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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늘 Nov 25. 2023

8) 민사소송

보이스 피싱

2021.


8화




8) 민사소송


나는 핵무 공격을 받았다.

보이스 피싱 파장이 커졌다. 가진돈을 잃은 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만약 당시 신용이 좋았다면 피해는 더 커졌을 것이다.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금융권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출도 받을 수 있었다. 부정발급된 핸드폰은 무시뭇한 도구가  수 있다. 내 명의로 된 핸드폰은 실시간 인증을 통해 나를 대신한다. 나를 대신할 도구가 범죄자에게 주어졌다. 내 손을 떠난 스마트폰은 순식간에 나를 무너트릴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보이스피싱범들은 내가 보낸 인적사항으로 나를 헤치는 스마트폰이라는 핵무기로 융탄폭격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피해를 8개월이 지난 상태에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해야할까? 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기로 했다. 개인파산을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렌털업체가 민사소송에서 이긴다면 나는 법적인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형사고소가 무고가 되자 곧바로 지급명령으로 민사소송이 들어왔다. 판결문이 결정되면 그 빚은 완전한 내 빚이 된다. 렌탈업체가 집행권원을 얻게 되면 이후 절차는 부동산압류, 보증금압류, 통장압류, 급여압류, 유체동산압류등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살상무기로 나를 초토화시킬것이다. 판결문이 나오면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악의 경우에도 나는 나만의 시나리오를 짰다. 만약 법으로 빚이 확정된다면 방법은 둘 중 하나다. 갚거나 안 갚거나. 나는 최악의 상황이 되면 안 갚기로 마음먹었다. 즉, 파산 혹은 개인회생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재산이 있으면 안 갚을 수 없게 된다.  살다가 보면 억울한 일이 닦칠 수 있다. 그때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쓰지도 않은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갚지 않고 나라의 신용구제를 받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파산신청을 했을때 면책이 쉬운 사유다. 그러기 위해서 내 명의로 된 자산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민사소송에 질 수 있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나는 나름의 살길을 마련할 것이다.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놨다.


종잣돈마련.

집을 내놓으면서 미뤘던 집수리를 했다. 싱크대를 깨끗이 하기 위해 시트지를 사서 손수 리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직접 하고 전문가에게 부탁할 건 맡겼다. 거실바닥을 깨끗하게 수리하고 도배도 다시 했다. 수리비가 800만 원 정도 소요됐다. 수리된 집은 내가 봐도 좋아 보였다. 서울에 전세는 귀한 물건이다. 깨끗한 집을 보고 전세 계약이 됐다. 잔금일까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전세보증금을 받아서 대출을 갚으면 1억 원 정도의 순자산이 생긴다. 이것이 내게 남은 유일한 도약의 발판이다.


부동산 투자.

부동산 투자를 하기로 했다. 파산을 하더라도 돈을 마련해야 했다. 가족들에게 부탁했다. 상황을 이야기하고 살길을 함께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엄마와 작은언니가 손을 잡아주었다. 엄마와 작은 언니에게 집을 사달라고 했다. 나의 순자산인 전재산 1억을 엄마와 언니에게 맡겼다. 부동산이 이미 많이 올랐다. 몇몇 지역만 보던 지역을 더 넓게 확장했다. 수개월째 눈팅만 하고 있던 곳들을  발품을 팔아 돌아다녔다. 덜 오른 지역들을 살피고 있다가 지역이 파주까지 확장됐다. GTX 2023년 완공예정, 교통이 준비된다면 매력적이 지역이다. 가격이 현저하게 저평가돼있다. 파주 지역을 며칠 동안 돌아다녔다. 그리고 집을 계약했다.


새옹지마

1억 원 정도. 결국 43살이 되도록 남은 돈은 순자산 1억이 전부였다. 몇 년 사이 돈을 너무 많이 까먹었다. 돈을 모으는 건 한 푼 두 푼 모으는데 잃어버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3년 동안 까먹은 돈을 생각하니 마음이 쓰렸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면 된다. 29살까지는 마이너스 인생이었다. 30대에는 꽤 자산이 늘었다.  꾸준하게 늘었던 자산이 불과 5년 만에 2억 원 정도가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은 과거의 고난이 나를 단련한 것이었다. 무일푼을 넘어 마이너스 인생에서 플러스 인생을 만든 경험이란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40대엔 망하고 사기를 당했어도 1억 원은 수중에 남았다.


민사소송 1

형사소송이 무혐의 판결이 난 후 몇 개 지났다. 그리고 우려했던 민사소송이 진행됐다. 넋 놓고 있지 않고 사례를 열심히 찾았다. 변호사, 법무사님들에게 자문도 구했다. 그들의 답변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이전까지 나 같은 경우는 관리소홀로 무조건 갚아야 한다고 했다.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그러다 변호사 한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희망을 가졌다. 그분은 당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더욱 많아지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러나 안 갚아도 된다는 판례는 전무하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판례는 제2차 피해자들인 렌털업체가 승소한 판결만 있다. 보이스피해자인 사람이 승소한 건 단 한건도 없다. 나는 판례에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 렌털업체가 소홀했던 부분을 체크했다.  


민사소송 2

이의제기 기간에 이의제기를 했다. 쟁점은 렌털업체의 과실에 관한 점과 내가 피해자라는 점이었다. 판사님께 나의 부족함과 나의 실수를 구분해 달라고 읍소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는 온라인 은행임에도 개인확인을 철저히 한다. 실시간 신분증과 얼굴을 확인한다. 그런데 렌털업체는 그 과정을 전혀 체크하지 않았다.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서울로 되어있는 사람이 경주에서 물건을 시켰는데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그들이 한건 핸드폰으로 인증한것이 전부다. 물건을 경주에 설치할 때도 개인확인에 소홀했다. 그들의 실수까지 내가 다 감수할 수는 없었다. 이의제기를 하고 상대방도 이의제기를 했다. 그리고 다시 나의 답변서가 작성됐다. 민사소송이 길어졌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나름의 살길을 마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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