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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내로남불이라고 하진 않겠다.

셸 위 댄스-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135화

별별챌린지 3기- 43일 차




루베로즈: (꽃말:위험한 쾌락, 달콤한 목소리, 위험한 관계)



내로남불이라고 하진 않겠다.


외도의 사전적 의미

1. 바르지 아니한 길이나 노릇.
2. 아내나 남편이 아닌 자와 성관계를 가지는 일
3. 본업을 떠나 다른 일에 손을 댐


외도라고 판례에 인정되는 범위의 확장 다른 이성과 지속적이 사적 메시지 사용, 업무 외적인 잦은 만남, 밤늦은 시간에 오랜 시간 동안 통화, 다른 이성으로부터 선물을 주고받는 행동까지도 모두 외도에 해당.

배우자(남편 또는 아내) 입장에서 보았을 때, 배우자(아내 또는 남편)가 다른 이성에게 하는 행동 중 배우자 입장에서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는 행동은 외도 뜻의 의미에 맞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내로 남불 뜻: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회사에서는 애써 감정을 숨기고 일을 했다. 그러나 나에게 불어닥친 폭풍우는 너무나도 거셌고 표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일에 소홀할 수 없었다. 집에서 난리굿을 벌이더라도 회사에 나오면 일을 했다. 일은 하고 있었지만 며칠 동안 패닉이 왔을 때 눈이 붓고 표정이 멍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 가서 혼자 점심을 먹거나 거의 밥을 먹지 못하고 굶었다. 밖에 나가면 울 자유가 있었다. 회사 내에서 눈물을 보인 건 아니지만 몇 날 며칠 울었던 게 얼굴에 다 나타났던 것 같다. 평소에도 친절했던 동료 k가 나를 걱정해 주었다. 며칠 전 집에서 3일 내리 울다가 출근했을 때부터 뭔가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하루는 점심을 사준다고 k가 밥을 같이 먹자고 했다. 회사 근처가 아니라 조금 더 멀리까지 걸어가서 밥을 먹었다. 밥을 잘 못 먹는 나를 보며 왜 그렇게 못 먹는지 물어봤다. 평소 나는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먹을 때만큼은 정말 맛있게 먹는 편이다. 맛있게만 먹는 게 아니라 먹는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빠르다. 보통 남자보다도 먹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서 같이 먹는 사람들이 오히려 천천히 먹으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평소와 달리 너무 못 먹는 나에게 인사치레로 물은 말일 것이다. 별말 아닌 물음에 밥을 뜨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어떻게 못할 정도로 눈물이 나서 밥을 먹다 말고 죄송하다고 인사하며 밖으로 나왔다.


혼자서 음식점 밖으로 나왔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까지 도망갔다. 회사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까지 가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계속 소나기가 내리듯 눈물이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소리 없이 울다가 이내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가 볼세라 아무도 없는 구석진 곳에 있는데도 한 번씩 뒤돌아보게 됐다. 아무도 없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더욱 큰소리로 울었다. 눈물을 흘리다 보니 가슴에 통증이 오히려 조금 옅어지는 것 같았다. 집에서 울 때도 며칠 동안 가슴을 치고 울었다.


어느 곳에선가 TV에서 가슴을 치며 우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내가 가슴을 치며 울게 되면서 왜 가슴을 치는지 알게 되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숨을 쉴 수가 없을 때 가슴을 치게 된다. 답답하다 못해 어느 순간 멎어버릴 것 같은, 가슴을 쥐어짜는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그럴 때 심폐소생술을 하듯이 주먹을 단단히 쥐고 가슴을 탕탕~ 치면 그나마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멎을 것 같은데 계속 울다 보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거나 치면서 울게 된다. 그것은 살려고 하는 몸부림이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 회사 사무실로 들어갔다. 점심을 사주었던 동료 k에게 너무 미안했다.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다음에 내가 밥을 사드리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며칠 후 k와 밥을 먹었다. 평소에 농담도 잘하는 내가 내내 표정이 심각하니까 k가 안부를 물었고 나의 말을 들어주었다. 부끄러움도 잊은 채 집안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간단하게 당시 남편의 거짓말, 두 개의 통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편에게 충격을 받았고 이혼을 준비 중이라는 말을 했다. 어차피 상관없었다. 쓸데없는 말들을 해서 내 얼굴에 침 뱉는 게 되더라도 이미 터져 나온 말이었다.


누군가에게 말을 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홀가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 이후 나는 그 동료 k와 몇 차례 더 식사를 했다. 그리고 k는 나에게 여자로서 대하는 행동을 했다. 남편과 이혼을 준비 중이었으므로 k와 남녀끼리 할 수 있는 대화를 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k와 연인이라는 생각은 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혼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홧김에 계집질하는 사람처럼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남편은 이미 수차례 외도를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내가 외도를 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나니 이혼이 더욱 확실해지는 것 같았다.


이혼 준비를 하면서 남편과 싸움을 피했다. 평범하게 일상을 보냈다. 시어머님께도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다. 오히려 시어머님께 더 친절을 베풀었다. 시어머님을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은 그맘때 이미 모두 사라진 후였다. 시어머님이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 시어머님께 불편한 마음이 들거나 실망하는 일이 없었다. 다만 아픈 사람이기에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걸 해드리려고 노력했다. 시어머님은 죄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혼을 하게 되면 생판 남이 될 사람이었다. 아프고 불편한 분이기에 함께 있을 때까지는 조금이나마 더 신경을 써드렸다.


이혼을 하면 아들을 혼자 키워야 했다. 이혼 후 필요한 것들을 기록하고 준비했다. 회사는 늦게 끝나기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아들을 봐줄 사람이 있어야 했다. 당시 친정엄마에게 늦은 시간에 아들을 맡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친정엄마의 손을 빌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엄마의 생활이 문제였다. 엄마의 집은 경매가 진행 중이었고 오빠는 자리를 못 잡고 있었다. 엄마에게 내 아들을 맡길 경우 엄마 집의 생활비를 내가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혼을 하려고 해도 문제는 돈이 기반이 되어야 했다.


당시 우리 집은 임대 아파트가 당첨이 된 상태였다. 임대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상당한 돈이 필요했다. 이혼, 입주 모두 돈을 마련해야 했다. 당시 살고 있던 집은 전셋집으로 전세보증금이 2500만 원이었다. 그중 70%가 대출이었다. 대출 원리금도 잘 낼 수 있는지 살피고 계산해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년 동안 남편이 급여를 속이면서 집안 살림을 나의 소득으로만 유지하는 꼴이 된 상태였다. 당시만큼 소득을 유지한다면 아들을 키우며 혼자 사는 건 문제없을 것 같았다. 이혼의 과정이 끝날 때까지 내가 조심할 건 절대로 유책 배우자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회사 동료 k는 나에게 연민을 느꼈고 나는 그를 수단으로 이용했다. 그를 좋아했다. 그러나 사랑이란 감정은 아니었다. 그 당시 나에게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란 게 있을 리 만무했다. 나를 여자로 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20대 중반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여타 20대들이 가진 싱그러움이 나에겐 없었다. 화장을 하고 여자답게 직장 생활을 하지 못했다. 그저 딱 70년대 30대 아줌마같이 화장도 안 하고 옷도 아줌마들처럼 입고 꾸미지 않은 부족한 차림으로 다녔다. 그런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고마웠다.


당시만 해도 외도는 상간, 즉 성행위를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합리화된 기준으로 나의 행동은 외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혼을 준비하는 입장이었지만 원활한 이혼을 위해 유책 배우자가 되는 게 싫었을 뿐이다.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그것 때문에 일부 행동을 절제한 것뿐이었다. 나의 행동에 무분별과 분별의 기준은 지극히 이기적인 잣대였다. 판례로 정의하는 외도의 기준은 훨씬 더 넓은 범위까지 포함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내로남불'을 주장하는 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이며 자기 최면인 괴변일 뿐이다.


외도, 바람은 어디까지가 경계일까? 나는 그때 동료 k와 무엇을 한 것일까? 제대로 된 의미를 알고 생각해 봤다. 제아무리 이기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로맨스라고 명명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아름다웠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남편에게 실망한 마음을 보상받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가 그때 k와 나눈 대화, 행동은 사회적 기준, 즉 판례로 외도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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