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양날의 검. 나를 지키는 도구가 될 것인가, 나를 죽이는 무기가 될 것인가? 나를 살릴 수 있는 것도 사람, 나를 죽일 수 있는 것도 사람이 될 수 있다. 인연과 악연은 사람이 결정지을까? 사건이 결정지을까? 인간관계는 상호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방적인 경우는 드물다. 묻지 마 살인이나 묻지 마 폭행 같은 범죄는 관계에서 오는 사건이라기보다 급격하고 외래적인 사고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저 어쩔 수 없는 악연이 있을 수도 있겠다. 연인이나 친구의 경우 인연으로 왔다가 헤어지거나 다툼으로 악연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관계는 인연의 시간이 존재하고 악연의 시간이 존재하기도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만족한 삶을 살기 위해 인간관계나 사회성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다. 행복한 삶을 살려면 타자와의 관계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악연이 많을수록 즐거운 인생이 되기 힘들다. 인간이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사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이유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인간관계>는 필수기 때문이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좋은 인간관계는 행복한 삶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상처를 준 사람은 없는데 상처를 받은 사람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인 감정이 오류를 낳는다. 어떻게 준 사람은 없는데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인가? 인간의 감정은 주관적이고 모순 투성이다. 누군가를 탓하는 마음에 착각을 일으키게 되어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양산될 수도 있다. 그러니 스스로 상처받았다고 생각할 때 반드시 심사숙고, 고민해 보자. 피해의식을 갖지 않으려면 타자의 고의가 빚어낸 상처인지 남 탓하는 마음이 착각을 낳은 것인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의 감정이 낳은 소산이라면 마음을 조절하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 된다.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교 폭력과 복수에 대한 스토리로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뤘음에도 무겁게만 받아들여 지진 않았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작가와 감독의 탄탄한 실력으로 드라마의 품격을 높여 재밌게 봤다. 주인공은 학창 시절 당했던 폭력이 남긴 상처를 성인이 되어서 복수해 나간다. 복수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잔인하고 폭력적이게 만 느껴지지 않았다. 악역들을 처단하는 것이 피해자가 직접적인 폭력으로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가해는 그게 복수의 이름으로 처단했더라도 죄의식이 남기 마련일 테니 말이다. <더 글로리>는 직접적인 폭력을 복수에 사용하지 않았다. 드라마 속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스스로 자멸하도록 차츰 바둑돌을 놓았을 뿐이다. 아주 철저한 계획으로.
폭력이 상처를 낳거나 범죄가 상처를 낳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사랑은 어떤가? 달달하고 설레는 '사랑'에는 상처가 없을까? 짝사랑은 늘 상처로 끝날까? 사랑이 끝나는 과정에서 왜 상처가 날까? 연인이나 친구, 지인 관계에서 배신은 어떤 형태가 있을까? 친분이 있는 믿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는 건 어떤가? 가족관계에서의 폭력과 상처는 어떤 것에서 기인할까? 이 모든 걸 그저 가해자라 칭하며 타인을 탓할 수 있을까? 과도한 욕심이 사기를 당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과도한 기대가 배신을 낳기도 한다. 그저 주는 것이 사랑이라면 상처는 없을 수 있다.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 만큼 받아내려고 하면 그때 상처가 시작될 수 있다.
상처받았다고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하기 전에 나 자신을 뒤돌아보자. 나는 사랑을 한 것인가? 거래를 한 것인가? 이윤을 바란만큼 손해가 낫을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를 빌려서 나는 반성한다. 살면서 고의든 실수든 무지든 혹은 다른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겠는가? "미안합니다. 나로 인해 상처받았다면 이유 불문하고 깊이 사죄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직접 사과를 하는 건 어려워졌다. 이미 내 인생에서 철저히 타인으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기도뿐이다. "신이시여.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께 미안합니다. 그들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내 삶에 버팀목이 되어주고 벗이 되는 사람들. 때로는 내가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때로는 그들로부터 상처를 치유받는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언니들, 아들, 엄마, 친구들, 남자친구, 직장동료, 독서모임 사람들. 매일 별별 챌린지에 글을 올리면서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며칠 전 브런치 작가에 응모해서 승인이 이루어졌다. 별별 챌린지로 뿌리를 내렸고 브런치는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준다. 이제 나의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