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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이혼, 카운트 다운

셸 위 댄스- 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136화

별별챌린지 3기- 44일 차



플라밍고 (꽃말: 번뇌)


이혼, 카운트 다운


이혼에 필요한 준비가 거의 다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서류는 파일을 만들어 정리했고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났다. 내가 저지른 외도는 나 또한 그를 기망할 수 있다는 서글프게 치졸한, 일종의 복수 같은 행동이었다. 복수는 아름다울 수 없지만 평온을 가져다주는 안정제 역할은 했다. 남편에게 더 이상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았다. 끝을 장식하기엔 이보다 더 명쾌한 반격은 없을 것 같았다. 잘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가 받았던 억울함이 그를 속이고 내가 잘못을 자행함으로 힘들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나는 나의 내면에 미치광이와 마주했고 그 미치광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남편을 기망하면서 남편과 나 사이에 있었던 실낱같은 희망조차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끊어버렸다.


그에게 이혼 준비를 하면서 화를 내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화가 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내 인생에 전혀 의미가 없는, 타인과도 같은 사람이 되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철저하게 이기적인 마음으로 남편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고, 나조차도 속이며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외면했다. 나의 일탈은 그가 지금까지 나에게 시종일관 보여준 태도에 대한 <자업자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그가 늦게 들어오거나 나를 화나게 하더라도 그저 나는 말버릇처럼 그에게 말할 뿐이었다. "있을 때 잘해~" 나는 이 말을 그에게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흥얼거리듯 반복해서 말했다. 이미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와 앞으로 안 볼 사이였기 때문에 있는 동안 그에게 평소보다 더 친절히 대했다. 곧 안 볼 사람이었다. 그러나 내 금족 같은 아들의 아빠였다. 아들과의 연결고리 때문에 서로 으르렁거리며 이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포기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에게 남편으로서, 아이의 아빠로서 바라는 게 없어졌기 때문에 그가 잘못을 해도 더 이상 속상하거나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야릇한 표정으로 "있을 때 잘하자~" 혹은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유명하고 리듬조차 신나고 흔쾌한 트로트 노래를 부르며 넘어갈 뿐이었다. 이혼 날짜 디데이를 잡았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한 달을 기준으로 월 마감을 하는 회사였다. 이혼을 하려면 법원에 가야 했고 평일날 방문해야 했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중순 이후에는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모든 서류를 준비하고 나서 월초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평온한 마음, 일상이 이어졌다.


나는 이전까지 내 행동에 대한 잣대를 세상의 잣대 이상으로 엄격하게 구분 짓고 있었다. 권선징악은 진리라고 생각했다. 노력하는 대로 모든 보상이 따른다고 굳게 믿었다. 선, 틀을 정해놓고 밖으로 나가거나 금을 밟으면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간은? 아니 나는 얼마나 이기적이고 편협한 인간인가? 나는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도 모든 잘못은 그에게만 있다고 나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었다. 스스로 내가 나쁘다고 인정할 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그랬다. 그저 나를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빨리 월초가 돼서 이혼을 실행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야근을 하는 날은 남편과 보통같이 퇴근을 했다. 여느 때와 똑같이 퇴근을 해서 친정엄마 집으로 향했다. 회사에서 퇴근하는 시간이 늦어질 때는 아들은 어린이집 차로 나와서 친정 엄만 네 집에 가서 있었다. 엄마네 집에 아들이 있으면 아들을 데리러 엄마네 집으로 가야 했다. 아직 아들이 어렸기 때문에 아이 가방이 큰 가방으로 두 개 정도가 됐다. 아들을 포대기에 업고 남편이 가방을 두 개 들고 우리 집으로 갔다. 보통 집에 들어가면 시어머님은 자신의 방에서 잘 안 나오셨다. 퇴근을 하면 나는 시어머님 방문을 두드리고 시어머님께 인사했다.

집에 들어가서 똑같은 패턴으로 시어머님 방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인기척이 없으셨다. 몇 번 더 방문을 두드렸는데 묵묵부답이다. 화장실에 계시나 싶어서 화장실도 두드려봤다. 아무 소리가 안 나서 화장실 문을 열었다. 화장실에도 안 계셨다. 보통 밖에 나가는 분이 아니셨고 신발도 그대로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시어머님 방문을 두드렸고 문을 열어봤다. 그런데 시어머님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너무 놀라서 시어머님을 흔들어보았다.


시어머님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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