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작업을 위해 사진을 찍고 서둘러 공항으로 오느라 저녁을 못 먹었다. 결혼식을 하면서도 거의 밥을 못 먹었다. 하루 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밥 생각이 별로 나지 않았다. 저녁시간이 지난 늦은 밤에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사에서 미리 나온 직원이 공항에 이미 나와있었다. 요즘 패키지여행은 국내공항에 직원이 미리 나와있는지 모르겠지만 2003년에는 여행사 직원이 국내 공항에 나와서 여행객을 안내해 주었다.
한국의 여행사 직원은 자세한 설명을 해주며 일 처리를 도와주었다. 처음 해외여행인 사람들에게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부터 이런저런 수칙을 알려주며 체크인 수속도 도와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외여행이 처음인지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안내받는 자세에 각자 긴장한 듯 서있었다. 비행기 좌석표를 받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도착지는 방콕으로 비행시간은 6시간 정도였다. 태국과 우리나라 시차가 2시간이라고 알려주었다. 해외에 갈 때 시계를 가져가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시계를 가져갔다. 비행기에 탑승해서 시간을 우선 태국 시간으로 미리 맞춰놨다. 비행기는 해외로 가는 것 때문인지, 긴 비행시간 때문인지 제주도 갈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비행기에 올라타고 마음 편히 사진도 찍고 비행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아침부터 미용실, 결혼식, 앨범 사진까지 일정을 따라가느라 피곤 함했는지 졸음이 몰려왔다. 화장실 두 번 정도 갈 때만 잠시 깨고 잠에 취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첫 해외여행인데 전혀 긴장하지 않은 사람처럼 비행기 안에서 숙면을 취했다. 물론 실제는 긴 비행시간에 긴장했을 테다. 다행히(?) 결혼식자체가 워낙 압박과 긴장감을 주다 보니 큰 긴장이 풀어져서 상대적으로 작은 긴장감을 못 느끼고 쓰러지듯 잠들었을 것이다.
도착시간 1시간 정도 남았을 때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자리에 보니 작은 종이 한 장이 놓여있었다. 공항에서 출발 전에 여행사 직원이 이야기해 준 출입국 서류 같았다. 기내에 스튜어디스의 설명이 이어졌다. 서류를 잘 쓴 건지 잘못 쓰는 건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빈칸을 채웠다. 시험 치를 때 OMR 시험 답안지를 체크하듯 틀린 내용이 없는지 살폈다. 남편과 내 것을 비교하고 옆좌석에 있는 분들 것도 슬쩍 보며 비교했다. 자세히 보다 보니 기재를 잘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치 시험 때 답안지를 다시 받듯 종이를 새로 받아서 다시 작성했다. 오기재할 경우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새벽동안 잠을 자는 사이 비행기는 우리를 방콕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우리나라는 겨울이라서 긴팔, 긴 바지 옷을 입고 있었다. 비행기가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숨을 턱 하니 멈추게 했다. 미리 챙겨놨던 여름옷을 다시 한번 살폈다. 비행기가 도착했는데 내리면서 바로 내리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미리 일어서서 짐을 챙기며 앞에 사람들이 나가길 기다리며 서서 기다렸다. 드디어 비행기 밖으로 나갔다. 더욱 뜨거운 공기가 느껴졌다.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보며 따라갔다. 먼저 공항 화장실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으니 좀 살 것 같았다. 가방을 찾는 수화물 번호를 확인하고 짐을 찾고 게이트 방향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바로 앞에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에 우리 이름을 확인하고 피켓 앞으로 갔다. 서있는 분이 외국인이라서 순간 잘 못하는 영어를 사용해야 하나 싶어 멈칫했다. 그런데 다행히 가이드가 간단한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차를 타고 파타야까지 이동한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이동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다. 같이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과 간단하게 목 인사를 나누고 차는 이동했다. 비행시간뿐 아니라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잠이 쏟아졌다. 비좁은 차에 각자 짐을 가득 싣고 가느라 짐에 기대서 잠을 잤다. 차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파타야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가이드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얼굴이 작고 하얀 예쁜 여자 가이드였다. 한국 사람을 외국에서 만나니 긴장감이 풀리면서 안심이 됐다. 생경한 장소, 생경한 사람들만 보다가 한국인 가이드를 보자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인 가이드가 이것저것 여행 일정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여행객들이 모두 해외는 처음 같아 보였다. 가이드의 말에 경청하며 일정을 메모했다. 4박 6일 일정 동안 가이드는 엄마 닭이 되고 여행객들은 병아리처럼 그녀를 졸졸 따라다녔다.
점심을 다 같이 먹고 일정 안내를 듣고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가이드가 모두 해주었다. 숙소 키를 받고 각자 숙소로 들어갔다. 짐을 놓고 여행 가방을 정리했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함께 움직여야 했으므로 잠시 후 호텔 로비로 가야 했다. 동남아 날씨가 덥다 보니 쉽게 지치는 기분이었다. 호텔에서 정리를 해놓고 더운 몸을 식히기 위해 씻고 나왔다. 일정에 맞게 다니려면 선크림도 바르고 준비물을 챙겨서 나가야 했다. 작은 가방 하나에 이것저것을 챙기고 다시 가이드를 만나러 로비로 갔다. 드디어 첫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여 년이 지났어도 첫 해외여행에 대한 기억은 다소 선명한 편이다. 가이드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태국 여행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알카쟈쇼>, <19금 쇼>, <펍>에 가서 맥주도 마시고 자유롭게 태국의 밤문화를 경함 한 것이다.
알카쟈쇼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쇼였다. 패키지여행에 기본옵션이 추가돼 있는 일정이었다. 공연을 보기 전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었다. 공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트랜스젠더라며 아닐 것 같은 사람을 찾아보라고 했다. 아름다운 조명과 멋진 공연을 펼치는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이 처음부터 여성이었을지 열심히 살피면서 공연을 봤다. 공연을 다 보고 나서 사람들이 의견을 서로 말했다. 그런데 가이드의 말을 듣고 우린 모두 놀라고 말았다. 공연을 한 모든 사람이 트랜스젠더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봐도 확실하게. 여성일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젠더라는 사실에 모두 놀라며 즐거워했다.
19금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여행 3일 차일 때 가이드가 제안해 주었다. 강력하게 야한 쇼가 있는데 남자 전용, 여자 전용으로 남녀가 함께 관람할 수 없는 쇼라고 했다. 신기한 경험을 마다할 수 없으니 적극적으로 참가 의사를 밝혔다. 함께 간 네 팀 모두 신행 팀이었는데 남, 여 따로 입장권을 끊어서 남자들과 여자들이 각각 다른 쇼에 입장했다. 어두운 장소에 들어갔다. 쇼는 스토리가 나름대로 있지만 입장시간을 딱히 제한하지 않는다고 했다. 계속 무한 반복 되는 쇼라서 공연을 보다가 우리가 본 장면이 다시 이어지면 그때 출구로 나오면 된다고 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남자들이 나체로 공연을 했다. 재밌는 장면도 있고 신기한 장면도 있었다.
마지막 피날레에 공연하던 모든 남자분들이 일렬로 서서 사정[퓨슝~ 푸슝~]을 하면서 공연이 끝났음을 알게 해 주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