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아침은 없는 시간이었다. 직장인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일요일 아침 시간이 없어졌던 것 같다. 당연하다는 듯이 일요일은 정오를 넘어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주말은 줄행랑을 치듯 빨리 지나갔다. 워킹맘으로 살아온 20년은 항상 잠이 부족했다.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어른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직장일과 집안일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었다. 워킹맘으로 퇴근 후 쌓인 일들을 하다 보면 피곤함에 찌든 일상이 되었다.
사랑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집착이 되면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없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 집착하지 않고 그저 애정하고 아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침대가 나에게 집착한다. 내가 침대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고 우겨본다. 주말, 평일에도 예외는 없다. 그나마 평일에는 회사를 가야 하니 모진 마음을 내어 침대를 뿌리치고 출근길에 나선다. 그러나 일요일 아침, 침대는 미운 다섯 살 어린아이 같이 바짝 달라붙어 내 몸을 붙잡아둔다. 주말 아침 나는 무거운 눈을 떠보려 하지만 침대의 집요함에 이내 굴복한다.
누가 누구에게 집착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침대라는 관속에 시체가 되어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 살아있는 나는 좀비라도 된 듯 그곳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커피를 마실 때도 그에 기대어 마시고, 책을 보더라도 그에게 누워서 읽는 둥 마는 둥 한다. 가끔 드라마를 몰아보는데 핸드폰으로 침대가 그대인 양 그를 응시하고 그만 바라보며 그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중독성 강한 침대와 결별을 선언한 건 한순간이었다. 독서 모임 시작으로 일요일 새벽 그와 드디어 산뜻하게 결별하게 되었다. 그와 헤어진 지 벌써 1년 5개월이 되었다.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냈다. 일요일 새벽, 나에게 수년간 없었던 시간이 생명을 얻었다. 시간뿐 아니라 내 삶에 없었던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고 책을 통해 많은 스승을 얻었다. 새로운 '나'로 거듭나고 있다. 일요일 오전이 되면 6시 전에 일어나서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평일에 회사를 가듯 일요일을 시작한다. 집을 나와 커피숍으로 가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책을 다 읽고 못 읽고는 중요하지 않다. 일요일 새벽을 살려내자 하루가 온전히 살아났다. 얼마 전부터 독서 모임이 끝나면 집 앞 영화관에서 조조영화를 보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도 오후 12시 30분을 넘지 않는다. 내 생에 없었던 시간 --- 일요일 낮 12시까지 --- 에 문화생활도 하며 1도 다른 각도의 삶을 살고 있고 특별한 [하늘]을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