는 시작부터 글로벌 무대를 염두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 매장이 100개가 안 되는 상황이지만 이미 인도 벵갈루루와 싱가포르에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인도 매장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지만, 싱가포르는 코로나의 난리 속에서도 동서남북을 커버하는 4개의 딜리버리 전용 매장을 만들었습니다. 싱가포르 매장은 고피자가 그려가는 해외시장 개척의 테스트베드에 해당합니다. 고피자는 자동화된 설비로 인력을 대신하고, 사람이 바뀌어도 돌아갈 수 있는 AI어시스트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인간 백종원이 가이드하는 대신 AI백종원이 주방 담당자의 숙련도를 높여주는 방식입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이지만 매장을 소프트웨어처럼 만들어 지속적인 혁신을 도모하고, 성장해 가는 게 고피자의 지향점입니다.  


고피자의 성장과정을 통해 발견하게 된 흥미로운 지점은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 전문가와 함께 혁신을 만들어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고피자의 성장과정에서도 푸드 스타트업들과 활발한 협업을 하고 있는 흥국 F&B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 라라스윗, 랩노쉬도 사실은 이 회사가 만든다 http://abit.ly/6c6and ). 흥국 F&B는 피자헛에서 한 사이클을 돌고 은퇴한, 업계에서 존경받는 분을 임재원 대표님께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고피자는 그분을 고문으로 모셔 조언을 구했고, 피자헛에서 메뉴 개발을 담당하던 분, 배스킨라빈스에서 가맹사업을 담당하던 분, 도우 전문가들이 줄줄이 고피자에 합류해 고피자의 로켓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고피자의 전용 화덕을 만드는 사장님은 은퇴 후 에어컨 수리를 소일거리로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임재원 대표의 권유로 고피자에서 사용하는 화덕을 만들면서 화덕 제조 공장 사장님으로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고피자의 도우 공장 사장님은 동네 피자집을 운영하다가 고피자와 함께 하면서 도우 공장을 세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20~30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은퇴 후 프랜차이즈 매장 점주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경험과 지식이 스타트업을 만나면? 새로운 산업이 꽃피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이 사라지는 시대 생겨나는 일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