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김상용
시인 김상용 님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가 있다. 이 시를 접했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왜 사냐건 웃지요
이 부분에서 '사냐건' 다음 반드시 쉼이 필요 한 걸 느낀다. 시 전체는 기억 못 하더라도 첫 문장과 마지막 단락이 아주 유명해서 익숙하다. 시의 단어단어마다 띄어쓰기, 쉼표까지도 공감이 된다. 그러나 나의 실제 삶은 시의 단락 중에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라고처럼 흔들림 없이 살지는 않았다. 나는 수없이 흔들리며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다. 나는 구름이 꼬이면 꼬이는 대로 구름 안에 머물렀다. 구름과 함께 지내며 비가 적당히 오면 비를 맞으며 놀기도 했다. 간혹 비가 세차게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불면 견디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001년 북향인 다가구 단독집에 단칸방에 살았다. 원래는 별도 세대가 아닌 집을 월세를 놓기 위해 방을 임시로 막아서 한 가구를 만든 집이었다. 증축한 부엌과 화장실은 외벽이 얇았고 난방이 안 됐다. 방에는 창문이 하나 있었다. 새시로 된 창문이 아니라 옛날 방식으로 나무로 된 창문이었다. 창문의 방향이 북쪽으로 이른바 북향집이었다. 왜 집은 남향이 좋은지 절실하게 알게 해 준 고마운(?) 집이다. 이후에 김상용 님의 시에서 특히 제목이 완전히 공감됐다. 남형, 동향, 서향, 북향집에 모두 살아봤고 각 집을 경험해 본 결과 남향집에 대한 애정, 사랑, 로망이 생겼다. 2001년 봄부터 북향집에 2년간 살았다. 갓난아기를 키우면서 두 번의 겨울을 보냈다. 그 과정에 간절한 바람이 생겼다. 무조건 집은 남으로 창이 있는 남향집에 살고 싶어졌다.
북향집의 특징을 직접 겪은 경험담으로 적어보면 나의 북향집은 이랬다. 북향집의 가장 큰 문제점은 두 가지로 그 때문에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게 됐다. 하나는 햇빛, 또 다른 하나는 통풍이었다. 동향과 서향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 그러나 북향에 비하면 동향과 서향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동향은 해가 동쪽에서 뜨면서 아침 일찍 빛이 많이 들어온다. 이른 새벽부터 집이 밝아지고 그 빛의 세기가 과해서 특히 여름엔 아침부터 '더운 하루'가 시작된다. 서향은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늦은 저녁에 과하게 빛이 들어오고 여름에 저녁에도 더워서 '열대야'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북향은 늘 빛이 부족해서 어둡고, 춥고, 습하다. 통풍이 가장 안 되는 것도 북향집이다.
빛은 인간의 삶에 아주 중요하다. 우주는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다. 우주에는 많은 행성이 존재한다. 태양계는 광활하고 지구는 먼지처럼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빛이 적당하냐 아니냐에 따라 생명체의 존재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태양과 적당히 떨어져서 축복받은 행성, 지구는 선택받은 행성이다. 빛의 선물을 제일 잘 받은 지구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존재한다. 지구에서 만물의 영장으로 사는 인간은 빛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생명체중 하나이다.
햇빛이 충분하게 집에 들어지지 않았을 때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빛과 같은 어마어마한 선물을 공짜로 최적으로 누릴 수 있는 집이 남쪽 방향에 창문이 있는 남향집이다. 빛은 적당하게 받으면 결코 그 감사함을 알 수 없다. 과하거나 부족해야 그것의 절실함을 깨닫게 된다. 빛뿐만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을 대부분의 인간들은 당연하게 여긴다. 부족하거나 과해져서 그것의 불균형이 왔을 때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간단한 예로 이가 아파야 이빨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팔다리를 못쓰게 됐을 때 그 절실함을 알게 된다. 있을 때 더 잘해야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없어져봐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빛으로 인해 생명을 연장해 나갈 수 있다. 인간은 먹이사슬 맨 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당연히 빛은 인간에게 소중하다. 생명과도 같은 빛이 적당하게 들어오게 하는 것이 남향집이다. 먹고 자고 쉬고 생활하는 공간이 집이다. 건조기가 있는 세탁기가 아닌 경우 집에서 세탁하면 젖은 옷을 말려야 한다. 집안에 빨래만 널어 봐도 남향집의 우수함을 절실하게 실감할 수 있다. 옷이 적당하게 잘 마른다는 것은 풍부한 빛과 적당한 통풍이 있음을 의미한다. 젖은 옷마저도 잘 마르는데 인간의 건강에는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겠는가? 인간이 머무는 집이 남향이면 빨래처럼 적당하고 뽀송하게 인간도 잘 마르게 된다. 창문 방향이 남쪽인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2002년 겨울에 아이 옷이 점차 더 많아질 때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늘 여벌옷도 어린이집에 두벌을 챙겨서 아이 가방에 넣고 갔다. 단칸방 북향집, 베란다가 없었던 집에서 빨래를 말릴 곳은 방안이 전부였다. 방벽 한쪽에 빨랫줄을 연결하고 건조대를 걸어놨다. 북향집 방 안에서 빨래를 말리면서 햇빛의 고마움을 깨닫게 됐다. 어느 날 회사 휘 0 언니 집에 잠시 들렀던 적이 있다. 바쁘게 잠깐 집안일을 정리하고 나온다며 집에 같이 들렀었다. 언니네 집이 남향집이었다. 휘 0 언니의사소한 일상 속 그림이었을 뿐이다. 마치 언니네 집이 판타지속에 나오는 풍경처럼 느껴졌다.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놨는데 그 풍경이 평온해 보이고 온화해 보였다. 남향인 집은 빛이 적절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적당한 빛으로 집안 온도도 적당했고 시원해 보였고 포근해 보였다.
퇴근 후 우리 집으로 돌아와 집에서 빨래를 하다가 휘 0 언니네 집과 우리 집의 차이를 실감했다. 우리 집은 북향집으로 하루 종일 빛이 잘 안 들어왔고 집안이 어두웠다. 어둡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에 전기를 켜야 했다. 봄, 가을은 그나마 조금 나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름과 겨울이었다. 여름엔 심하게 덮고 습했고. 겨울은 아주 춥고 습했다. 북향집에서 살면서 가장 서글픈 계절은 겨울이었다. 집안을 따뜻하게 유지하려고 하면 외풍이 심해서 난방비가 많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밖과 집안의 온도 차이로 집안이 습해졌다. 우리나라 겨울은 바깥공기가 건조한 것이 문제인데 북향집은 온도차 때문에 결빙이 생기고 물이 생겼다. 습한 집에는 필연적으로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갓난아이가 사는 집에 곰팡이가 꽃을 피우고 자신의 생명력을 키우며 이곳저곳 영역을 넓혔다. 곰팡이와 함께 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봄이 되면 살고 있는 전셋집 계약이 끝날 시기였다. 마음을 먹었다. 남향집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노트를 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계획을 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