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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쓰러진 시어머니

셸 위 댄스 -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137화

별별챌린지 3기-45일 차




맥시칸아이비 (꽃말:변화)



쓰러진 시어머니


[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만화가 신일숙 님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나오는 유명한 글귀다. 너무나도 재밌게 본 만화의 명대사인 '예측불허'라는 서프라이즈가 내 인생에도 불쑥불쑥 나타났다.


MBTI 16가지 유형 중 나에게 해당하는 유형은 ENFJ다. 일명 <정의로운 사회운동가>라고 불리 유형이다. 주위에서 MBTI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유형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구분이 되는 상반된 성향의 퍼센티지가 처음부터 비슷했는데 어느 기점 이후로 바뀌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유형이 그전과 바뀐 사람 중에 어떤 사람들은 특별한 사건 혹은 나이가 들면서 일순간 바뀐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30대 이후에 MBTI를 처음 접했고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이 현재 40대 중반을 넘어서까지 꾸준히 ENFJ 유형으로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


J형은 소위 말해서 계획형이라고 구분된다. 글을 쓰면서 내가 찐 계획형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J들이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게 RISK(위험), 즉 불확실성이다. 나는 늘 계획을 세우곤 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늘 계획을 하고 실행을 하고 꾸준한 노력으로 마침내 그 일을 달성했다. '우연히, 갑자기, 혹은 순순히 어떤 일이 자연스럽게 되었더라'라는 자연발화설은 내 삶에 없는 것만 같았다. 그중에 어떤 일들은 계획하고 실행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들도 부지기수였다. 나이가 오십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은 그나마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예전보다는 포기가 빨라졌다. 그러나 지금 보다 젊을 때는 안 되는 것도 끝까지 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사다난했고 버라이어티 하고 스릴 있는 나의 인생은 27살이었던 2005년에도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었다. 남편과 나 사이에 모든 희망의 끈이 끊어지고 한창 이혼을 준비하던 나의 계획에 RISK, 인생의 묘미인(?) 예측불허, 불확실성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2005년 여느 때처럼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시어머님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저곳 찾다가 시어머님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뭔가에 걸렸는지 문이 잘 열리지 않았다. 조금 열린 문 사이에 빼꼼하게 얼굴을 들이밀었고 처음으로 발견한 건 발이었다. 좁은 방에 상대적으로 큰 거구의 시어머님이 쓰러지면서 방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좁게 열린 문을 비집고 들어가서 시어머님을 흔들어 보았다. 그런데 시어머님은 미동이 없었다. "으어어엌 어머니~ 어머니~"

놀란 마음에 남편에게 소리쳤고 뒤늦게 따라 들어오던 남편이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우왕좌왕하다가 119에 신고를 했다. 119 구조대원이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놀라고 당황했다. 남편이 시어머님을 어떻게든 업어서 옮기려고 해 봤다. 그러나 남편은 시어머님을 업을 수 없었다. 시어머님은 체격이 큰 편이었기 때문에 멀쩡할 때도 시어머님을 업는 건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시어머님이 완전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업는다는 건 어림없는 일이었다. 119에서 구조 대원이 왔고 남편과 함께 구조 대원 두 분까지 가세해서 세 명이 힘을 모아 시어머님을 옮겼다.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부천 중동에 순천향 대학병원으로 시어머님을 모시고 갔다. 남편과 나는 사색이 되었고 둘 다 어쩔 줄을 몰랐다. 시어머님은 바로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면회는 일정 시간만 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퇴근 후에 병원에 매일 갔다. 시어머님은 응급실에서 3일 넘게 있게 되었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위급한 상황이 지나고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일주일 이상을 일반 병실에 있었다.


당시 시아주버님은 상황이 어렵고 병원비를 보탤 형편이 전혀 안된다고 남편이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병원에도 거의 오지 않으셨다. 시어머님 병원비가 600만 원이 넘게 나왔다. 다행히 쾌차하셨고 며칠만 더 경과를 보고 퇴원하면 된다고 했다. 남편이 몇 개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었고 병원비를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했다. 우리 집도 여윳돈이 전무했기 때문에 병원비는 모두 신용카드빚으로 남게 되었다.


빠른 대처로 시어머님은 정신을 차리셨다. 총 보름 정도 입원했고 응급실 치료와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늘이 도운 것인지 시어머님은 생명을 보존했고 건강을 회복하셨다. 보름 동안 시어머님이 입원하면서 내가 이혼하려고 계획한 월초 날짜는 이미 지난 다음이었다. 남편에게 이혼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시어머님이 쓰러지고 시어머님의 생사가 왔다 갔다 하면서 모든 것이 아찔해졌다. 당시에는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어머님이 깨어난 것에 감사한 마음만 들 뿐이었다.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나는 남편에게 강력하게 시어머님을 요양병원으로 모시자고 말했다. 병원에서 진단 나온 내용이 시어머님이 쓰러진 이유가 당뇨에 의한 합병증으로 쇼크가 온 때문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그 같은 일은 또 발생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위험성을 안내해 주었다. 쇼크가 오기 전에 누군가 함께 있었다면 쇼크를 막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이 나는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병원에서 주지 시킨 만큼 시어머님이 혼자 계시는 게 걱정되고 무서웠다. 그런데 남편은 시어머님을 집으로 모시길 원했다. 나는 그 같은 일이 또 있으면 아주 위험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그의 선택을 만류했다. 그런데 그가 고집을 피웠다. 어린 시절 자식 둘 모두 시어머님과 떨어졌던 것이 죄스러운지 결혼을 한 그는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가 된 듯 행동했다.


나의 이혼 카운트다운 계획은 잠시 보류되었다. 시어머님이 우선 괜찮아지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예측불허인 인생은 나에게 또 하나의 이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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