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꽃말: 풍부한 향기, 침묵, 기대, 불신, 우아함,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답해 주세요)
경찰에 연행된 엄마
엄마가 병원으로 실려가고 보름 정도가 지났다. 다행히 상태가 좋아졌고 퇴원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엄마를 지키고 보살핀 건 작은언니였다. 나는 출퇴근하고 밤에 아들을 돌보느라 잠깐씩 다녀올 뿐이었다. 주말에는 병원에 조금 더 있을 수 있었지만 남편 밥을 챙겨주느라 오랜 시간 머무르지 않았다. 엄마가 쓰러진 이후 엄마의 얼굴은 약간 일그러져 있었다. 얼굴에 안면마비가 온 것인지 한쪽 얼굴이 비대칭하게 올라가 있었다. 중풍이나 뇌혈관 질환이 아닌데도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엄마의 병명은 <대동맥 박리>였다. 이후에 그게 어떤 건지 찾아봤다. 사람 몸의 대동맥은 내막, 중막, 외막의 3층이 모여서 마치 한 개의 막처럼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외상이나 고혈압, 마르팡 증후군, 낭성 중층 괴사(cystic medial necrosis), 대동맥륜확장(annuloaortic ectasia) 같은 질환으로 인해 대동맥 내막이 파열되면 심장 수축기에 뿜어 나가는 혈류가 대동맥의 내막과 중막을 찢으면서 대동맥을 박리시키는데 이를 대동맥박리라고 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대동맥박리 [aortic dissection, 大動脈剝離]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엄마는 이전에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고혈압이란 팔에 혈압대를 감아 측정한 동맥의 압력을 기준으로 수축기혈압 14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확장기혈압) 90 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수축기혈압과 이완기 혈압 모두 120 mmHg와 80 mmHg 미만일 때 정상 혈압이라고 한다. 고혈압은 아주 흔한 질병으로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고혈압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이란 질병을 앓고 있다. 고혈압은 보통 진단을 받게 되면 약을 복용하는데, 이 약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을 제대로 복용하면 별 탈 없이 일상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엄마의 경우는 약을 먹다 안 먹다 방치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병원에서 이야기가 그랬다. 엄마가 고혈압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아서 대동맥 박리가 일어났다고 했다. 혈관 내에 피가 빠르게 흐르는 고혈압으로 혈관들이 약해져서 혈관에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엄마의 경우는 심장 쪽으로 가는 혈관에 문제가 생겼고 그 때문에 생명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대동맥 박리로 큰 병을 얻은 후 그때부터 20년여 년이 지났다. 엄마는 20여 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진찰을 받고 나서 매번 3개월치 약을 처방받아 온다. 3개월마다 검사를 하기 때문에 병원비도 상당하게 나오고 그 모든 건 자식들이 부담하고 있다.
2002년 당시 대동맥박리에 대해 수술이 아닌 약물 치료를 끝내고 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리고 한두 달의 시간이 지났다. 겨울이 되고 있었다. 포장마차는 계속 닫아놓은 상태였다. 엄마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엄마는 아파도 마음 편히 아플 수도 쉴 수도 없었다. 자식들은 모두 출가외인, 홀로 된 엄마는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이었다. 당장 생활비가 부족하자 엄마는 다시 일을 하시기로 결정했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포장마차에 나가게 된 것이다. 그동안 닫아놔서 먼지가 쌓인 포장마차를 열고 청소하고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작은언니는 아직 아픈 엄마가 걱정됐기 때문에 포장마차로 나와서 엄마 일을 돕기 시작했다. 장사가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엄마가 묘안을 생각해 냈다.
포장마차에서 보신탕을 팔기로 결정한 것이다. 엄마는 보신탕을 맛있게 만드셨고 일반 음식점만큼 잘 만들 자신이 있으셨다. 시장을 봐오고 오랜 시간 국물을 내고 진짜배기 보신탕을 포장마차에서 만들었다. 포장마차기 때문에 일 인분씩 먹을 수 있는 탕도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다. 가격도 아주 저렴했다. 1만 원도 안 되는 7천 원으로 보신탕을 판매하셨다. 2002년도라고 해도 저렴한 가격이었다. 포장마차에 꾸준하게 손님이 들기 시작했다. 엄마는 여전히 몸이 안 좋았지만 장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이었고 나는 퇴근해서 어린이집에서 아들을 데리고 나오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 경찰서인데~" 작은언니의 이어지는 말에 나는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어디 경찰서인지 물어보고 아이를 업은 상태에서 바로 경찰서로 내달았다. 경황이 없어서 경찰서에 도착하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아이 아빠에게 밥을 혼자 먹어야 할 것 같다고 전화를 하면서 경찰서에 와있다는 말을 했다. 엄마와 작은언니가 경찰서에 죄인이 되어 서 있었다.
엄마는 입이 돌아가서 누가 봐도 불편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가 경찰서에 있었다. 작은언니가 경찰서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내용은 이랬다. 포장마차에 이른 시간에 젊은 손님 다섯 명이 들어왔다. 작은언니가 신분증 검사를 했었고 그중 한 명이 신분증을 보여줬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신분증 검사를 상세하게 하지 않을 때였던 것 같다. 그 손님들이 앉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경찰이 도착하자마자 손님들 신분증을 요구했다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다섯 명의 손님 중 미성년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와 작은언니는 경찰서로 연행됐다.
작은언니와 엄마가 경찰서에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의 입장은 단호했다. 나는 아이를 업고 정황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함께 경찰분들께 사정을 봐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벌금까지 나온다면 집에 너무 큰 부담이 될 터였다. 그리고 혹시나 구속되는 건지 겁나고 무서웠다. 몸도 성치 않은 엄마가 경찰서에 잡혀있는 상황이 아찔하기만 했다. 정신없는 상황에 남편이 경찰서로 들어왔다. 어정쩡하게 경찰서로 들어온 그를 보니 왠지 마음이 안 좋았다. 그의 표정이 너무 안 좋아서 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다. 그가 경찰서에 온 지 10분도 안 돼서 나는 그를 집으로 가라고 했다.
"제발 상황을 이해해 주세요~" 경찰서에서 대역 죄인이 되어서 나는 절실하게 죗값에 대한 용서와 선처를 구했다. 입이 돌아간 엄마, 작은언니, 우리 집 상황, 아들을 업고 빌고 있는 나, 그곳은 아수라장이었다. 경찰서에서 우리 가족은 전쟁터의 포로가 된 듯 생사가 걸린 사람들처럼 경찰분들께 매달리며 사정하고 간절하게 빌고 있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