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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늘 Oct 30. 2023

1) 신용카드에 청구된 수상한 금액

1. 보이스 피싱

 2020.



1) 신용카드에 청구된 수상한 금액     


2020년 봄, 신용카드결제 청구서를 보고 나는 머리를 한대 쎄게 맞은듯 기겁했다. 결제 금액이 예상금액보다 200만 원 이상이 더 청구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지?’ 꼼꼼히 청구된 리스트를 살폈다. 그런데 전혀 짐작이 지 않는 내역을 발견했다. 금액이 200만 원이 넘는 금액인데 어떤 건지 알 수 없었다. 당황했다. 결재일을 며칠 앞두고 벌어진 일에 속수무책이었다. 진위파악이 시급했다. 금요일 저녁에 발견해서 고객센터에 알아볼 수도 없었다. 베일에 싸인 불안의 씨앗, 두려운 마음은 생명이 있는 것처럼 그 실체를 키워갔다. 무섭고 피하고 싶은 일일수록 빨리 그 실체와 대면해야 한다는 걸 살면서 알게 됐다.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주말을 보냈다.     


“여보세요? 청구서 내용을 확인하려고요, 모르는 내역이 청구됐습니다.” 월요일 아침 9시 5분에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다. 어떤 내용인지 문의를 했으나 카드사에서도 바로 알 수 없는지 청구된 상세내역을 알아보고 전화를 준다고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전화가 없었다. 3일째 되는 날 다시 신용카드사에 전화를 걸었다. 답답한 마음에 신용카드사에 강력하게 항의한 후 몇 시간이 지나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핸드폰 요금입니다.” 핸드폰? “어떤 번호인지 알 수 있을까요?” 돌아오는 답변은 모른다고 했다. 그건 통신사에 전화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화가 났다.     


내가 핸드폰 요금을 내는 건 3건의 요금이었다. 내 것, 아들 것, 그리고 엄마 것. ‘누가 혹시 소액결제를 한 것일까? 엄마가 실수로 뭔가 잘못 눌러서 이상한게 결재된걸까? 아들이 게임을 하면서 결제한 걸까?’ 생각이 소용돌이쳤다. 통신사에 전화해서 각각의 전화요금을 확인했다. 전화요금을 알아보는 것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모두 확인해 본 후 더욱 이상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세 명의 요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결제청구서에 표기된 통신요금은 대체 무엇이지? 정체를 찾아야 했다.     


신용카드사에 전화해서 다시 문의했다. 답답함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정신이 없었다. 몇 번의 민원성 통화를 하고 나서야 통신사를 알게 됐다. 그리고 통신사에 문의 전화를 했다. 내가 가입하지 않은 통신사 SKT였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발생한 거지? 종잡을 수 없는 불안감이 이끼처럼 온몸에 퍼지고 있었다. 통신사에 전화했으나 번호를 알지 못하면 상담이 안 된다고 했다. 상담원에게 신용카드 청구서에서 확인받았다고 했더니 직접 신분증 가지고 대리점에 방문하라고 했다. 정말이지 쉬운 게 없었다. 인근 대리점 위치를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불안한 마음은 더 커졌다. 지체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서둘러 대리점에 방문했다. 대리점에서도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세요.” 나는 이들의 기계적인 반응에  답답했다. 상황설명을 다시 장황하게 했다. 대리점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 번호를 하나 받았다. 핸드폰 번호를 받았다. ‘도대체 이 번호는 뭐지?’ 처음 보는 핸드폰 번호였다.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나고 소름이 끼치면서 스산해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순간 대출을 받기 위해 개인정보를 보낸 것이 떠올랐다. ‘오, 마이 갓, 사기를 당했구나!’     


"뭔가 사기를 당한 것 같아요." 해지요청을 했다. “사용요금을 다 내셔야만 해제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답변에 머리가 아팠다.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사기당해서 내가 모르는 핸드폰이 발급됐는데 내가 요금을 내야 해지가 가능하다고?' "저기요~ 지금 저는 사기에 당했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이 번호가 범죄에 이용된 거 라구요. 해지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해 야한다는 거죠?"  다시 앵무새처럼 반복되며 돌아온 말은 요금을 납입해야 해지가 된다는 말이었다.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다. 우선 정지를 요청했고 통신사에 사기당한 것 같다는 기록을 반드시 남겨 달라고 요청했다. 대리점을 나오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후 바로 신용카드사에도 사고 신고접수를 했다. 신용카드가 노출되어 이용되고 있다고 메모를 요청했고 사고 접수도 요청했다. 안내원이 재발급을 원하는 건지 확인해서 재발급 요청까지 마쳤다. 경찰서에도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신용카드에 모르는 금액이 청구됐어요, 자세히 알아보는데 시간이 며칠 걸렸고 결국 핸드폰 요금이란 걸 알게 됐어요. 통신사에 가서야 내가 난생 처음보는 핸드폰 번호를 발견했습니다.” 경찰이 연결해 준 곳은 보이스 피싱 사고 피해를 위한 부서였다. 나는 내가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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