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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Mar 14. 2021

배운 지 4개월 만에 편집한 영상이
논현역 광고판에 딱

이제 학교는 무엇을 어떻게가르쳐야 할까

어제는 온 가족이 논현역 사거리에 다녀왔어요.

딸이 밤을 새워 가며 만든 유키스 수현 OPPA 생일 축하 영상이 논현역 사거리 광고판에서 플레이되고 있거든요. 


영상편집이라는 재미 도구의 발견


딸이 영상 편집을 시작한 건 약 4개월 전이었어요.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던 딸은 어릴 적부터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었어요.

물론 기껏해야 쓰지 않는 공예품들이 늘어나는 정도이긴 했지만요.  

그러던 딸이 스스로에게 한계를 느끼게 된 건 친한 친구들의 화려한 그림솜씨 때문이었습니다. 

친한 친구들 중에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만들기를 좋아하는 딸이지만 본인의 미미한 실력에 대해 한계를 느끼게 된 겁니다. 

그러던 딸이 동영상 편집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나게 되면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기를 되찾게 되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영상편집은 딸이 오랜 시간 쌓아온 '만들기' 취미와 'IT리터러시'가 만나는 지점에 놓여있었습어요. 딸은 어렸을 때부터 IT기기를 능숙하게 다뤄왔고,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데다가 어렸을 적부터 이어온 덕질로 콘텐츠를 바라보는 나름의 안목을 갖고 있거든요. 


그리하여 이제 딸에게 영상 편집은 새로운 재미 도구가 된 겁니다. 

그런 딸이 영상편집에 본격적인 재미를 붙이게 된 사건이 있었으니, 

태어나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아이돌 수현 OPPA의 생일 축하 영상 편집이에요.


딸에게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과 데드라인만 정해져 있었을 뿐 

영상 편집은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인터넷 검색과 편집 툴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딸은 미션을 부여받게 되자 레퍼런스 영상을 찾아 살피고, 날밤을 새워가며 영상 편집 툴을 익혔습니다.

영상 편집 잘하는 선생님을 소개해 줄까,,, 하는 올드한 엄마의 제아 늘 마다하고 

편집 작업을 하다가 막히면 온갖 자료를 뒤져가며 스스로 편집 기술을 익혀갔습니다.


그렇게 한 달 여의 시간이 흘러 만들어진 영상이 논현역 사거리 광고판에 올라간 겁니다. ( 감격 )

딸이 만든 유키스 수현 OPPA 생축 영상이 논현역 사거리 광고판에서 돌아가고 있어요


이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학교'와 '교과서' '교사'라는 고전적인 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풍부한 MZ세대에게는 당연한 문법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학교의 현실은 여전히 지식을 전달하고, 평가하는 과정으로 짜여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관리와 통제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교 공간에도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의 공교육 현장에도 변화의 방아쇠가 당겨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학교에서 필요한 것은 결국 학생들이 모이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온라인 강의가 활발해진 지금에도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를 꼽자면 또래가 모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멘토인 선생님을 만나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요. 상호교류가 더 활발해지려면 만나고 섞일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교육정책은 숱하게 바뀌어도 학교 공간은 반세기 넘게 똑같았다. 1962년 제정된 표준설계도대로 학교를 지어왔기 때문이다. 교실 크기는 9 m×7.5m로, 학생 수에 맞춰 교실 개수가 정해지고 학교가 지어졌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학생 수를 빨리 수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표준화가 필요했다. 92년도에 이 제도가 폐지됐지만, 관행처럼 남았다. 학교 설계를 한 적 있는 소수 업체만 늘 학교 공사를 도맡았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입찰방식을 바꿔 공사판을 넓혔다." 


한 때 법으로 밥 먹고 살았던 사람으로서 

뉴스를 통해 변화를 읽어가며 발견하게 된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학교 공간의 변화가 표준설계도의 폐지와 서울시 교육청의 입찰방식 변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비즈니스의 영역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플레이어가 태어나고, 각축전을 통해 일인자가 정해집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쿠팡 발 출혈경쟁에 대해 우려를 쏟아냈고, 쿠팡이 내일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뉴스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그 모든 우려를 뛰어넘고 디지털 시대의 커머스 강자로 대한민국이라는 경계를 넘어 세계시장을 향하는 플레이어가 되었죠.


공공의 영역은 법과 제도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비즈니스의 영역보다 10배 이상 크지만, 변화의 속도가 더딥니다. 변화로 인한 영향력이 크고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어찌 보면 느린 변화는 당연한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한 때 법으로 밥 먹고 살았던 이력으로 인해 비즈니스 현장발 혁신이 공공 분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큰 저로서는 학교 공간의 변화를 전하는 뉴스를 살펴보며


1962년 제정된 표준설계도를 30년이 지나 바꾸자고 한 사람은 누구였고, 

어떤 과정을 거쳐 바꾸게 된 것인지, 

그 과정에서의 충돌은 어떻게 해결된 것인지, 

그렇게 표준설계도가 바뀌고도 20년이 지나서야 입찰방식이 바뀌었고,

이로 인해 새로운 결과물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하던 대로'에서 벗어나 '전에 없던' 시도를 일궈낸 누군가의 노고에 감사도 전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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