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38) 두 번째는 무섭다

셸 위 댄스-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138화

별별챌린지 3기 -46일 차




부처꽃 (꽃말: 비연, 슬픈 사랑, 시랑의 슬픔)



두 번째는 무섭다


시어머님 치료가 잘 되었다. 건강을 회복하셔서 다행이었다. 당시 시어머님 나이가 만으로 60을 조금 넘으셨기 때문에 그나마 젊어서 회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가정의 가족 일원이 아프거나 사고가 나면 온 가족의 일상이 무너지게 된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온통 이혼 준비로 분주할 때였다. 그러나 나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사고가 났으니 해결하고 그 순간을 잘 지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시어머님과 특별하게 돈독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함께 살고 있는 한 가족이었고 '시'자가 붙었더라도 분명히 나의 어머니였다.


인간의 인생은 한 가지의 음식과도 같다. 희, 노, 애, 락 즉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등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이 한데 섞여 하나의 음식이 된다. 따로따로의 맛은 그 자체의 맛으로 좋을 수도 있지만 나쁠 수도 있다. 소금은 혼자서 먹을 수 없지만 음식에 소금이 빠지면 영 싱거워진다. 재료에 따라 양념에 따라 수많은 요리가 탄생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것들이 한데 섞여 있는 것이 인간의 생이다. 이것저것 모두 섞여 있어도 음식은 간이 맞으면 맛이 난다. 하루가 쌓여서 인생이 된다. 살아있는 우리는 하루라는 요리를 매일 맛보며 살아간다.


매일 단것만 먹는다면 단맛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 맛을 느끼더라도 단맛을 즐기고 좋아하게 될까? 아무리 좋은 것도 일상이 되면 그건 기뻐할 일이 아닌 기본값이 되어버린다. 인간의 감정이란 것 자체가 상반되는 감정이 있어야 다른 상반된 감정을 더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간에게 계속해서 기쁜 일만 있다면 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노와, 애가 있어야 기쁨을 더 느끼게 된다. 그러니 모든 인간은 인생을 살면서 각자의 희로애락재료와 양념을 넣고 <하루>라는 음식을 만들며 그것을 맛보며 살아간다.


인생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한 명의 선장으로서 망망대해와 같은 터전에서 인간은 각자 생의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인생에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들이 있다. 생과 사, 그것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체력을 유지해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개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오는 사고나, 질병을 인간이 피해 갈 수 있을까? 살면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사고가 나와 내 가족에게 일어날 때 한 인간, 혹은 가정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거나 수습해 나가야 한다.


한 번 더 간곡하게 남편에게 시어머니를 병원에 모시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물었다. 만약 그 같은 일이 친정엄마에게 일어난 사고였다면 나는 좀 더 강력하게 나의 의견을 확실하게 했을 것이다. 만약 여타의 가족들과 생각의 차이가 있다면 가족들을 설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친정엄마의 일이 아니고 시어머니의 일이었다. 내가 하는 말을 남편이 곡해할 수 있었다. 의견을 강하게 주장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평소 다른 일로도 나의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나는 시어머니가 건강을 회복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혼을 할 예정이었다. 타인이 될 사람에게 내가 무슨 말을 더 한다는 것도 주제넘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시어머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에 대해 마치 자신이 어머니를 두 번째로 버린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어릴 때 두 형제는 친지들에 의해 어머니와 떨어져야 했다. 정신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정신병원으로 갔고 두 어린 형제는 서로만 의지하고 성장했다. 큰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정신병원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나왔고 형제는 성인이 되어서야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리고 시어머님은 큰아들에게 또다시 버려졌었다. 남편은 시어머님을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남편은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이 아주 큰 불효라고 생각하는 듯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그의 뜻대로 시어머님을 집으로 모시게 되었다.


2002년에는 친정엄마가 대동맥 박리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었다. 시어머님이 쓰러지기 3년 전의 일이다. 친정엄마가 당시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들이 하늘이 도운 그저 감사할 일이었다. 모든 것이 다 미리 준비한 것처럼 착착 이루어졌다. 쓰러진 엄마를 빨리 발견했다. 그리고 병원으로의 이송도 빠르게 진행됐다. 그 후 엄마의 질병에 대해 더 잘 치료하는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했다. 이후 병원에서는 최고의 치료방법으로 엄마를 살려주었다. 예측 불가능한, 갑자기 일어난 사고와 같은 일을 수습하는 건 인간이 개입되지만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두 분 다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다행히 시어머니가 많이 회복하셨고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괜찮아지셨다. 별도의 후유증도 없이 정상으로 퇴원하셨다. 혼자서 밥도 챙겨드시고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상태로 돌아오셨다. 건강을 회복한 것에 남편과 나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다시 우리는 일상처럼 일을 하러 회사에 갔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남편과 나의 회사 업무는 중순이 되는 시점부터 말일까지는 거의 야근을 해야 했다.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는 날은 남편과 전철역에서 만나서 퇴근을 했다. 야근은 보통 저녁 9시까지 하는 경우가 많았고 10시쯤 친정엄마네 들러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집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시어머님이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 시어머님이 두 번째로 쓰러지셨다. 퇴원한 지 2주도 안되어 일어난 일이었다.



#장하늘 #장하늘브런치 #장하늘발전소 #하늘상담소 #부처꽃 #셸위댄스 #당뇨합병증 #당뇨 #시어머니.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