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 지 불과 2주도 안 돼서 두 번째로 쓰러져 있는 시어머님을 발견했다. 남편과 나는 시어머님이 두 번째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신 거라서 덜컥 겁이 났다. 놀란 마음을 뒤로한 채 익숙하게 119에 신고 접수를 했다. 119 구조대원을 기다리며 시어머님의 숨을 확인했는데 숨은 쉬고 있었다. 눈을 확인해 보고 어머님을 흔들어 보았다.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라서 119 구조 대원이 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 구조 대원이 오는 시간은 1초가 더디게만 느껴졌다. 아기 용품을 챙기고 시어머님의 용품도 챙겼다. 두 번째라서 어떤 게 필요한지 알아서 병원에 갈 준비를 하는 건 빠르게 할 수 있었다.
119 구조 대원님들이 오셨고 지난번처럼 남편까지 힘을 모아 시어머님을 옮겼다. 이전에 갔던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이송을 부탁했다. 응급실에서 다시 중환자실로 시어머님이 옮겨졌다. 한 번은 구사일생으로 깨어나셨지만 두 번째라는 것이 두려움을 키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남편을 원망하는 생각이 불쑥 올라왔다. 내 말을 좀 들어주었더라면 '시어머님이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원망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나에게는 시어머님이지만 그에게는 하나뿐인, 둘도 없는 '어머니'였다. 그의 슬픔에 내 슬픔은 미칠 바가 못되었다.
우려했던 것처럼 시어머님은 중환자실에서 훨씬 더 오랫동안 치료를 받으셔야 했다. 좀처럼 시어머님이 좋아지지 않으셨다. 계속된 검사와 처치를 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며칠이 더 지났다. 훌쩍 보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사이 중환자실에서 병원비가 많이 나왔고 중간 정산을 요구했다. 남편이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를 했다. 사용하지 않던 카드까지 사용해서 결재를 해야 했다. 중간 결재를 했을 뿐인데 병원비가 700만 원이 넘게 나왔다. 앞으로 얼마의 병원비가 더 들어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아서 잘라버렸던 신용카드도 혹시 몰라서 재발행을 신청해야 했다.
남편이 어떻게 시아주버님과 이야기했는지 알지 못한다. 둘이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상세한 내용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시아주버님은 시어머님이 병원에 있을 때도 자주 오지 않았다. 그리고 병원비를 보태줄 상황이 아닌지 병원비에 대한 말은 일절 꺼내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넘게 시어머님이 치료를 받으셨다. 중환자실의 병원비를 또 납입해야 했다. 두 번째로 납입한 병원비는 30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처음 쓰러졌을 때 병원비까지 하면 1600만 원이 넘는 병원비에 대한 카드빚이 남편에게 생겼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계속된 치료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님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의식이 없고, 말을 못 했으며, 대소변을 가릴 수 없게 되었다. 차도를 위한 치료를 하는 건지 그저 반복된 검사가 진행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중환자실 의사 선생님과 상의를 해봤으나 시어머님의 상태는 다시 좋아질 수 없다는 말을 들을 뿐이었다. 이대로 계속 중환자실에 있을 수 없었다. 한 달 병원비가 최소 500만 원이 넘게 나오고 있었다.
병원 측은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환자의 경우 일반 병실로 옮기는 것을 꺼려했다. 중환자실에서는 이틀 전에 했던 검사를 다시 반복하며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는 시어머님의 상태를 확인하며 반복적인 검사를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를 해보았다. 시어머님처럼 아무런 것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환자일 경우 일반 병실로 옮기더라도 간병인을 상주시켜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남편과 상의해서 시어머님 병원을 옮기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병원을 검색해 보고 아는 분들께도 병원 추천을 받았다. 치료를 함께해 주는 병원을 찾아야 했고, 너무 작은 병원은 제외했다. 요양병원의 역할도 함께해 주면서 기본적인 처치가 되는 병원을 수소문했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권내에 몇 개의 병원을 찾았고 남편과 짬을 내서 병원을 방문해 보았다. 2005년에는 그런 병원이 많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병원에 방문해서 시어머님 상태에 대한 논의를 하고 병원 쪽에서 환자에 대한 케어가 가능한지 못한 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야 했다. 주말 동안 이곳저곳 병원을 찾아다녔다.
급한 일일수록 주변에 수소문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가까운 지방 충청도 쪽에 병원을 소개받았고 검색해 보았다. 미리 전화를 해보고 직접 방문을 하기로 약속했다. 병원을 방문해서 보니 환자들이 여럿 있었고 병원 규모도 큰 편이었다. 외곽에 떨어져 있어서 공기도 좋았다. 병원에 시어머님 차트를 드리고 상담해 보았고 해당 병원에서도 충분하게 케어가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남편과 상의한 후남편에게 시아주버님께도 이야기해 보고 결정을 내리자고 말했다. 남편이 형과 상의를 한 후 결정을 내렸고 시어머님 병원 이송이 결정됐다. 대학병원에 다시 한번 시어머님 상태를 확인받고 이송할 병원에 대한 문의도 했다. 병원에서도 승인이 내려졌고 퇴원 수속을 받았다.
퇴원 수속을 하면서 즉시 시어머님을 충청도 병원으로 이송했다. 매달 병원비가 120만 원 정도로 고정비가 되었다. 120만 원도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중환자실에 있는 것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